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메이커 강준만, 물건은 잘 만드는데 아프터 서비스가 부실하다.
지난 수년간 범개혁세력의 단일대오를 잘 조율해왔던 강준만이 지난해 진중권과의 충돌 이후 기가 꺾였는지, 밧데리가 닳았는지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켜보는 필자의 심사는 착잡하기만 하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도 찾고 이제 좀 편해보자는데 이 겁 없는 아해들이 이제부터 고생 좀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니 강준만 속이 디비지고 말았다는 더질더질.』 |
그는 약해졌다. 5년 전의 강준만이라면 내년 총선 포기하고 30년 앞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자고 주장했을 것이다. 지난 날의 기개는 간 곳이 없고, 과도한 책임감 때문인지 조바심을 내며 총선승리에 집착하고 있다.
총선이야 어차피 정치자영업자들 집안잔치인데 지면 또 어때? 개혁은 허다한 패배로 하여 단련되지 않았나? 그동안 우리는 패배를 두려워 않고 싸워오지 않았던가? 우리는 박통에게 깨지고, 두환에게 차이고, 태우에게 맞으며 강해지지 않았더란 말인가?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되 바위가 깨지지 않으면 바위가 깨질 때 까지 치는 것이다. 거기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미 얻어낸 이 작은 승리가 그리도 달콤하더란 말인가? 집권여당 이름 하나 얻었다는 이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 안달할 정도로 그대의 꿈은 작았더란 말인가?
밧데리 닳고 약해진 논객 강준만
논객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사전에
결과를 예측해야 하고, 결과가 잘못되면 거기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가야 한다. 킹메이커라면
마땅히 AS가 있어야 한다. 완벽주의자인 강준만은 이런 점에서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
DJ 치하의 지난 5년간과 노무현 치하의 향후 5년은 본질에서 다르다. 그러나 강준만은 달라진 것이 없다. 강준만은 지난 5년간 DJ를 비판하면서 DJ정권과 거리를 벌리는 방법으로 자신의 킹메이커 작업을 변명해 왔다.
빠져나갈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DJ를 킹으로 등극시켰다면 AS까지 책임져야 한다. 강준만은 AS를 하지 않는 대신 노무현을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강준만의 잘못은 없다. 왜? DJ는 높고 강준만은 낮기 때문이다.
DJ의 잘못은 DJ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강준만으로서는 어찌 해볼 수가 없는 성격의 것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만으로도 DJ정권은 이미 성공한 정권이다. DJ의 일부 잘못을 강준만에게 책임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문제는 강준만이 노무현에 대해서도 같은 수법을 쓴다는 점이다. 그는 정권이 출범하기 무섭게 노무현정부를 비판하면서 『노무현이 잘못되면 그것은 다 내 말을 듣지 않은 때문이다. 고언사조직을 만들지 않았고 호남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식으로 알리바이를 대며 빠져나가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이래서 될 일인가?
강준만은 오판하고 있다. 어차피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노무현 5년은 포기하고 노무현 이후의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강준만의 이런 태도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강준만은 노무현정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왜? DJ와 달리 노무현은 젊기 때문이다. DJ의 실패는 강준만의 실패가 아니지만 노무현의 실패는 강준만의 실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DJ는 연로하다. DJ의 퇴진과 더불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노무현이 물러나도 세대교체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무현의 386군단이 계속 밀고 가는 것이다.
유시민이라면 15년 후가 정상에 도전하기에 적당하다. 그들은 2~30년후를 겨냥하고 원대한 구상을 세우고 있다. 지금 노무현이 놓고 있는 초석은 20년 후에 그 성과가 입증될 것이다. 반면 강준만의 논리는 앞으로 5년만 어떻게 버텨보자는 식이다. 이건 대착각이다.
노무현이 강준만의 충고를 새겨듣고 이를 정치에 반영한다 치자. 5년은 어떻게 버틸지 모른다. 지지도는 약간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미래가 없다. 지역주의는 계속될 것이며, 한화갑이 호남출신이 신당의 대표를 맡아서 안된다고 주장하는 데서 보듯이 호남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다.
5년 후에도 도로민주당은 외연확대의 미명아래 제 2의 정몽준을 영입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며 개혁세력은 구심점을 잃고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멍몽정치 이제는 끝장내자.
노무현팀은 20년 간다. 30년 앞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린다. 지금 지역주의를 쳐부수어야 한다. 5년 후 외연확대의 미명아래
외부에서 후보를 데려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신당이 스스로 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본질을 보자. 한나라당은 지역당이다. 지역당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지역 바깥에서 대통령후보를 내는 것이다. 왜 한나라당은 쟁쟁한 영남출신 정치인을 제쳐놓고 호남에서 자라고 충청에 연고를 가진 이회창을 후보로 내세웠는가? 경상도당이기 때문이다.
왜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후보에서 호남출신을 배제했는가?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당들의 공통점은 영남후보론이니 뭐니 하며 후보를 외부에서 픽업하는 것이다. 강준만 식으로 가면 5년 후 도로민주당은 또 외부에서 후보를 데려와야 한다. 그 경우 정당정치는 사망하고 만다.
그래도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낫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노무현은 자기 힘으로 컸지만 이회창은 외부에서 픽업된 인물이다. 노무현은 이 바닥에서 20년 굴러먹은 인물이고, 이회창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선의원이다. 그 차이다.
정당이 구실을 하는지 여부는 정당이 스스로의 힘으로 후보를 키울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청계천 이멍박이 차기 대선후보로 나온다고 한다. 멍박은 정당인이 아니다. K리그 정몽준도 정당인이 아니다. 왜 민주당은 몽에 신호를 보내고, 한나라당은 멍에 매달리는가? 정당이 제 구실을 못하니 정당인이 아닌 멍몽을 데려오는 것이다.
몽은 정치인이 아니라 축구인이다. 정치인이 스스로 정치를 부끄러워 해서 정치 앞에 축구를 덧칠하려는 개수작이 지난해 구주류의 몽당운동이다. 이는 민주당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런 식이라면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청계천 멍도 마찬가지다.
멍몽정치는 끝내야 한다. 고자당, 환관당, 내시당, 헛물당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져야 한다. 정당이 후보를 키워야 한다. 노무현정부의 성공여부는 차기 대선후보가 정동영, 추미애 등 기성정치인 중에서 나오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있다.
강준만은 도로민주당을 키워서 내시당으로 만들려 하는가? 5년후 도로민주당은 또 어디서 대선후보를 조달하려는가? 잠시 살고 길게 죽는 길을 권하지 말라.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편하게 가자는 식으로 안된다. 정작 우리는 이제부터 고생 좀 해보자는데 말이다. 100년 앞을 내다보는 원대한 구상을 띄우기 위해서 한 번 패배는 감수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