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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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금재.
read 5909 vote 0 2021.05.27 (03:45:00)

쌍용의 티볼리가 나올 때 이런 느낌이었지. 소형 SUV라는 게 겉으론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아서 주차하기가 편했지. 근데 오래 가지는 않더라고. 결국 사람들이 그게 작다는 걸 알아버린 거야. 어쨌건 그게 다 죽어가던 쌍용에겐 대박이지만, BMW나 현대에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https://youtu.be/iR-gTqGF3u0


비트코인을 알고서 크게 깨달은 바는, 세상을 꼭 내가 생각하는 우수한 사람들만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 나는 2018년에 암호화폐가 완전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조금만 파고들면 기술이 쓸모없는 것이란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 근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코로나발 자산 상승 영향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는 거야. 좋은 것의 가격이 비싼 것이라는 나의 순진한 생각이 박살났어. 좋은 것이 비싼 것이 아닌가?


고딩 때 내 친구가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는데, 이 친구가 겉으론 스마트해 보이지만 속으론 평범했었어. 쌍용의 티볼리가 나올 때 이런 느낌이었지. 겉으론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아서 주차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지. 근데 이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아.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은 그 기저에 깔린 기술을 남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이야. 잘 포장되어 있어서 왠만하면 들키지 않아. 내 친구도 그랬어. 일년 정도는 잘 사궜어. 딱 그만큼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쓰레기냐? 그건 아니지. 비트코인의 절묘함은 우수한 것이 아니라 사회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거야. 딱이잖아. 한번은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왠 동네 할 일 없는 형처럼 생긴 사람들이 잔뜩 모인 거야. 어라? 그래도 신기술인데 이건 아니지 않나 했어. 이전에 인공지능 관련 모임에 갔을 때는 학구파 찐따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눈알은 똘망똘망한 애들이 있었거든. 그 찐다 새끼들은 그냥 재수가 없었는데, 여기는 또 왠 중고차, 휴대폰, 용팔이 같은 애들이 모여있는 거야.


양재의 스타트업 공간에서 세미나라고 해서 열리길래 또 가봤지. 엊그제까지 인공지능으로 미디어아트를 하겠다던 애가 크립토커런시 기술 홍보를 하고 있네? 외국계에 독특하게 생긴 애였는데 갑자기 언니가 여기서 왜 나와? 암튼 내용을 잘 들어보니깐, 기존의 암호화폐가 실사용에 있어서 큰 문제가 있고 그래서 자기들은 그걸 개선하려고 몇 가지 추가 기술을 고안했다는 거였어. 너무 많은 사람이 검증에 참여하므로 속도가 느리게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소수 사람이 주도하게 만든다나. 


야 시바 근데 그런 거면 분산이 아니잖아? 게다가 그 소수 사람이 서로 짜고 치면 어떻게 하지? 짜고 칠 수 없게 설계되어서 좋은 게 비트코인이잖아. 근데 짜고 칠 수 있으면 사기 칠 거 아냐. 이걸 질문했더니 그냥 쌩까더라고. 아 이건 좃된 사기질이구나 했지. 이렇게 쉽게 털리는데 오래 가긴 글렀구나. 이거 말고도 기술적 문제는 많지만 핵심은 "결제 시간이 몇분씩 걸린다"였어. 마치 다단계 강연회에 들른 기분이랄까. 역시나 2018년 그해 거품이 꺼지면서 조용해지더라고. 그렇게 잊고 있었지. 


근데 코로나가 열리시니 잠잠하던 코인시장이 또 들썩 거리네? 올초까지만 해도 별 일 없던 시장에 일론이 기름을 붓더니 마구 타오르네? 근데 또 미친 일론이 또 그걸 확 꺼뜨려버리네? 환장한다. 확실한 건, 고향에 계신 이모가 나에게 전화를 한 거였어. 노가다를 하시거든. "금재야, 요새 주변 아재들이 코인 한다던데, 내도 좀 해도 되겠나?"라고 하시길래, 듣는 순간 조만간 끝나겠다 했지. 대공황 때도 애엄마와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을 살 때쯤 폭락했다고 하잖아. 딱 그 타이밍 만큼 가더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구나.


근데 유튜브 댓글을 보니깐 아직도 환상을 품고 있는 애들이 있는 거야. 한국은행이 CBDC 테스트 한다고 하니깐, 당연한 듯이 한국도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개소리가 나오는 거야. 어라? 이 사람들 정말 암호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한다고 믿는 건가? 실물 화폐가 있었으니깐 디지털 화폐가 그걸 대체한다는 말을 정말로 믿는겨? 오와우화우화. 요새 한강에서 집단 히스테리가 유행한다더니 그게 이쪽까지 퍼졌구나.


속도가 느리다는 건 말했고. 암호화폐에서 그나마 남은 쓸모는 보안성인데, 문제는 기존의 암호체계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거야. 물론 잘 모르는 친구들은 옥션도, 농협도 해킹당하고 가정집 마우스도 해킹당하는 무서운 세상인데 그거 믿을 수 있겠냐 하겠지만 잘 들어봐. 암호체계란게 별개 아니야. 그냥 자전거 번호잠금장치를 컴퓨터로 구현한 거라고. 설마 그게 뭔지 모르진 않겠지? 


그리고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이 그걸 열 때는 5초가 걸려. 근데 모르면 10분이 걸려. 모든 번호 조합을 다 때려넣어봐야 하니깐. 근데 디지털 방식이라 5분마다 비밀번호 체계를 바꾼다고 해봐. 절대로 못 따겠지? 실제로 2차대전 때도 튜링이 참여한 봄베는 결국은 제대로 못 써먹었다니깐. 하다하다 안 돼서 그냥 유보트 하나 털어서 암호책 보고 풀었다니깐. 


암호란 게 대단한 게 아니지만 그걸 풀려면 개 노가다가 필요한 거야. 절대적으로 만든 놈이 유리한 거지. 스승이 제자 골려먹는 거랑 비슷한 거지. 물론 이건 나름 이유가 있다만. 조금만 복잡하게 만들면 제자는 절대로 풀지 못해. 니가 답을 맞추면 스승은 그걸 즉시 부정할 거야. 왜? 노가다 시키려는 거지. 그럼 그 새끼 나쁜 새끼 아니냐? 그건 아니야. 노가다 없이 이론만 달랑 배우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거든. 좋은 건 날로 먹으려면 안 되는 거야. 암호시스템이 이거랑 비슷해. 양자컴퓨터 할배를 데려와도 절대로 못 풀어. 이쪽에서 손가락을 까딱하면 저쪽에서는 포크레인을 가져와야 대등해지거든.


게다가 암호화폐 시스템을 돌리려면 기존 시스템에 비해 시스템 자원이 어마무시하게 필요해. 요새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암튼. 전기를 졸라 많이 처먹는단 말야. 노트북에 들어있는 GPU 하나랑, 가정용 에어컨이랑 전기료가 비슷한 거 알아? 그래서 전에 고시원 살 때 주인 몰래 머신러닝 훈련(GPU사용)해볼까 했다니깐. 괜히 일론이 비트코인이 환경에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래, 말은 맞아, 그 말은, 근데 일론이 할 소리는 아니지. 


요즘은 암호화폐주의자들이 화폐란 말을 빼고 자산이라고 불러달라고 그런다지. 그래 솔직해지니깐 좀 낫네. 하지만 그런다고 암호화폐가 주류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아. 걱정하지마. 적어도 기술은 내가 다 빠짐없이 검증해봤다고. 나는 암호화폐 때문에 배운 게 많은 사람이야. 나에겐 나름 쓸모가 있었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이해가 됐어. 괜히 자본주의를 열심히 공부했다니깐. 아쉬운 건 내가 돈을 벌지 못했다는 거지. 여윳돈이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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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윤민

2021.05.27 (16:43:37)

본문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본문에 맞춰 저도 음,슴,체 사용하였습니다)


1. 블록체인의 기술로서 장점은 "보안성"으로, 은행이나 정부기관처럼 해커들의 공격을 막기위한 곳에 쓰일 법함.


2. 그런데, 문제는 현재 "보안기술"이 충분히 괜찮다는 것 (은행이 해커들한테 털렸다는 말 들어봤니?)


3. 요즘 발생하는 해킹 사건은 은행이나 네이버의 보안이 뚤린게 아니라 아래처럼 보안 처리를 하지 않은 사이트가 뚤린 것


  1) 보안이 약한 사이트를 턴다. (정확히는 보안처리가 안 되어 있는 사이트)

  2) 그렇게 알아낸 계정/패스워드 정보를 가지고 다른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한다. 

  3) 사람들은 대게 비슷한 계정/패스워드를 사용함으로 일부 계정이 로그인에 성공한다. 해킹 성공


4. 어쨋든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실제 써볼법한 분야가 없음


5. 자꾸 D-App 얘기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뭘하겠다고 하는데, 검증에 참여하는 유저(정확히는 노드)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해서 안 됨


6. 이런 문제 대문에, 윗글에서 언급한 소수만 참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상함. 업계에서는 프라이빗 블렉치인이라 불림.


7.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은행이나 기관에서 활용할 법함. 예를 들어 4개의 은행이 서로의 데이터(장부)를 공유하면 한 곳만 털면 안되고 4곳을 동시에 털어야 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강화됨.


8. 근데, 말했듯이 이미 보안기술은 이미 충분히 괜찮기 때문에 은행에서 굳이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음


9. 보안성으로 뭘 해보겠다는건 어렵고, 해외 송금을 위해 은행간의 프로토콜로는 의미가 있었음. 해외송금이라는게, *여러 은행을 거치게 되어있는데 이렇게 여러 은행 거쳐서 송금되는 것보다는 암호화폐거래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


*자세한 것은 SWIFT해외송금 참고. 간략히 서술하자면, 모든 은행이 협약이 체결되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A은행에서 C은행으로 보낼 경우 이 두 은행과 모두 협약이 체결된 B은행을 거칠 수 밖에 없음. 해외송금 수수료가 비싼 것도 이런 이유


10. 실제로 이런 목적하에 탄생한게 리플이라는 암호화폐. 


11. 그런데 요즘은 해외송금을 위한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해외송금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리플도 이런 해외송금 전문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함.


12. 결론을 정리하자면, 현재로서는 뾰족하게 적용할 만한 서비스 분야가 없음. 이더리움이 D-App을 비록해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데, 결국 검증속도문제로 안되는 사업. 


13.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 나왔을 때부터, 이 속도문제를 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5~6년이 지나도록 못풀고 있음


14. 어쨋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안되는 구조. 


15. 굳이 성공사례를 뽑자면 스팀업이라는 블로그 서비스인데. 이건 글쓰면 암호화폐 준다니깐 사람들이 몰린 거지. 블로그 서비스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은 없음. 


16. 어쨋든 스팀업은 암호화폐의 화제성을 사용해서 유저들을 모으는데는 성공했으니, 마케팅적으로는 성공


17. 탈중앙화니, 데이터의 무결성이니 이런 것들은 포장하기 위한 이데올리기에 불과함. 


18. 보석이나 금, 은, 달러 등에 비교하면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는 경쟁력이 있음. 

[레벨:4]고다르

2021.05.27 (23:14:15)

재미있는 글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부 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레벨:5]국궁진력

2021.05.28 (00:48:53)

비트코인은 이미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죠. 

폭락/폭등으로 안정적인 저장 수단은 아니라고 할 순 있어도 저장 수단은 저장 수단이죠. 

2017년의 상승장에서 비트코인을 홍보할 땐 "가치를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

이번 상승장에선 그런 역할은 다른 알트코인들에게 내어주고 "디지털 금"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죠. 

다소간 홍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로 그 역할을 함으로써 네이밍된 걸 수도 있고요. 


아마 다음 상승장에선 비트의 '디지털 금' 역할에 대해선 더 이상의 논란이 없을테고

이제 이더리움이나 리플등의 알트코인들이 블록체인이 구현하려는 정신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가 주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거대한 비전을 본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도박이 된다. 실패해도 남는게 있다. 콜롬부스의 신대륙과 같다. 설사 금이 없다해도 거기에 뭔가 있다. 찾다 보면 금도 있다. 가봐야 안다. 안 가보고 떠들기 없기다. 비전이란 그런 것이다. 삶을 뜯어고치는 정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대륙으로 간다고 치자. 사람들은 묻는다. 신대륙에 금이 있어? 금이 있냐구? 왜 대답을 못해? 금을 가져와 보라니깐. 금을 가져오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왜 금은 아니 가져오고 생사람을 잡아왔니? 콜롬부스야 너 정말 제대로 미쳤구나. 이러고 있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금이 아니라 그 대륙이 작으냐 크냐다. 신대륙에서 금을 캐오라고 다그치는 사람은 대륙의 거대한 사이즈를 보지 못한 것이다. 땅이 넓으면 금이 아니라도 별게 다 있다. 확률을 믿어야 한다." (http://gujoron.com/xe/1055641 )


"암호화폐"라는 거대한 대륙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금재.

2021.05.28 (01:58:17)

가치는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불어나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원하느냐? 

더 많은 사람이 구찌를 원하느냐?

더 많은 사람이 다이아를 원하느냐?

더 많은 사람이 현금을 원하느냐?

구찌는 디자이너를 바꿨고

신문기자는 아프리카 광산에서 캔 다이아를 홍보하고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느라고 양적완화와 외교를 하는데

비트코인은? 


주체가 특정되지 않는 게 좋은 게 아닙니다. 주체가 특정되어야 의사결정이 되는데

분산시스템이면 한순간에 증발할 수 있습니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 때문이죠. 

제승방략 같다할까.

형만 믿으면 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일론머스크가 잠깐 했다가 배신을 때려버렸죠.

일론머스크가 비트코인과 뭔 관계가 있다고 배신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하고.

할 만 하니깐 했습니다. 

그럼 도지는? 글쎄요. 저는 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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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국궁진력

2021.05.28 (01:00:33)

"하지만 그런다고 암호화폐가 주류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아."


암호화폐에 좀 진지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화두는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자산'개념으로 갈아탔죠. 비트코인은 특별히 더  '자산'개념에 가깝고요. 무정부주의 이념에서 출발한 암호화폐 시장이 기존시스템과 타협하는 동시에 또 기존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 같습니다. 


"사지 않는 로또가 당첨되는 일은 없다. 일단 사건과 연결되어야 한다. 판에 끼어야 한다. 베팅을 하려면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http://gujoron.com/xe/1277831)


코인시장이 정부의 규제등으로 갑자기 글로벌리 셧다운되지 않을 거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이 시장은 이제 사춘기를 채 지나지 않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금재.

2021.05.28 (01:37:51)

저와 토론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주장을 하시면 토론이 중단됩니다. 저는 그 사람의 말이 맞네 틀리네를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닫힌계를 벗어나는 겁니다. 맞았거나 틀렸거나 상관없이, 지금 이 토론의 주체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 화두를 던진 것은 접니다. 저와 대화를 하고 싶으시면 자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으면 전 당신이 아니라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게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주장의 근거까지 말씀해주시면 더 좋고요. 


#


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말이 있는데, 오르고 내린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비트코인이 오르냐? 오르죠. 근데 언제 오르냐? 그건 가봐야 안다. 그럼 언제 내리냐? 그것도 가봐야 안다. 유시민 마냥 비트코인이 무조건 사기라고 생각하면 오류가 맞습니다. 근데 사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오류입니다. 비트코인이 좋은 거냐? 좋죠. 근데 영원하진 않습니다.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제 말은 이런 겁니다. 당신이 비트코인을 분석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어요. 근데 이거 좋다고 말하기도 나쁘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왜? 사람들에게 원리를 설명해줘봤자, 사람들의 관심은 내용에 없고 스피커에 있거든요. 인간의 본능이죠. 그래서 제대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에게 경제 이론을 말해줬더니 대뜸 나오는 말은? 그럼 무슨 주식을 살까요? 에휴.


냉정하게 봅시다. 어떤 것이 좋아졌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원상복구 혹은 더 나빠질 것입니다. 사건에는 늘 쏠림이 있기 때문이죠. 양적완화로 자산시장이 팽창했고 돈이 생겼으니 쓰기는 해야하는데 외출을 못하니 쓸데는 없고. 할 수 없이 투자나 해보자고 해서 주식도 오르고 암호화폐도 오르고 한 거잖아요. 암호화폐 가격 상승의 이유는 코로나지 암호화폐 자체의 동력이 아니었습니다. 


NFT니 하는 건 그냥 하는 소리고 사람들이 제시했던 암호화폐의 단점들은 하나도 해소되질 않았습니다. 자꾸 좋아져야 자체 동력이 있구나 할 텐데, 그게 안 보이니 기대를 접을 수밖에. 그리고 이제 코로나가 끝나가려고 합니다. 그럼 암호화폐가 무조건 조만간 망할까요? 모르죠, 그건. 또 뭔 일이 있을지. 코로나가 올 줄을 아무도 몰랐듯이. 


2017년에 크게 올랐던 것은 시장의 크기가 컸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국제시장. 한국에서 투자하고 동남아 호구한테 팔아먹고. 근데 이젠 다 알아부렀어. 다단계가 망한 건, 티비에 다단계 사기로 잡혀가는 사람이 나와서. 수법이 다 들켜버렸네? 그래도 암웨이는 꽤 괜찮았죠. 미국회사가 한국 같은 후진국에 팔아먹었으니깐. 그래도 걔네들 제품은 가끔 좋은 거라도 있었어요. 다단계가 망한 이유를 아십니까?


사실 망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애터미는 아직도 연명하고 있습니다. 주로 동네 할매할배들이 타겟이죠. 하여간 예전같지는 않으니깐 망했다고 보고, 그게 망한 이유는 그것이 마케팅 기법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기법은 수명이 짧죠. 왜? 다단계를 한다고 해서 좋은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니깐. 판매방법이지 생산방법은 아니잖아요. 결국 제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말. 


저도 처음 다단계를 알았을 때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새끼가 새끼를 치고 그 새끼가 또 새끼를 치면 난 금방 부자되겠네. 실제로 할 일 없던 엄마친구가 초창기에 다단계로 집도 사고 잘 살고 그러더라고요. 야, 그래도 한때는 잘나갔잖아? 네. 신기하고 재밌는 광고를 만들면 좀 팔리긴 하죠. 근데 곧 망해요. 요새 중국에서는 왕홍이라고 해서 SNS 인플루언서가 잘 나간다는데. 


잘 나가죠. 얼마나 갈 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잠깐 반짝 하더라고요. 이내 사기로 잡혀가더라만. 요즘 시대에 샤워기 필터 팔아서 몇 백억을 번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저도 놀랐습니다. 그걸 사는 바보들이 그렇게 많은지. 사실 20년 전에 나왔다가 망한 건뎅. 하여간 눈치있게 이게 뜨겠다 싶으면 잽싸게 치고 빠져야 하는데, 저처럼 굼벵이는 불가능. 


그럼 지금 암호화폐가 가격을 버티고 있는 이유는 뭐냐? 아쉬워서. 그리고 아직 정부가 완벽한 철퇴를 내리진 않았으니깐. CBDC를 한다고라. 어 그럼 암호화폐는 아직 유망한 건가? 뭐 대강 이런 거. 각국의 정부도 함부로 철퇴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단번에 시장이 닫히면 부작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적당히 신호만 주면서 개미들이 빠져나갈 기회를 주는 게 이 바닥 논리입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미래가 있냐? 제 글을 읽지 않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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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국궁진력

2021.05.28 (08:08:52)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이번엔 저도 제 생각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암호화폐 시장의 사짜 느낌을 부정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사짜 느낌보다 특별히 더 과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기성 때문에 퇴출되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과 그 외의 모든 코인(알트코인)으로 나뉘어진다. 비트코인은 말 그대로 '디지털 금' 성격을 가지고 되었고 그런 역할을 실제 수행하고 있다. 놀랍도록 닮아 있어요. 실제 금에 비해 손색이 있더라도 그건 10,000살 먹은 자산과 10년된 신생 자산의 차이에서 오는 갭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지금껏 내재가치가 있었거나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서 성장해 온 게 아니니, 앞으로도 그 근본없음이나 정부의 철퇴등으로 비트코인이 퇴출되기도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부도 함부로 하기 어려워졌죠. 이 바닥을 빠져나갈 기회를 주기 위해, 퇴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조치들이 행해진다기 보다는 비트코인을 (자의든 타의든) 주류로 편입시키기 위해 이런 저런 규제를 하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쪽 일을 하고 있고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는 제가 볼 땐, 금융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들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해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천지개벽 수준이죠. 


무엇이든 시작되고 성장하고 사그라지는 사이클을 비트코인에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비트코인은 이제 막 성장하는 시기지, 이제 정부의 규제때문에 점차 사그라지는 시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게 암호화폐 중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제 시각입니다. 주류 자산중에 하나로 편입되는 과정에 있는 성장잠재력이 한참 남아있는 자산군이다. (원래의 암호화폐의 목적과는 많이 엇나가 있긴 하죠) 그래서 비트코인은 미래가 있다. 


그렇게 비트코인을 빼고나면 나머지 알트코인들은 그야말로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구현될 수 있는 효용성 (1) 가치를 더 빨리, 더 싸게, 더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 (2) 경쟁력 없는 중개인 비용을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스마트 계약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자 하는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1)번과 (2)번에서 언급한 효율성의 크기가 상당합니다. 아직 시기상조인 것도 맞고 트렌드에 올라타는 사기코인들도 실제 있고요. 결국 IT 버블처럼 한 줌이 살아남겠지만 걔네들은 제 2의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나 아니냐는 제가 볼 땐 지나간 얘기고, CBDC하고도 (화폐가 아니니)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 논점이 조금 엇나간 거 아닌가 싶고, 그 외 알트코인은 그냥 벤처기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화폐는 일종의 신대륙이다.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신대륙에서 금을 발견한 셈이고, 다른 알트코인들은 금 아닌 무언가로 (옥수수, 담배, ...)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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