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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26 vote 0 2021.04.29 (19:27:45)

    원인과 결과


    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 꼬리는 인과의 꼬리다. 사건은 인과율로 추적된다. 근대과학은 수학에 기초하고 수학은 인과율에 근거를 둔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은 인과다. 인과율 하나가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해명에 있어서 우리가 아는 개념은 원인과 결과 두 단어 뿐이다. 너무 단조롭지 않은가? 사건의 내막은 복잡한데 말이다. 이는 사건을 외부에서 피상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건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해명하려면 사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원인과 결과는 시간적인 순서다. 구조론은 인과를 공간적 방향으로 확대한다. 원인과 결과는 시간차 없이 동시에 성립한다. 이긴 팀과 진 팀은 동시에 결정된다.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동시에 성립한다. 찌르고 난 다음에 찔린게 아니라 찔렀을 때 찔린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은 동시에 존재한다. 원인이 작용하고 한참 뒤에 결과가 반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주먹으로 벽을 친다면 벽도 주먹을 친다. 도장을 찍는다면 찍은 자와 찍힌 자는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이 깨달아야 할 구조론의 일의성이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일의성을 이해해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을 한 줄에 꿰어낼 수 있다. 세상을 통짜 덩어리로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의 승자가 결정될 때 패자도 결정되는 것이며 거기에 시간차는 없다. 승자는 원인측이고 패자는 결과측이다. 승자는 때리고 패자는 맞게 된다. 


    승자가 패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원인이 결과를 결정한다. 어디가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결정한다. 우리는 시간차를 두고 인과를 확인하지만 이는 외부 관찰자의 입장이다. 고립된 우주공간에 둘만 있으면 어느 쪽이 작용인지 판정할 수 없다.


    내가 상대방쪽으로 다가가는지 상대가 내쪽으로 다가오는지 판정할 수 없다. 주사위를 던진다. 홀 아니면 짝이다. 둘은 동시에 결정된다. 원인이 결정될 때 결과도 결정된다. 우리가 인과를 시간적 순서로 착각하는 이유는 패자는 대부분 말이 없기 때문이다. 


    승자가 인터뷰를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승자의 입장을 먼저 듣고 패자의 입장을 나중에 듣는다. 승자는 능동이고 패자는 수동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승자가 먼저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 바둑은 하수들이 먼저 공세를 취하다가 이창호에게 막히더라만.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이기는 자가 먼저 움직이는게 보통이다. 사슴이 먼저 사자에게 달려드는 일은 없다. 원인이 먼저인건 경험칙에 불과하다. 엄밀한 과학은 아니라는 말이다. 관측방법의 문제다. 우리는 변화를 ->로 생각하지만 이는 외부에서의 관측이다. 


    내부에서 보면 의사결정은 에너지의 확산<- ->을 수렴 -> <- 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계는 코어를 형성한다. 변화는 코어의 이동으로 일어난다. 그것이 의사결정이다. 코어는 ->와 <- 가 마주치는 접점이다. 대칭된 둘은 코어를 공유한다. 토대의 공유다. 


    인과율로 해명되는 자연의 모든 변화는 에너지의 확산<- ->을 수렴-> <-으로 바꾸는 것이며 대칭을 비대칭으로 바꾸는 것이다. 먼저 대칭을 만들고 다시 거기서 비대칭을 만든다. 우리는 외부의 제 3자 위치에서 관측하지만 의사결정은 사건 내부에서 일어난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더 큰 단위의 내부다. 형제간의 다툼은 가족이라는 축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건의 원인은 공유하는 공간에 있다. 두 마리 닭이 서로 쪼아댄다. 닭에게 물어보자. 왜 쪼았니? '쟤가 먼저 쪼아서.' '쟤가 째려봐서.' 이러면 답이 없다.


    닭장이 비좁기 때문에 쪼아댄 것이다. 닭장이 원인이다.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집단 무의식에 의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려면 주변을 보면 된다. 그 주변에 비슷한 인간이 잔뜩 있다. 금태섭 주변에는 검사들이 많고 조응천 주변에도 많다.


    윤석열 개인의 욕망이나 의지나 어떤 동기가 원인이라고 보는 관점은 틀렸다. 대개 주변에서 이끄는대로 끌려가는 것이다. 환경에 지배된다. 인과율을 시간순서로 좁혀 보는 관점은 사건 외부에서의 피상적 관찰이고 사건 내부의 메커니즘을 보면 완전히 다르다. 


    사건은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핵심부에서 일의적으로 동시에 일어난다. 사건은을 일으키는 공간적 구성을 살펴야 한다.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두 사람이 한 배를 타고 있다. 한 사람은 이물에 앉고 한 사람은 고물에 앉는다. 서로 상대방을 탓한다. 쟤가 움직였어.


    배가 움직인 것이다. 파도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이물이 움직였기 때문에 고물이 움직인게 아니다. 투수가 던졌기 때문에 타자가 친 것이 아니다. 그 전에 시합이 열려 있었다. 인과에 순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건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로 진행한다.


    질이 원인이고 입자가 결과, 입자가 원인이고 힘이 결과, 힘이 원인이고 운동이 결과, 운동이 원인이고 량이 결과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사건의 증폭 때문이다. 큰 전쟁이 일어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니다. 이미 일어나 있다.


    냉전이 지속되다 어느 순간 우발적으로 격발되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진앙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론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단층면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지진파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해도 이미 지진은 일어나 있는 것이다. 


    원인은 외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사건 내부 메커니즘이다.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경우 더 큰 단위의 닫힌계를 찾아야 한다. 더 큰 단위의 내부다. 쌍방이 공유하는 토대가 움직여서 사건이 일어나며 보통은 환경변화가 원인이다. 의지. 목적, 동기는 원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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