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찾아서 하는 행정가 타입의 인물이다. 한국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낸 것이다. 정주영은 주변환경을 잘 이용하는 전략가 타입의 인물이다. 그는 안정을 추구하는 선진국이 놓치고 있는 허점을 찾아 개도국답게 과감한 모험을 시도했다. 김우중은 개인기를 발휘하는 장사꾼 타입이다. 자신의 놀라운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천재형 수완가 김우중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 어려워지고, 영웅형 보스 정주영은 선진국과 외교가 틀어지거나 내부적으로 팀이 깨지면 어려워지는 불안요소가 있었다. 노력형 모범생 이건희는 열심히 해야 성공하는 분야에서 진짜 열심히 했다. 이거 어려운 거다. 남들이 정경유착으로 땅 짚고 헤엄칠 때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여 곰처럼 한 우물을 판 것이다. 이건희가 열심히 일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표피만 보면 정주영과 김우중이 더 고단수다. 구조론적으로 그렇다. 팀을 거느리는 정주영 스타일이 질에 가깝고 원맨쇼 김우중 스타일은 입자다. 사람을 관리하는 이건희는 힘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병철+이건희다. 질은 결합하여 정주영의 드림팀을 만들고 입자는 독립하여 김우중의 수완을 발휘할 때 힘은 교섭해야 한다. 교섭한다는 것은 한 번 구조를 세팅해놓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한다는 것이다. 정주영이나 김우중 방식은 결정적일 때 사운을 건 의사결정으로 크게 먹는 것이고 이건희 방식은 꼼꼼하게 관리하며 계속 먹는 것이다. 질은 세팅하고 입자는 결정하고 힘은 계속 힘을 써야 한다. 타고난 천재 김우중은 자아도취에 빠져 김용옥과 놀았고, 난세의 영웅 정주영은 부하들의 아부에 넘어가더니 대통령병 걸려서 한눈을 팔았다. 김우중과 정주영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는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반도체라는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분야였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어떤 사각지대를 찾아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하면 되는 그런 분야가 아니다. 사실 김우중이나 정주영의 방법은 탁월하다. 그러므로 뽀대가 난다. 신문기자가 따라붙는다. 명성을 떨치는 것은 김우중이나 정주영이지 이건희가 아니다. 그들은 한눈팔았다. 구조론으로 봐도 이건희는 격이 낮다. 그러나 김우중의 천재적인 감각은 시간이 갈수록 촉이 떨어진다. 대우가 몰락한 것은 순전히 김우중이 나이를 먹어서 촉이 둔해졌기 때문이다. 정주영의 보스기질은 환경과 어긋나면 순식간에 망한다. 대북사업하다가 망한 것이 그러하다. 정치가라면 몰라도 기업인은 이건희가 낫다. 김우중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상대가 맞대응하기 때문이다. 정주영 방식은 모 아니면 도다. 리스크가 따른다. 중공업은 다른 나라의 견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건희 방법은 외풍을 타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정치는 정주영식으로 해도 되고, 학문은 김우중식으로 해도 되는데, 사업은 이건희처럼 해야 한다. 정치는 리스크를 감수해도 되고, 학문은 원맨쇼를 해도 되는데, 사업은 꼼꼼하게 안정적으로 해야만 한다. 도박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성을 탐해서 허세를 부린다면 곤란하다. 필자가 10여 년 전에 LG화학이 뜬다고 예견한 적이 있다. 한국인의 기질과 맞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가끔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는데 그런 한국인에게 적당한 분야가 화학 분야다. 구글이나 애플이나 테슬라는 천재가 붙어야 한다. 노벨상 소식 없는걸 보면 한국인은 못 한다. 독일이나 일본의 기술은 기본기가 되어야 한다. 매뉴얼을 꼼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은 덤벙대기 때문에 안 된다. 세계적인 천재도 아니고 성격이 꼼꼼하지도 않으면 감각이라도 뛰어나야 한다. 직관력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분야가 경우의 수가 많은 화학분야이다. 매뉴얼 만들려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삼성이 잘하는 이유는 시간단축을 잘하기 때문이고 남들 4년 걸릴 것을 2년에 해내기 때문이다. 화학공정은 경우의 수가 많아 꼼꼼하게 체크하려면 무한히 시간을 잡아먹는다. 성질 급한 한국인이 나서야 한다. 김우중이 잘한 것은 김우중 혼자 잘한 것이고, 정주영이 잘한 것은 정주영의 리더십에 부하들과의 팀플레이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것이다. 삼성이 잘한 것은 한국인의 기질에 맞는 분야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시킨 일만 하거나 매뉴얼만 고집하는 부족민 사고로는 실패한다. 일단 타자로 보고 훼방을 놓는 게르만족 특유의 부족주의 사고방식으로는 화학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한 분야에만 올인하는 장인정신의 일본으로 성과를 내지만 속도를 내기 어렵다. 속도와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매뉴얼 없이 고수의 촉을 믿고 가야 한다. 천재형 미국과 완벽주의 일본과 감각파 한국의 삼각대결이다. 미국은 탁월하지만 첨단분야에 한정되고, 일본은 완벽하지만 느리고, 한국은 가성비 되면서 빠르다. 현대차가 속도에만 집착하면 대규모 리콜이 따라온다. 빠르면서도 리스크가 적은 분야를 삼성이 찾아낸 것이다. |
놀랍군요. 한국의 화학계는 세계적 수준이고, 반도체 웨이퍼공정도 화학. 나오입자 공정도 화학. 이는 마치 고려 조선의 청자 백자 도공과 유사. 단 실험실에서 밤을 세워야... 하지만. 팀으로 밤새우는게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