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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86 vote 0 2020.08.25 (16:10:09)

  

    구조론과 철학


    구조론은 수학이면서 한편으로 철학이다. 수학이 바뀌면 철학도 바뀌어야 한다. 뉴턴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그의 수학은 세상을 바꿨다. 뉴턴의 수학이 계몽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이후 무신론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정작 뉴턴 자신은 죽을 때까지 연금술에 빠져 있었지만 말이다.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태도를 버리고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태도가 계몽주의다. 아인슈타인의 아이들도 아인슈타인이 지켜온 선을 아득히 넘어버렸다. 그런 식이다. 세상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아니다. 세상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따르라. 우리는 세 가지 태도를 견지하게 된다. 하나는 회의주의다. 그들은 팔짱 끼고 냉소한다. 둘은 계몽주의다. 그들은 잠든 자를 일깨우고 게으른 자를 독려하며 전진한다. 세 번째는 극단주의다. 후과는 나몰라라 하고 명성만 탐하여 폭주한다.


    인류에게는 천장이 있다. 한계가 있다. 뉴턴이 가볍게 천장을 깨뜨렸다. 뉴턴 자신은 움츠려 있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도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소심한 아스퍼거인이었다. 그러나 뉴턴의 수학을 배운 사람들은 천장을 뚫고 2층으로 올라갔다.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폭주하고 좌절했다. 아인슈타인 이래로 뉴턴 시대의 기계론적 세계관, 결정론적 세계관은 타격받았다. 계몽주의는 한계에 직면하였다. 계몽주의 후과가 전체주의 득세다. 인류는 다시 소심해졌다. 그것이 탈근대 사상이다. 오지랖 넓은 개입을 자제하고 제 앞가림이나 하자는 사상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태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누구도 인류의 스승의 역할을 하지 않으니 라즈니쉬나 마광수, 류시화 같은 자들이 히피짓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구조론이 또 한 번 천장을 뚫는다. 인류의 한계를 극복한 거다. 또 다른 계몽주의, 또 다른 개입주의가 요구되는 판이다.


    인류는 다시 타인의 삶에 참견할 빌미를 얻었다. 얌마.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공자 말씀 새겨들어.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이게 정답이라구. 뉴턴 이전에 인류는 위축되어 있었다. 종교의 압제에 질식해 있었다. 뉴턴의 아이들은 뉴턴이 뚫어준 천장을 통과하여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보들을 매우 호통쳤다. 인생을 왜 그따위로 살지? 뉴턴 형님이 답을 제시했잖아. 어두운 주술의 세계를 버리고 밝은 과학의 세계로 나오라구. 문제는 오버가 지나쳐서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 파시즘의 폭주로 치달은 거다. 지나친 자신감과 지나친 간섭과 지나친 개입이다.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 이면에는 과학혁명에 대한 전율이 있다. 눈부신 과학의 성과에 흥분한 거다. 그들은 일제히 극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켜 폭탄 맞고 죽었다. 남보다 한발 앞서 신무기, 신기술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공계의 기술이 아니라 인문계의 소통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 잘하는 사람이 득세했다. 그래서? 인류는 다시 소심해졌다. 경거망동을 삼가고 흥분 가라앉히고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성 타령 하면서 일제히 바보가 되어갔다. 그리고 인터넷 혁명을 맞이했다.


    간 큰 사람이 다 먹는 세상이 열렸다. 다시 한번 인류는 무기를 손에 쥐었다. 타인에게 참견할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 성소수자니 정치적 올바름이니 하면서 다들 신나서 남의 인생에 참견한다. 폭주하고 있다. 떠벌이고 있다. 웃기고 자빠졌다. 큰 장이 섰다. 하긴 2500년 전에도 그랬다.


    석가와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일제히 등장한 것이다. 그들은 엘리트를 양성했다. 예수는 다르다. 민중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서구가 발전한 것은 플라톤의 엘리트주의와 기독교의 일신교가 절묘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엘리트와 민중이 등을 돌리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한 거다.


    중국은 엘리트의 유교와 민중의 도교가 융합되지 못했다. 인도는 카스트로 망가졌다. 엘리트와 민중의 결합은 엘리트를 하향평준화시킨다. 계몽주의는 신엘리트주의라 하겠다. 다시 엘리트가 들고일어나서 민중을 야단친 것이다. 너희들은 그렇게 살지 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구.


    ‘왜 우리가 정신차려야 되는 거지?’ ‘과학을 보라구. 눈부시잖아. 뉴턴 형님 이야기 소문 못 들었어?’ ‘흥! 별것 아니구만. 마녀가 날뛰고 있는 시대에 과학이 무슨 소용이야?’ ‘뭐시라? 이것들이 기관총 맞을 봐야 과학을 믿을라나.’ 이렇게 된 것이다. 폭탄맛을 보고 민중은 정신차렸다.


    그리고 또 폭주했다. 또 다시 개판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침울해졌다. 지식인들은 반성한다며 찌그러졌다. 그사이에 전광훈 같은 또라이가 주름잡고 박근혜와 같은 정신병자가 형광등 100개를 거느렸다. 인류는 다시 주술사의 시대로 퇴행해 버린 것이다. 왜 인류는 이모양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IT혁명을 맞아 인류는 다시 한 가족이 되었다. 70억 인류가 같은 방송을 보는 시대다. 2500년 전에 공자와 소크라테스와 석가의 계몽주의가 있었다. 그들이 엘리트를 발명했다. 300년 전에 뉴턴에 의해 죽은 계몽주의가 일어났다. 엘리트의 폭주는 양차세계대전으로 끝났다.


    인류는 다시 침울해졌고 주술사와 변태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환빠와 개독과 음모론과 라즈니쉬와 류시화가 개판 쳤다. 진중권이 부화뇌동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다가 인류는 다시 한번 강력한 한 방을 손에 쥐게 되었다. 엘리트주의는 강력한 한 방 때문에, 곧 폭탄 때문에 뜬 것이다.


    프리츠 하버가 비료와 폭탄을 생산했다. 인류를 구원하고 동시에 인류를 죽였다. 한 방이 있으면 군중은 엘리트를 주목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한 방을 보여줬다. 일론 머스크도 한 방을 손에 쥐었다. 손정의에 마윈이 붙는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또 다른 한 방이 나오지 말란 법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08.26 (11:20:49)

그레이트휠 속에서 영원회귀하고 있지만, 되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전과 응전 속에 인권의 진보가 이뤄져왔으니까요.

 

뉴턴이 수학과 물리의 근대적 기초를 세웠음에도 연금술에 빠져있던 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의 존재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금술에 대한 집착은 물리적 접촉이 없이도 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만유인력법칙을 깨닫게 한 것과 맥이 닿아 있고, 이는 전자기력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이끌게 됐습니다. 본류개념의 합리론과 실용의 경험론은 칸트에 의해 잡탕이 된 인식론으로 정립되지만, 이때까지도 철학은 신을 부정하지 못합니다. 니체의 은유와 비유 속에 비로소 신이 부정당하면서 무신론은 절대정신을 빙자한 전체주의의 파쇼, 인종주의의 나치에 의해 이용당합니다. 데카르트와 뉴턴에 의해 촉발된 기계주의적 사고는 주체의 힘과 엘리트의 역할이 강조된 모더니즘과 계몽주의 속에 인간의 인식을 제고했지만, 한편으로는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어쩌면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교만과 착각을 거치며 양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원인과 결과를 예측하거나 분석할 수 없고, 비논리적일 수밖에 없는 양차대전의 참혹한 결과는 유토피아를 키우던 과학과 문명의 발달에 급브레이크를 걸며, 히피와 탈근대로 숨어듭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힘겨워 하고 있는 서구 문명의 한계를 보며, 뉴턴의 수학을 너머서는 한방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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