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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리의 난이 일어나다

『권위주의를 포기하므로서 노무현의 앞길은 험난해졌다. 조중동은 한국에서 권위주의 없이는 안된다는 가설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조이기와 풀어주기를 반복하는 고도의 항해술이 필요하다.』


왕조시대에 정권이 바뀌면 궁인들은 출궁하여 사찰의 비구니가 되거나 아니면 사가로 돌아가서 평생 수절하는 것이 관례였다. 혹 유력자의 첩이 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적발되면 떡이 되도록 곤장을 맞아야 했음은 물론이다.

세종 즉위 초였다. 태상왕 정종도 살아있었고, 태종 이방원은 상왕으로 물러앉긴 했으나 군권을 내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세종으로서는 층층시하에 시집살이 하는 격이었다. 변덕이 심한 태종 이방원이 언제 왕위를 도로 내놓으라고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한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떠 있는 형국이었다.

그때 궁인들 중에 숙빈박씨 상천과 희빈정씨 균환, 귀인한씨, 화갑들이 있었는데 상왕의 총애를 받은 후궁들이었다. 이들은 신왕이 등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구니가 되기는 커녕 궁녀들을 모아 파당을 조직하고 신왕을 험담하며 온갖 해꼬지를 일삼았으니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었다.

보다 못한 선비들이 연일 상소를 올려대니 마침내 옥사가 크게 일어나 지밀나인 박씨 지원이 의금부에 붙들려가고, 무수리 노갑, 새끼상궁 옥두들도 달려들어가서 곤장을 맞거나 관비로 박히는 등 한동안 궁중은 바람 잘날이 없었던 것이었다. 야사로 전해 내려오는 무수리의 난이다.


조흥은행 파업 타결의 이면
극심한 눈치보기 끝에 임시봉합된 조흥은행 파업이 여러 가지 시사점들을 던져주고 있다. 하마터면 노무현정권 5년간의 국정파트너로 민총과 한총 중 하나가 결정될 뻔 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조흥은행 파업이 어떻게 될건지 필자에게 물어오곤 했는데 필자의 답은 『며칠내로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왜? 한총이 노무현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반대급부를 얻어내긴 했지만 본질에서 조흥은행이 지는 게임이었다.

만약 한총이 끝까지 노무현을 굴복시키려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민총을 배려한 바 있는 노무현이 한총과의 결별을 결심해 버리는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한총의 지도부가 받는 타격이 너무나 크다.

더구나 지금은 집권 초반기가 아닌가? 집권 말기도 아닌데 한총이 한나라당에 줄을 대서 생기는 소득이 있을리 만무하고.

본질은 내년 총선이다. 민총이건 한총이건 총선까지는 입장을 유보하는 것이 정석이다. 노무현은 이 점을 활용해야 한다. 민총과 한총 사이에서 등거리 정책을 쓰는 것이다. 사실이지 이번에 민노당은 조흥은행의 파업에 대해 생깠다고 봐야 한다.

민노당이 가세하여 연대파업으로 노무현을 압박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노무현이 민총과 결별하고 한총과 붙어먹는 수가 있다. 그 경우 장기표의 사민당이 뜨고 민노당이 피곤해진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재미를 본 민총이 은근히 노무현을 도운 것이다.

제철 만난 듯이 날뛰는 조중동
조흥은행 뿐 아니라 줄줄이 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조중동이 노무현정권을 제 2의 장면정권으로 만들기 위하여 제철을 만난 듯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민총도 한총도 총선을 앞둔 지금 노무현을 적으로 돌려서 이로울게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끝장보기 파업으로 가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DJ정권은 노조를 귀찮은 존재라고만 여겼지 이들을 적극 포용하여 이용할 생각은 않았다. 반면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는 노무현은 숙명적으로 노조를 안고가는 수 밖에 없다. 이이제이 정책으로 간다. 민총과 한총이 서로 견제하게 하는 고도의 두뇌플레이를 당분간 계속해야한다.


추미애의원의 이의제기와 강준만의 충고
추미애의원이 노무현에게 따지고 든다고 말들이 있는가보다. 추의원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다. 중요한건 이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정치』라는 점이다.

기업의 CEO라면 독단적인 결정도 좋다. 그러나 정치가의 방법은 달라야 한다.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나를 따르라』는 식의 독선을 저질러서 안된다. 정답이 아닌 다른 길들도 모두 한번씩 체크는 해보고 넘어가야하는 것이 정치다.

추미애의원의 체크사항도 그런 면에서 유의미하다. 유시민의원에 대한 강준만의 충고도 마찬가지다. 『짚어줄건 짚어주고 넘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진중권식 독단은 곤란하다.

정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소소한 불일치들은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에서 용해된다. 특검 또한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절차에 불과하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특검을 거부하라는 말도, 특검을 연장하라는 말도 정치가더러 정치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무현과 DJ는 합작한다. 뒷구멍으로 이간질이나 일삼던 구주류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다. 왜? 둘은 천재이기 때문이다. 하수는 아무데나 두지만 고수는 정석대로 둔다. 천재들의 선택은 정해져 있으므로 예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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