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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13 vote 0 2021.10.25 (16:30:01)

    인생은 게임이다. 게임에 참여하게 하려면 유인장치가 있어야 한다. 자유의지가 부정된다면 인간은 도무지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다. 인원이 동원되지 않는다.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강제로 끌고 오려면 비용이 더 많이 먹힌다. 어차피 돈은 카지노가 따게 되어 있지만 호구노릇을 하는 고객들에게도 일정한 정도의 기대 수익이 있어야 게임이 성립하는 것이다.


    한국 경마장은 세금을 너무 많이 뗀다. 말도 좋은 말이 아니다. 기수와 마주가 짜고 치는 판에 도박이 되어서 경마팬이 기록을 검토하고 승률을 연구해봤자 의미가 없다. 이러면 안 된다. 흥행이 안 된다. 흥행이 안 되면 마사회도 먹을게 없다. 게임의 설계자는 게임 참여자에게 일정한 정도의 자유의지를 제공하여 자발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도록 판에 설계해야 한다. 그게 더 비용이 싸게 먹힌다. 이것은 우주의 근본원리다. 오차를 허용하고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대신 확률로 조지는 방법이 보다 합리적이다.


    100을 움직인다면 100의 힘을 가해야 한다. 더 쉬운 방법이 있다. 엄마곰을 잡으면 새끼곰이 따라온다. 우두머리 하나만 잡으면 되므로 비용을 절감한다. 대신 우두머리와 부하들을 떼어놓고 우두머리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를 제공해야 한다.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권력을 분산하면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하므로 동원절차가 복잡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더 비용이 싸게 먹힌다.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를 이기는 원리다.


    전쟁은 수비가 유리하다. 수비가 유리한 지점에서 국경선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 싸움은 선빵이 유리하다. 공격하는 쪽이 더 많이 흥분하고 더 많은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토론은 결정론이 이긴다. 자유의지를 인정하면 인간들이 도무지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결정론은 애초에 인간을 제압할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노예제보다 소작제가 낫고 소작제보다 자영농이 낫다. 농사기술이 발전할수록 농부에게 더 많은 자유의지가 허용된다.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계급의 자유의지에 의해 작동한다. 활력이 넘치는 부르주아들은 이겨먹을 마음을 먹고 공격적으로 게임을 벌인다. 그 과정에 동원된다. 승부가 벌어지면 50 대 50으로 팽팽해지기 때문에 다들 긴장하고 주목하게 된다. 혁신이 순식간에 구석구석에 전달된다. 반면 시골사람들은 방어적이다. 그들은 되도록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 동원이 안 된다. 팔짱 끼고 구경하고 있을 테니 '네가 나를 설득해 봐' 하는 삐딱한 자세로 귀를 틀어막고 어깃장을 놓는다. 주목하지 않는다. 자유를 줘도 시골에서 써먹을 데가 없다. 인간은 원래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 동물이다. 자유의지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다. 주최측이 통제권의 일부를 게임 참여자에게 양보해야 통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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