설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아직까지 설득력 있는 견해를 내놓은 사람은 없다. 대개 언어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맞지 않다. 새해가 낯설다거나 밥이 설익었다거나 이런 쪽으로 갖다 붙이는건 정신병자 수준이다. 말이나 돼? 오백 방을 피할 수 없으리라. 일어선다는 뜻의 서다로 해석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누가 앉았대? 한 살, 두 살 할 때의 살과 관계가 있다는 설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살은 뭐지? 월인석보 등의 옛 문헌에는 나이를 셀 때도 설로 발음했다고 한다. 한 살, 두 살이 아니라 한 설, 두 설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살은 뭐지? 삶? 이건 아니다. 장난하냐? 삶은 인생 전체다. 까치설날은 또 왜 까치가 등장하는가? 아치설날이 까치설날로 와전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반대다. 기역탈락은 흔하다. 건들>흔들, 꿈쩍>움직, 굼집>움집, 꿈틀>움틀, 궁뎅이>엉덩이, 개울>여울 꾸물꾸물>우물우물. 찾으면 백 개도 넘을 것이다. 동작이 큰 것은 ㄱ이고 동작이 작은 것은 ㅇ이다. 오목하거나 우묵한 것은 구멍이 작은 것이다. 공이는 돌출하고 옹이는 속에 박혔다. 기역탈락은 작은 동작을 나타낸다. 옛이응의 소멸과정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베트남어 원阮이 일본어 겐げん인데 Nguyễn에 G가 숨어 있다. ㄱ 탈락은 영어에도 무수하다. 영어는 주로 G가 W로 변한다. W가 앞에 오는 말은 대부분 G나 C가 변한 발음이다. 아치설이 까치설로 변한 것이 아니고 그 반대로 까치조금이 아치조금으로 된 것이다. 사리 - 꽉찬 물때 조금 - 텅 빈 0 물때 까치조금 - 가장 작게 남은 물때 물때로 조금 전날이 아치조금인데 경기도에서는 까치조금이라고 한다. 까치는 약간이다. 까치설날은 약한 설날이다. 그렇다면 강한 설날은? 설이 꽉 찬 것이 설날이다. 1년 365일에서 한 해의 날짜가 꽉 찬 날이 설날이며 반대로 가장 많이 까먹은 날이 까치설이다. 설 - 1년 365일이 꽉 찼다. 아치설 - 1년 365일을 다 까먹고 하루 남았다. 설은 살이며 살은 가득한 것이며 설날은 1년이 가득한 날이다. 설의 어원이 살이라면 살의 어원은 사리다. 조금의 반대로 꽉 차게 물이 들어오는 날이 사리다. 사리는 국수나 실이나 새끼줄, 로프 따위를 잘 사려서 뭉치를 만든 것이다. 잘 간추려진 것을 사리라 한다. 설날은 1년이 완판으로 사려져 있는 날이며 여기서 하루씩 까먹는다. 다 까먹으면 까치설이다. 사리다에서 살로, 살에서 설로 바뀌었다. 사리다는 헤아린다는 뜻도 있다. 한 살 두 살은 셈을 센다는 뜻이다. 설날은 나이를 세는 날이다. 세다(헤아리다) 셈(헤아림) 사리다(간추리다) 사리(간추려 놓은 것) 설(설날, 간추려진 날) 살(나이) 이상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파생어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