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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05 vote 0 2020.12.08 (21:00:31)

         

    대화와 타협은 원래 안 된다


    중국의 기록에 의하면 심유경은 천민 출신으로 세 나라를 동시에 속여 먹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되어 있다. 세 치 혀로 임금을 속였다. 과연 그럴까? 우리 순진하지 말자. 대국이 자존심도 없이 일본과 협상하려 했다는게 쪽팔려서 모든 책임을 심유경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심유경은 그냥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 춘추시대의 장의와 소진도 유명 외교가인데 역시 악명이 따랐다. 6국의 왕을 속여서 재상이 되었다는 악평이 따라다녔다. 변설가, 종횡가를 너무 나쁘게 보면 안 된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청동기에서 철기로 문명이 바뀐 것이다.


    유목민이 풀무를 사용한다. 서쪽의 앞선 문물을 진나라가 먼저 받아들여 강성해진 것이다. 외교가의 세 치 혀가 잘못된게 아니고 진나라가 점점 강성해진게 문제다. 힘을 얻으면 모든 약속이 무효가 된다.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되는데 그런 아름다운 일은 역사에 많지 않다.


    대화와 타협의 성공사례는 역사에 거의 없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그러하다. 사회의 다른 분야는 상부구조가 있고 중재자가 있는데 정치판은 그게 안 된다. 결국 얼굴 붉히고 총질을 하게 된다.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은 히틀러에게 속은 희대의 멍청이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할 당시 독일 내부사정은 엉망이었다. 도저히 전쟁할 상황이 아니었다. 군부에서는 비명을 질렀다. 독일은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해진 것이다. 언제부터? 그때부터. 강해서 이긴게 아니라 이겼기 때문에 강해진 것이다. 영국, 프랑스가 독일 사정을 알았다면?


    폴란드 함락 직후 가짜전쟁이니 하면서 시간 낭비 말고 바로 독일을 짓밟았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독일은 전차가 많지 않았다. 상황이 계속 변한다는 말이다. 일본은 개화기에 여러 차례 내전을 벌여서 강해졌다. 중국은 양무운동을 하며 나름대로 개혁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조선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착각에 빠졌다. 청나라를 발라버린 프랑스와 미국을 조선이 혼쭐내다니. 북한은 미국을 이겼다는 착각 때문에 망가졌다. 가부간에 확실해져야 한다. 일본은 원자탄 맞고 확실하게 망했기 때문에 정리가 되었다. 독일은 1차대전 때 애매하게 졌다.


    2차대전으로 기어이 뒤탈이 났다. 대화와 타협은 원래 잘 안 된다. 이는 에너지의 속성이다. 에너지는 쏠림현상이 있기 때문에 애매한 상태로 굴러가지 못한다. 프랑스의 미라보는 왕과 민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다가 망했다. 그는 혁명가였다. 그런데 잘 안됐다. 다 결과론이다.


    안되니까 책임을 미라보에게 뒤집어씌운다. 배신자라고 모함한다. 지롱드당은 애매해서 잘 안되었다. 러시아의 맨셰비키도 중간에서 포지션이 애매해서 잘 안되었다. 장개석도 마적들과 애매한 관계여서 망했다. 링컨이 남북전쟁으로 백만의 희생을 각오한 것이 아니다.


    대화로 풀려고 했는데 일부에서 테러를 저지른 거다. 마을을 불 지르고 훼방을 놓는 자가 있었기 때문에 링컨도 강경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전쟁이 4년을 끌고 수십만의 젊은이가 죽게 될 줄 몰랐다. 6월 항쟁 때 신한민주당의 이민우 총재는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했다.


    눈치가 9단인 김영삼이 이민우를 미는 척하다가 배신했다. 김대중이 협상하러 보낸 김상현도 중간에서 잘 안 되었다. 원래 안 된다. 이쪽저쪽의 극단파들이 처음에는 중재와 협상을 부탁하다가 성과가 보일 것 같으면 갑자기 틀어버린다. 협상이 될듯하면 어떻게든 깽판을 놓는다.


    이게 다 아베한테 양보한 박근혜 때문이다 하고 옴팡 뒤집어 씌운다. 아베 역시 배신한다. 위안부 합의문에 불가역적이라는 말을 집어넣고 그것을 이용해서 박근혜를 탈탈 털어버린 것이다. 왜? 협상에서 상대가 양보하면 두렵다.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수 있었는데 실수다.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양쪽에서 배신 들어간다. 처음에는 양쪽 진영이 다 상대방 때문에 협상이 안 될 것을 걱정하다가 상대방이 양보하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화를 낸다. 항상 이런 식으로 된다. 왜? 그게 에너지다. 협상은 원래 믿을게 못되는 것이다.


    에너지의 일은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는게 아니라 문제해결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과 타협은 시스템 건설에 방해가 된다. 정책을 어떻게 하고 개혁을 어떻게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깨어있는 시민의 결집된 힘을 만들어가는 절차가 중요한 것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잠든 시민을 깨우는 장치에 불과하다. 주체의 형성이 중요하다.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자체 역량의 강화가 중요하다.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안 된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싸우는게 아니다. 전사는 24시간 전시상태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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