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53 vote 1 2021.09.21 (17:02:44)

  

모든 지식의 어머니가 되는 근본 지식은 인과율이다. 인과율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인과율은 일종의 경험칙이다. 여기에 관측자 문제가 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간 차가 있다. 그 시간은 뭘까? 왜 시간이 걸리지? 시간이라는게 정체가 뭐지? 


누가 공간을 물으면 허공을 가리키면 된다. 시간을 질문하면? 시계나 달력을 보여주랴? 태양을 가리켜? 밤에는 어쩌지? 인류의 문명이 의외로 허술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기본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대충 넘어가는 안습함을 보이고 있다.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다. 시간은 관측자 개입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간차가 있는 이유는 그것을 관측자가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로또 당첨은 마지막 공의 배출과 동시에 확정되지만 발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회자는 괜히 시간을 끈다. 


아카데미 수상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사건의 당사자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의사결정 자체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두 남자 중에 어느 남자를 신랑감으로 선택할지는 심중에 있다. 그것을 외부에 공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과율의 시간은 외부 관측자에 대한 정보전달 시간이며 의사결정 자체와 관계가 없다. 공과 배트가 충돌했다. 배트가 밀려 파울인가, 공이 밀려 홈런인가? 맞는 순간에 결정된다. 시청자가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관측자인 사람이 둔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도둑이 팥을 훔쳐 가면? 외부변수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간이 뭐지? 바로 그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관측자에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다. 관측자 수 만큼 시간이 지체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7492
1219 매끄러운 우주론 1 김동렬 2019-08-30 3126
1218 구조론 제자의 의미 2 김동렬 2020-05-06 3124
1217 언어의 시작 1 김동렬 2020-01-07 3123
1216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김동렬 2021-04-05 3122
1215 안철수로 단일화가 정답 김동렬 2021-03-03 3122
1214 외계인의 침략 1 김동렬 2019-09-12 3122
1213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1 김동렬 2019-07-04 3121
1212 원자론과 구조론 10 김동렬 2021-05-12 3119
1211 구조론의 희망과 낙관주의 1 김동렬 2019-08-20 3117
1210 생각의 기술 김동렬 2021-10-15 3116
1209 정치의 본질은 자유주의다 3 김동렬 2019-11-22 3114
1208 진화의 전략 김동렬 2021-07-11 3113
1207 커플은 솔로를 이긴다 1 김동렬 2019-06-20 3112
1206 관점이 운명을 바꾼다 3 김동렬 2021-02-22 3110
1205 관성력과 이중의 역설 2 김동렬 2018-12-25 3110
1204 비겁한 과학자들 김동렬 2021-12-05 3109
1203 세상은 마이너스다. 김동렬 2021-05-18 3109
1202 동상이 많아지면 우상이 된다 1 김동렬 2020-06-10 3109
1201 세어보기 김동렬 2021-12-20 3107
1200 공자의 긍정인가, 노자의 부정인가? 1 김동렬 2020-11-17 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