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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00 vote 0 2021.11.17 (15:34:26)

    유체가 힘을 한 지점에 몰아주는 비대칭을 얻으려면 대칭적이어야 한다. 만약 9 대 1이라면 어떨까? 1이 다친다. 9가 살짝 움직였는데도 1이 튕겨나간다. 미녀와 야수를 떠올릴 수 있다. 야수의 발톱에 미녀가 다친다. 드라마는 야수에게 핸디캡을 줘서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만든다. 손오공은 머리에 긴고아를 차서 삼장법사에 굴복하게 된다. 밸런스를 맞추지 않으면 이야기가 안 된다. 삼장이 손오공에게 두들겨 맞는 수가 있다. 대칭은 비대칭을 끌어내는 절차에 불과한 것이며 세상은 결국 한 방향으로 간다. 보통은 진보와 보수, 선과 악, 빛과 어둠,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두 방향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한 방향이다. 활과 시위는 반대방향으로 당겨지지만 화살은 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두 방향으로 대칭시키지 않으면 구조가 깨져서 자원을 십분 동원할 수 없다. 모든 대칭은 비대칭으로 틀기 앞서 잠정적인 조치다. 세상은 결국 진보한다. 보수는 진보하기 전에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화살은 머리와 꼬리가 있지만 실제로 적을 때리는 것은 머리다. 대칭은 비대칭을 조직하는 절차다. 대칭은 마주보지만 비대칭은 한 방향을 바라본다. 사건의 출발점과 진행과정과 도착점이 있다. 원인과 경과와 결과가 있다. 활은 출발점, 화살은 진행과정, 과녁은 도착점이다. 사물은 사건의 도착점이다. 사건의 원인이 의사결정의 경과를 거쳐 사물에 도착한다. 명사는 동사의 도착점이다. 언어는 주어로 출발하고 동사의 의사결정을 거쳐 목적어에 도착한다. 원인과 결과만 보면 세상은 대칭이지만 원인과 경과와 결과 셋으로 나누어 보면 비대칭이다.


    우리는 사건을 시간의 인과율로 좁게 해석한다, 공간의 인과율로 넓게 봐야 한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는게 공간의 인과율이다. 대부분의 오류는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우겨넣겠다며 끙끙대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릇을 깨먹는게 보통이다. 대칭의 상대성을 비대칭의 절대성으로 이해하는 눈을 얻어야 한다. 공은 어느 방향이든 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을 차는 순간 머리와 꼬리가 결정되며 순방향과 역방향이 구분되어 앞으로 가고 뒤로 못 간다. 회전을 걸어서 바나나 킥을 차기도 하지만 공이 뒤로 간다고 말하는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투수가 공을 던져도 종속이 초속보다 빨라지는 일은 없다. 대칭의 상대성은 말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고 우주는 비대칭의 절대성에 지배된다. 단 중간에 반드시 대칭을 거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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