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인간의 모든 목적은 인간이다.
돈이고 나발이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비평이다. 여기서 갑과 을이 가름난다. 그래 넌 욕을 먹을 각오가 되어 있니? 인생의 끝까지 밀려본 인간은 안다. 누구에게도 핑계를 전가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너 왜 그랬니? 내가 누구 때문에 이랬더라? 부모한테도 좀 핑계를 대보고 내가 읽었던 글에도 좀 비판을 해보고. 그 전에는 핑계를 댄다. 책임을 지는 건 돈이나 법적인 책임일 것이라고. 근데, 내가 거지라고 치자. 난 돈이 없다. 이때 나에게 금전적인 채무가 의미가 있나? 물론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갚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채권자들이 채무자에게 욕을 한다는 것이다. 근데 왜 욕하지? 나한테 돈을 빌려주는 것이나 사업하는 사람한테 투자하는 것이나 뭐가 달라? 그게 그거 아냐? 같이 투자했으니깐 연대책임지는 게 당연한거 아냐? 넌 돈을 줬고 난 노가다를 했잖아. 내가 사기를 쳤냐? 사실 이런 말 애들이 들을까봐 겁난다. 와, 돈은 떼먹는거구나 하면 초딩이다. 하여간 원리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지 그러라는 말이 아니다. 망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아무튼 그럼 어쩔 건데? 돈없는 놈한테 개지랄 털어봐야 돈 한 톨 나오겠냐고. 어차피 못 받을 거 욕이나 실컷 하자. 이런 식으로 간다. 야. 근데 이거 우습지 않아? 왜 내가 욕먹는 거지? 시바 같이 합의했으니깐 빌려주고 쓰고 한 거지. 나도 내가 이렇게 망할 줄 알았나?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돈을 안 빌려주고 아무도 사업 안 하고 하면 세상 참 잘 돌아가겠다. 누군가는 질러야 하는 거 아냐? 누군가는 허황된 꿈을 꾸고, 없는 가능성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냐? 그래서 지식인이라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남보다 더 많이 알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사회를 향해서 한 마디라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첨부터 어떻게 잘하나? 첨에는 누구나 어설픈 게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지르는 놈이 계속 지른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아무도 안 지르니깐. 내가 지르고 내가 욕먹지 뭐. 실수? 실패? 그딴 거 어차피 욕먹으면 끝날 일 아닌가. 혁명의 최전선에 선 사람이 가장 먼저 죽는다. 주동자가 늘 체포되고 옥살이 한다. 근데 아무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것을 봤으면 누군가는 그것을 말해야 하잖아. 눈깔 달린 내가 하필이면 재수 없게 그걸 봤잖아. 사회에 비판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민주당이 지르고 국힘당이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근데 이왕이면 욕하는 쪽 보다는 욕먹는 쪽이 좀 낫지 않겠나. 을보다는 갑이 낫지. 도미노의 마지막 보다는 첫 돌이 되어 확 밀어버리자. 왜 밀었냐고? 다들 가만히 있데. 잘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지르냐고? 뭐 날 때부터 잘하나? 그냥 하다보니 잘하게 되는 거지. 아, 핑계 하나 찾았다. 나는 내가 잘하는 줄 알았지. 근데 그러다가 죽는 거 아니냐고? 글쎄. 생각보다 사람이 잘 안 죽더라고. 나대고 살다보니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는데, 뭐 순전히 운으로 살았더라고. 20대 때 술먹다가 몇 번을 죽을 뻔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