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손에 손잡고 공식'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다음 대표는 전두환잠군이 유력한 듯 하오.. 이것이 다 사필귀정?』 |
필자가 97년 DJ의 당선에 확신을 가졌던 것은, 92년 DJ의 정계은퇴 선언 직후에 보인 조중동의 반응을 보고서였다. 그때 특히 조선일보의 DJ찬양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이거면 된거다.”
사람들의 행동은 겉다르고 속다르다. 겉은 정치적인 포지셔닝이고 속은 본심이다. 나는 그때 조중동의 속을 알아채버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내게 본심을 들켜버린 것이다.
겉다르고 속다른 지식인의 태도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축구이야기만
나오면 한국팀을 주야장창 씹어대는 친구가 있다. 그는 입만 뗐다 하면 감독을 비난하고
선수를 비난한다.
“이천수 저 개발!, 차두리 이 자식아 넌 육상이나 해 임마.”
작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한국의 16강은 어렵다며 유럽축구강국이 얼마나 대단한지 침을 튀기며 역설하던 그가, 정작 폴란드와 한국이 첫 시합을 하던 날은 맨 먼저 텔레비전 앞에 목을 길게 빼고 앉아 한국팀을 응원했던 것이다.
그 친구가 한국팀을 비난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래야만 유럽리그에 빠삭한 그의 전문지식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인간들은 보통 이렇게 한다.
“박찬호? 메이저리그는 어림도 없고 트리플 A에 뛰어도 본전은 건지는 셈이지.”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면 일단 대놓고 비난을 퍼붓는 것이 좋다. 여기서의 규칙은 도무지 어떤 명목으로 돌아가는 판에 한 몫 끼일 것인가이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혹은 누군가와 대립각을 세워야만 발언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냥 ‘좋아좋아 노무현도 좋고 차범근도 좋아’ 이러고 있으면 우선하고 발언권을 얻지도 못하는 것이 세상이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포지셔닝게임에 속아서 안된다. 이건 가짜다.
노무현지지율도 이와 같다. 토론공화국을 열어주니 유권자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하여 삐친 척 하고 있으나 본심은 따로 있다. 이 또한 노무현의 다스리는 방식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꼬?
DJ당선의 일등공신 조중동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DJ의 정계은퇴
선언 직후 조중동이 보인 반응은 그들의 본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들이 DJ를 찬양한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DJ가 다시 정계복귀를 못하도록 확인사살 격으로, 못을
받고 표지판을 세워두는 것이다.
하나는 비록 적이지만 진정으로 존경스러웠기 때문에 존경심을 표출한 것이다. 즉 YS 당선에 신이 나서 순간적으로 방심한 나머지 본심을 들키는 우를 범한 것이다.
요는 여기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인데, 항상 그러하듯이 포지티브는 5년 후 약발을 듣고 네거티브는 당장 약발을 듣는다는 점이 문제로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은 착각하고 오판하는 것이다.
그들의 DJ찬양이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DJ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포지티브다. 그 결과 1년에 1프로씩 5년간 5프로의 유권자가 민주당 쪽으로 이동하여 DJ를 당선시켰다. 이건 일종의 잠재의식과 같은 거다. 이면에 흐르는 의식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조중동, 노무현의 천하삼분지계를 돕다
각설하고 DJ죽이기에 여념이
없던 조중동이 요 며칠 사이에 돌연 깨달았다.
“DJ는 이미 물러난 사람인데 이거 혹시 우리가 헛발질 하고 있는거 아닐까? 우리의 진짜 적은 노무현이야.”
“맞어맞어. 노무현을 죽이기 위해서는 때로는 DJ를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해.”
그래서 나온 꿍꿍이가 어제 강연에서 DJ가 노무현에게 경고를 했다는 식의 엉터리 해석이다. 원문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DJ의 발언은 말 그대로, 독자백성이 조중동폭군을 쫓아내는 것은 잘난 유럽인들은 모르겠지만 아시아에서는 너모도 당연한 상식이라는 거다.
조중동이 DJ를 부각해주면 노무현의 천하삼분지계는 절로 완성되는 셈이니 노무현 입장에서는 손안대고 코풀기다. 조중동이 노무현을 이기려면 어떻게든 ‘DJ=노무현’ 등식을 물고 늘어져서 지역감정을 유발해야 한다.
조중동의 DJ부각은 DJ를 ‘존중해야 할 국가원로’로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므로서 노무현은 앞으로 상황이 꼬일 때 마다 ‘DJ도 체면이 있고 입장이 있는데’하면서 한나라당의 요구를 묵살할 근거를 획득한 것이다. 이 어찌 횡재가 아니겠는가?
또한 DJ의 비중이 커질수록 최병렬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다운되고, 그는 더욱 초조해져서 날뛰게 되니 일거양득이다. (YS까지 가세하여 개발질 한번 해주면 더욱 좋고)
대구 부산은 디비지는가?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부산이
디비진다.’ 모두들 이 한마디에 목을 빼고 있었다. 결국 부산은 디비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허나 본질을 두고 말한다면 부산은 이미 디비진지
오래이다.
그것은 92년 조중동의 DJ찬양효과와 같다. 물론 그들은 DJ를 찬양하고 몇 달이 가지 않아 다시 DJ 비난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한번 일어난 균열은 건드릴수록 무조건 그 균열이 확대되는 한가지 방향으로 이행할 뿐 그것이 봉합되는 방향으로 이행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그들이 아무리 DJ를 씹어도 유권자들은 1년에 1프로씩 DJ쪽으로 옮겨왔다. 마찬가지다. 부산은 이미 디비진거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포지티브는 1년에 1프로씩 서서히 효과가 나타난다. 당장 내년에 부산에서 신당이 압승한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정치는 원래 5프로 싸움이다.
정치판은 50 대 50의 법칙이 지배한다. 이래되든 저래되든 유권자의 균형감각은 판구조를 50 대 50으로 몰고가게 되어 있다. 문제는 기세다. 한나라당이 부산을 지키려면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부산을 지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할수록 충청과 수도권이 떨어져 나간다.
즉 한나라당이 충청 및 수도권과 부산을 동시에 먹는 방법은 절대로 없는 것이다. 이것이 균열의 효과이다. 예전 같으면 1프로의 힘으로 지킬 수 있었던 부산을 이번에는 죽을둥 살둥 달려들어야 지킬 수 있다.
예년에는 부산에는 1프로만 쓰고 나머지 99를 충청과 수도권에 투입해서 여유있게 이길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 99를 부산에 투입해야하게 생겼다. 그래서 균열은 무서운거다. 힘이 두배로 들기 때문이다.
아마 내년에도 대구부산은 대부분 한나라당이 먹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천인공노할 죄악을 3번은 더 저질러야 한다. 지역감정 자극하고, 빨갱이소동 연출하고, 부시형님께 손비비고 별의별 죄악을 저질러야 겨우 대구부산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신당은 어떤가? 대구 부산에는 별동대를 투입하여 1의 힘만으로 적을 쩔쩔매게 해놓고 수도권에서 승부를 내면 된다. 거저먹기 시합이 되는 것이다.
본질에서 대구 부산은 이미 디비진거
'지역주의'..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서프를 떠났고, 그래도 여전히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믿는 사람들만이 이렇게 남아있다. 사실이지 지역주의 잘 안깨진다. 그러나 쫄거없다.
안깨지는건 안깨지는대로 방법이 있다.
본질에서 대구 부산은 이미 디비진거다. 대구 부산을 점령하기는 어렵지만 적의 행동반경을 대구부산으로 압축시키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디냐 말이다.
바둑이라도 그렇다. 대마불사라 해서 대마는 원래 잘 안죽는다. 그러나 그 대마 살리려다가 낭패본 패싸움이 몇이냐 말이다. 결국 그 바둑은 지는 바둑이다.
노무현이 측근을 부산에 대거 출마시키고 있다. 측근이라지만 사실 햇병아리들이다. 부산을 다먹겠다는거 아니다. 부산에서 두어석만 건져도 한나라당은 미래가 없다. 안방을 빼앗기고 어디가서 목숨을 구걸한다 말이오?
천하명장 한니발이 전쟁은 잘했지만 스키피오에게 카르타고의 본진을 습격당해 그날로 맛이 갔다. 근거지가 보존되어야 힘을 쓰는 법. 보급을 못 받는 떠돌이 군대는 아무리 용맹해도 의미가 없다.
보급기지에서 1의 패배는 다른 곳에서 10의 패배와 맞먹는다. 대구부산은 한나라당의 보급기지다. 막강한 원소도 관도에서 조조에게 오소의 보급기지를 습격당해 딱 한방에 맛이 갔다. 노무현은 부산에 1의 힘만 투입하고도 수도권과 충청을 싹쓸이 할 수 있다.
하여간 오늘의 결론은 ..
“최병렬 당 대표 한번 잘 뽑았다. 뽀뽀라도 해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