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제법무아 제행무상 파사현정 인연구조


    불교의 '제법무아, 제행무상'을 떠올릴 수 있다. 없다고 말한다. 제법도 없고 제행도 없다. 없음의 반대는 있음이다. 있음과 없음은 대칭이므로 없는 것이 있다면 있는 것도 있어야 한다. 제법과 제행의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뭐지? 파사현정을 생각하자. 


    거짓을 타파하여 진실을 드러낸다. 제법과 제행의 허상을 타파하면 드러나는 진상은 무엇인가? 석가의 답은 인연이다. 인연은 만남이다. 우주의 근본은 만남이다. 무엇을 인식하려면 만나야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만나야 세상은 이루어진다. 만남은 관계다. 


    세상은 관계다. 학자들은 그것을 상호작용으로 표현한다. 우주는 상호작용이다. 만남이든 상호작용이든 어떤 둘의 만남이고 둘의 상호작용이다. 혼자라면 만날 수 없고 상호작용할 수도 없다. 인연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둘의 만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춘향과 이도령처럼 만나고 견우와 직녀처럼 만난다. 존재는 만남이다. 그런데 함께 다니면 여러 가지로 제약받는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려면 순서를 정해야 한다. 질서가 만들어져서 법칙에 지배된다. 혼자 다니는 것은 알 수 없지만 함께 다니는 커플은 추적된다. 


    세상은 만남이다. 갇힌 만남과 풀린 만남이 있다. 만나서 커플을 이루고 함께 다니는 것과 그냥 헤어지는 것이 있다. 갇힌 만남은 함께 다니면서 법칙에 지배되므로 추적이 가능하다. 일정한 조건에서 일정하게 반응한다. 그것을 구조라고 한다. 세상은 구조다. 


    풀린 만남은 추적되지 않는다. 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에너지라고 부른다. 에너지는 운동의 원인이다. 뭔가 있는데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것이 에너지다. 에너지는 풀린 상태지만 조건을 부여하여 갇힌 상태로 바꾸면 구조로 도약하므로 추적할 수 있다.


    에너지의 갇힌상태냐 풀린상태냐를 따지는 것이 엔트로피다. 즉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태로 바꿀 수 있다. 솔로는 알 수 없지만 커플은 알 수 있다. 솔로는 어디에 짱박혀 있는지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커플이 있는 곳은 뻔하다. 알 수 있다.


    구조는 원자와 비슷하지만 원자가 아니다. 원자는 솔로지만 구조는 커플이다. 둘의 얽힘이다. 만나서 얽힌다. 대칭에 의해 구조는 만들어진다. 구조는 둘이 함께 다니므로 강하다. 강하므로 이긴다. 이겨서 살아남는다. 세상은 그렇게 살아남은 것으로 되어있다.


    세상은 원자의 집합이 아니라 만나서 충돌하고 이겨서 살아남아 모습을 드러내는 튼튼한 구조들과 져서 모습을 감추고 에너지로만 파악되는 찌꺼기로 되어 있다. 세상은 고유한 성질을 가진 원자가 아니라 원자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한 그 무엇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변화와 운동과 대칭과 구조와 사건과 계와 에너지와 관계다. 그것은 만남이다. 존재는 고유한 성질을 가지는게 아니라 어떻게 만나는지에 따라 2차적으로 성질을 부여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만남의 형태를 바꿔서 성질을 바꿀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 


    다룰 수 있다. 다스릴 수 있다. 추적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있고 증명할 수 있고 알 수 있다. 단 그냥은 안 되고 구조로 엮어야 파악된다. 구조로 엮는 방법은 계에 가두어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지만 집단을 이루면 명백해진다. 


    집단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마음은 알 수 없다. 개의 마음은 알 수 있다. 고양이는 혼자 돌아다니지만 개는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함께 다니는게 이긴다. 이긴 것만 살아남는다. 생물과 같다. 이긴 것들만 주변에 존재한다. 


    진 것들은 죽었다. 멸종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 존재의 성질은 이기는 성질이다. 그것은 에너지의 효율성이다. 존재는 효율적인 구조를 가졌다. 비효율적인 것은 깨져서 죄다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은 언제나 안정되려고만 한다. 


    안정된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이면 이긴다. 이긴다는 말은 의사결정이 자기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말이다. 외부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면 깨진다. 깨지면 죽는다. 세상은 이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둘의 대결에서 이기는 길은 외길이므로 성질을 알 수 있다. 


    이기거나 진다. 존재의 성질은 이기는 성질이고 이기는 조건은 다섯이다. 이기려면 대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2가 1처럼 행세하므로 주변보다 효율적이다. 대칭을 조직하는 방법은 다섯이 있다. 다섯 가지 대칭은 순서대로 적용된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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