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신부가 노무현대통령에게 울분에 찬 공개서한을 띄웠다고 한다. 나쁘지 않다. 노동계가 노무현지지 철회를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우회적인 애정고백이 된다.
노동계 『노무현 싫어! 니랑 안놀아..!』
노무현
『어? 너 그동안 나 좋아했었니?』
살가운 방법이 아니긴 해도 문규현의 애정고백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땐 칼자루를 쥔 쪽에서 참아야 하는 것이다.(김두관장관은 주민투표에 붙인다고 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부결되겠지만)
추미애는 노무현 귀에 대고 잔소리를 해도 이뻐! |
추미애의원의 한화갑 블로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과 코드가 안맞는 듯 싶지만 그래도 긴 호흡으로 보면 호남민심을 어루만져주는 추미애가 고맙다.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추미애는 그 반대이다. 구주류가 터무니없이 시어미 노릇을 하려고 설칠 때, 추미애가 누구보다 먼저 매를 들므로서 한화갑들의 독수를 빗나가게 해주는 공덕이 있다. 그래서 추미애의 매질은 견딜만 하다.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돌아가는 판 전체의 매커니즘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보는 시각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 하는 짓을 하게 되어 있다. 예컨대 문규현이 환경운동을 잘 하는 것이나 추미애는 한화갑단속을 잘하는 것이나 다 자기가 잘 하는 일을 하므로서, 노무현은 엄한 아빠하고 추미애는 자상한 엄마하고 하며 뭔가 죽이 맞는 것이다.
그 『역할』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면.. 예컨대 문규현신부의 발언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피곤해진다.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어느 날 황제가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겼더니 이발사가 황제더러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라 오른쪽으로 돌리라 명령을 한다.
황제 『어 이 이발사넘이 미쳤나? 감히 내게 명령을 해?!』
이러면 피곤해지는 것이다. 노무현이 문규현이발사나 추미애이발사에게 역정낼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문규현이나 추미애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반면 김근태의 경우는 확실히 오바다. 영역침범이다.
장기표 고춧가루는 인간이 잘하는 짓이 저거 뿐이니 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김근태 미싯가루는 자신은 양념이 아니라 메인요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
하여간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해야한다. 서프맨들은 칭찬을 잘 하는 사람들이라서 노무현을 칭찬하는 쪽을 택했고, 진중권들은 누구 씹는 짓을 잘하는 사람이라서 저러고 사는 것이다.
진중권이 자기가 지지한다는 민노당 일을 열심히 한다면 역시 밉지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과연 민노당에 도움이 되는가? 그는 주제넘게 노무현을 갈구어서 참여정부를 바른 쪽으로 인도한다고 나서고 있지 않는가? 이래되면 역할분담이 아니라 영역침범이다.
어떤 타고난 목수가 있었는데 자신이 잘하는 목수 일은 안하고 괜시리 미장이 옆에 와서 구시렁구시렁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면 이건 잘못된 것이다. 미장이가 적성에 맞다면 아예 미장이로 나서든가.. 아니면 목수일을 열심히 하든가 하여간 자기 전공을 살려야 한다.
노무현에겐 신경 끊고 민노당을 잘 키우든가 아니면 신당에 들어가서 구주류하고 싸움을 붙든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로 자기전공도 아닌 일에 참견하고 있다면 이건 안좋은 거다.
하여간 좌파들과 서프는 역할분담이 되어야지 영역침범이 되어서는 안좋다. 그리고 역할분담의 관점에서 보면 문규현도 좋고 추미애도 좋고 전교조도 좋고 민주노총도 좋다. 근데 김근태의 소행은 주제넘은 영역침범이다. 인간이 말을 해도 꼭 얄밉게 한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