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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02 vote 0 2021.07.13 (17:23:35)

    한국인의 정서라고 하면 정과 흥과 한이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게 있겠지만 영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인 데서 보듯이 셋을 딱 모아놓고 보면 한국인다운 각별함이 그 안에 있다. 정이나 한만 강조하면 좋지 않고 셋을 모아서 그 어떤 연결점을 찾아보자는 거다.


    한은 일본인들이 지어낸 식민사관이라고 한다. 한국인에게 한이 많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부족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은 스트레스 풀 대상이 많다. 가족 안에서 답을 쥐어짜야 하는 한국인들은 속으로 삭여야 한다. 주변에 만만한 화풀이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기세가 살려면 주변에 자기보다 약한 존재가 있어야 한다. 동서독이 통일에 성공한 이유는 동독이 비록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서독 애들에게는 꿀리지만 동쪽에서 살살 기어들어 오는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애들이 만만하기 때문에 나름 밸런스가 맞아서다. 


    북한은? 한국도 버겁고, 중국도 버겁고, 러시아도 버겁다. 주변에 만만한 넘이 하나도 없다. 통일이 안 되는 이유다. 중국은 땅덩이가 커서 자신보다 띨한 인간을 쉽게 주변에서 찾아낸다. 만족한다. 중국은 인도를 비웃으면 되고 베트남은 태국을 비웃으면 되는 거다. 


    태국과의 축구시합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박항서가 필요하다. 부족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낸다. 한국은 유교 영향에 산골이 많아서 가족주의가 발달했다. 산이 많아도 도시에 사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의사결정 단위가 작다. 


    식수와 땔감을 구할 수 있는 산밑에 살기 때문이다. 난방을 하지 않는 일본과 다르다. 한국인은 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놀부 사촌 정도만 신경을 쓴다. 한국인의 한은 가족집단 내부에서 밑바닥인 며느리가 이겨먹을 대상은 부엌을 기웃거리는 강아지뿐이라서다.


    부지깽이로 강아지에게 분풀이하는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다. 홧병을 부르는 한에서 탈출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개인주의로 쪼개서 각자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이다. 도박에 빠진 남편과 개망나니 아들이 여성에게 스트레스를 전가하는 구조를 깬다.


    한국인들은 자녀를 지나치게 돌본다. 열 살이 넘으면 스스로 살아내야 한다. 지나치게 정을 주지 말자는 말이다. 원시인들도 열 살까지는 부모가 책임을 졌다. 둘째는 부족주의로 의사결정단위를 키우는 것이다. 복지를 강화하고 마을 축제를 열고 공동체를 키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은 가족주의 행동이다. 주체성이 지나쳐 오지랖이다. 외부인까지 무려 가족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사기를 잘 당하고 사기를 잘 친다. 가족이니까 아버지 소 판 돈 훔쳐서 가출해도 죄가 안 된다고 여기는 거다.


    친구 돈은 해먹어도 된다고 여긴다. 놀부가 흥부 것도 제 것이라고 하는 셈이다. 영토가 작고 마을이 작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과 정은 가족주의 병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느낀게 뭐냐니까 한국인이 너무 많다는 거다. 런던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방인이 많으면 경계심을 가지고 타자성으로 무장하고 사기를 안 당하려고 노력한다. 중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타인을 경계하는 나라는 낯선 사람을 보면 일단 웃어준다.


    중앙에 위치하면 찾아오는 이방인이 많고 타인을 경계하는 것이 웃음으로 본심을 감추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웃지 않는다. 웃으면 사기꾼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한국인과 같다. 지리적인 특성이 작동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북유럽은 반대로 변했다.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므로 타산적이고 정이 없다. 북유럽은 원래 양복을 입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안 한다. 공자의 인의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래 부르주아 문화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시골에서 갓 올라온 농노들을 경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이 생겼다. 


    노동자나 하층민은 사람 구실을 못하는 존재로 여긴다. 정장을 안 입으면 식당도 못 들어간다. 가족주의가 발달한 한국과는 다르다. 흥은 다른 나라의 부족주의와 달리 쪽수가 적어서 살아나는 기분이다. 옛날 기록을 보더라도 한반도인은 음주가무를 좋아했다고. 


    부족의 단위가 크면 축제를 해도 인원이 너무 많아서 흥이 살아나기 어렵다. 용맹함을 주장하며 황소를 피해 도망 다니는 스페인 사람들과 같다. 집단의 규모가 커서 흥이 안 난다. 부족문화에도 기세가 있지만 흥과는 사뭇 다르다. 개인주의로 되어도 역시 흥이 없다. 


    흥은 서너 사람 앞에서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무리가 백 명이 넘어가면 한 명이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는 그냥 청중이 되어버린다. 이래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흥이 살아나기 어렵다. 정이나 한으로 한국인을 규정하려 들면 곤란하고 셋을 모아놓으면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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