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read 1463 vote 0 2020.08.07 (08:16:16)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까? 부분되는 언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 유튜브 과학 채널에서 어차피 인간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널리고 널린 댓글들의 숨은 전제이다.

이런 난맥을 극복하고자 과학자들은 온갖 어려운 용어들을 발명해서 제시한다. 암흑 에너지나 수십 차원이나 다중우주 따위이다. 그러면 독자들은 '음 과연 내가 짐작하기도 힘든 단어들을 사용하는 군'거리며 보다 신빙성을 느낀다.

혹은 아직도 불만족하여 더 끝판왕되는 'ㄴㅇㄹㄷㅈㅂㅊ' 같은 말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사실 자신이 뭐에 불만인지도 잘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지 공간이라는 말에는 공간이 없다. 그러므로 애초에 단어 하나 가지고 꼬투리 잡을 이유도 없다.

구조론에 따르면 인간은 숫자를 말하지만 진법을 복제해낸 거다. 마찬가지로 단어를 말하지만 문법을 복제해내어 그 단어가 뜻을 가지게 한다. 동등한 단어들의 나열은 합이다. 그런데 그 단어들이 문법에 맞추어 나열된다면 그건 곱이다.

부분의 합식은 여전히 부분이지만 부분의 곱식은 전체에 대한 묘사이다. 교환법칙이나 결합법칙이 성립하지 않도록 정의된 곱셈은 그 자체로 문법을 가리킬 수도 있다. 두 단어의 나열이라도 그 순서가 바뀌면 전혀 다른 전체 의미를 가르킬 수 있다.

숲의 피아노와 피아노의 숲은 다르다. 숲과 피아노나 피아노와 숲은 같다. 유튜브 댓글의 포기주의는 합의 교환법칙이라는 순환에 갖힌 답답함이다. 무한순환 무한교환은 공짜라서 좋을 듯 하지만 사실 값어치가 없다는 말과도 닿는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6390
2017 스마스마에 출연한 고르바초프 image 양을 쫓는 모험 2010-03-23 7448
2016 언어의 의미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6-10-01 7440
2015 질문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image 24 김동렬 2013-01-11 7432
2014 남극빙어와 진화 4 다원이 2009-04-14 7424
2013 붉은 수수밭 image 김동렬 2013-10-23 7412
2012 최악의 디자인 제네시스 image 3 김동렬 2013-11-14 7377
2011 척력. 2 아제 2010-07-14 7359
2010 비움과 채움의 균형잡기 image 3 ahmoo 2009-05-14 7358
2009 바둑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3 오세 2010-07-15 7345
2008 안녕하십니까? 감히 요청드립니다. 20 나투나 2010-07-21 7330
2007 같다와 다르다. 2 아제 2010-07-28 7326
2006 구조론적 언어진화론의 가능성 4 LPET 2009-11-15 7317
2005 MSG는 유해한가? 9 김동렬 2013-03-04 7316
2004 서정윤 시인은 왜 망가졌을까? 3 김동렬 2013-11-20 7313
2003 김동렬님께 질문이 1 나그네 2008-01-26 7286
2002 라운키에르 식물 생활형 분류 챠우 2015-01-14 7270
2001 격투기에 관한 구조론적 해석 image 2 양을 쫓는 모험 2011-10-02 7269
2000 생물의 진화 image 5 김동렬 2013-11-12 7244
1999 깨달음을 그리다 영번역 두 번째 image 15 ahmoo 2010-01-18 7243
1998 한글의 과학성 김동렬 2012-10-30 7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