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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65 vote 0 2020.08.10 (10:55:53)

      

    저능아 진중권


    https://news.v.daum.net/v/20200810101401686


    명절 제사든 기제사든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이 살아있다고 간주하고 제사를 지내게 되어 있다. 모든 행동을 마치 조상이 살아서 눈앞에 있는 듯이 해야 한다. 주자가례에 나오는 예법이다. 특별히 제사상을 푸짐하게 차리면 안 되고 평소처럼 해야 한다.


    제사는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대접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재현한다. 문재인은 아이들이 살아서 현장에 와 있다고 간주하고 말한 것이다. 진변태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지만 아이들이 살아있다면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은 천국에서 지켜봐 줘서, 천국에서 대한민국의 등불 역할을 해줘서 고마운 거다. ‘죽어줘서 고맙다고?’ 죽은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나? 미쳤나? 혼령과 말할 때는 살아있다고 간주하고 말을 거는게 맞다. 이런 것을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제사 이야기를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제사 지날 때 그러듯이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표현이 나온다는 말이다. 죽었으니까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한국인의 정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샘 오취리, 권민아


    제갈량을 찾아간 삼고초려 현장에서 유비와 장비는 역할을 분담한다. 제갈량은 집을 비운 척하지만 사실은 뒤켠에서 다 듣고 있다. 집을 비웠다 해도 시중드는 동자가 전말을 알려줬을 것이다. 장비는 본심을 털어놓고 유비는 미래를 약속한다. 


    장비처럼 솔직하게 본심을 드러낼 부분도 있고 유비처럼 침착하게 교통정리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화가 났을 때는 화를 내야 리스크가 잠복하지 않는다. 민중이 참았다가 갑자기 분노를 터뜨린게 트럼프 당선이라는 불상사다.


    일반 시민은 장비처럼 감정을 드러내도 되지만 엘리트가 모인 구조론 사람은 유비 역할을 해야 한다. 시시비비를 가려 원인 제공한 사람을 징벌하고 돌을 던지겠다는 식이라면 초딩이다.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떠올릴 수 있다.


    이제는 난장이라는 표현도 쓰면 안 된다. 절름발이라고 하면 장혜영에게 비판받는다. 우리는 그러한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뭔 개수작이야?' 하고 화낼 수도 있지만 화를 낸 다음에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비도 결국은 유비를 따른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도 제목 바꿔야 한다. 하여간 소설의 굴뚝청소부처럼 그 어둠의 공간에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다. 아이돌과 소속사가 굴뚝이었던 것이다. 달인 김병만이 개그맨들 군기반장을 했다면 누가 김병만에게 그것을 시켰다.


    낡은 시대의 비뚤어진 구조가 한때 못 웃겼던 김병만에게 넌 웃기지 못하니 후배들 군기라도 잡아서 밥값 하라고 시킨 것이다. 김병만에게 돌을 던진다면 온당치 않다. 보통은 소속사가 인성이 더러운 사람에게 리더를 시킨다. 그래야 통제되니까.


    후진국 특유의 패거리에 묻어가는 전략이다. 선배는 후배를 가르치고 대신 후배는 선배의 폭력을 참는다. 이제 사회는 그런 식으로 유지될 수 없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치도 선수에게 기술을 잘 안 가르쳐준다고. 


    류현진이 코치에게 기술을 물어보면 코치는 딴전을 피운다. '현진! 넌 잘하고 있어. 아주 잘하고 있다고.' 기술을 가르쳐 주며 그걸로 갑질하다가는 소송 걸리는 수가 있다. 미국이 원체 그런 나라다. 트집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트집 잡는 나라다. 


    미국 사회를 잘 모르는 한국인이 표적이 된다. 한국인 가게는 당연히 보험 안 들지. 공격 들어온다. 이게 전쟁이다. 미국 코미디가 1인 스탠딩 개그로 가는 것은 팀으로 하다가 서로 고소전 들어가서 팀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전히 팀이다.


    그러다가 한계에 직면해서 개콘 망했다. 팀 코미디를 하면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손해 보므로 똥군기를 잡는다. 일본식 만담은 보케가 웃기고 츳코미가 때린다. 류담이 선배 김병만의 머리를 때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폭력이 당연하게 된다. 


    보케 심형래는 인기가 올라가고 츳코미 임하룡은 충분한 보답을 받지 못한다. 임하룡이 살린 코미디인데 돈은 심형래가 쓸어 담는다. 그래도 그게 굴러갔다. 왜? 그때는 군기반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개콘 망하는게 당연하다. 


    옛날식으로 돌아가서 선배가 후배를 때리면 개콘 살아난다. 김성근식으로 굴리면 한화 야구 성적 오른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좋았던 시절의 미련 버려라. 아이돌 소속사는 인성이 나쁜 사람에게 리더를 맡긴다.


    왜? 그래야 통제되니까. 주먹이 되는 개그맨에게 군기반장 맡긴다. 일진 출신이 리더를 한다. 그런 비뚤어진 시스템을 11년씩 해왔다는게 잘못된 거다. 아이돌은 3년 안에 해산하는게 정상이다. 개인에게 돌 던질게 아니라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집단으로 뭘 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봉건주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개인주의로 가야 한다. 선배에게 묻어갈 일도 없고 선배가 후배를 챙겨줄 이유도 없고 각자도생이다. 선진국은 그렇게 한다. 후진국은 별수 없이 묻어가는 전략을 쓴다.


    후진국은 기술이 없으므로 한 명이 외국 서적을 번역하면 대가로 인정된다. 한 명에게 다투어 줄을 서고 묻어가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그런 짓을 한다. 화웨이는 이름부터 공산당이다. 다른 나라는 개인경쟁인데 중국은 공산당과 짜고 친다.


    국정원이 애플이나 테슬라에 직원을 잠입시켜 기술을 빼 온다면? 국제사회가 저격 들어가는게 당연하다. 팀을 이루고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은 반칙이고 용납될 수 없다. 후진국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안 된다.


    기술자가 국내에 단 한 명밖에 없다면? 모두가 그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고 섬겨야 일이 진행된다. 중국은 공산당이 교통정리를 한다. 그 한 명에게 절대권을 주고 무리한 짓을 해도 참는게 다수에게 이익이다. 한국은 장남 한 명만 대학까지 보낸다.


    딸은 중학교까지 다니고 공장에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70년대에 그랬다. 시골 지역 여자중학교 졸업식날은 구미공단 버스가 줄지어 교문에 대기했다. 현대는 경영을 그런 식으로 한다. 장남은 현대가 맡고 차남은 기아가 맡는 식으로 차별한다.


    같은 중형차라도 현대가 기아보다 옵션을 좋은 걸로 구비한다. 정신 나간 짓이다. 후진국은 그래도 되지만 선진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망한다. 선진국은 첨단에 선다. 개인이 스스로 창의해야 한다. 묻어가기 없다. 표절하기 없다. 복제하기 없다. 


    왜? 맨 앞에 선 사람은 표절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훔칠 수 있지만 미국은 훔치려 해도 훔칠 중국 기술이 없다. 선진국은 이상한 짓 하다가는 바로 소송 들어간다. 개인주의로 갈 수밖에. 이제 무리한 아이돌은 없어져야 한다. 


    소송 걸어서 모조리 파산시켜야 한다. 권력은 되도록 개인에게 주고 책임은 되도록 시스템에 묻는 것이 구조론의 '사회적 자유주의'다. 그게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도 아니고 그게 다수에게 좋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8.10 (15:18:55)

"권력은 되도록 개인에게 주고 책임은 되도록 시스템에 묻는 것이 구조론의 '사회적 자유주의'다."

http://gujoron.com/xe/1226705

[레벨:7]오자

2020.08.10 (17:52:22)

띨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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