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하나다. 당신이 내게 말을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가만있는 사람의 어깨를 잡고 얄궂게 생긴 얼굴을 무지막지하게 들이미는가? 무례하지 않은가? 부족민에게 함부로 말을 걸다가 목이 잘리는게 보통이다. 식인종에게 먹힐 수도 있다. 그런데도 당신이 겁도 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게 뭘까? 이념이다. 이념은 인간이 일면식이 없는 타인에게 말을 거는데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혹은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뛰어드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게 있어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고 낯선 곳에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고 또 어떤 벌어진 일에 가담할 수 있다. 이념이 없으면 '너 뭐야? 꺼져!' 이렇게 된다. 도대체 무얼 믿고? 당신은 도무지 무엇을 믿고 세상을 향해 함부로 말을 거는가? 그것은 게임이다. 당신은 게임을 믿는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맞대응할 수 있다. 상대가 산적이든 해적이든 마적이든 당신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게임에 참가하려면 그러한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념이다. 이념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말을 걸어갈 수 있다. 여러 가지 이념이 있는게 아니고 그냥 이념이 있는 것이다. 이념이란 게임에 참가하는데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동물은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룰을 정하고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맞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게임할 수 있다. 맞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룰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이념이다. 게임에 참가해서 내게 어떤 이익이 주어지지? 만약 이익이 없다면 인간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게임의 대전제는 참가자 모두의 이익이다. 혹자는 사회계약설을 주장하고 천부인권을 주장하지만 그런거 없다. 누구도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도장 찍어준 적 없다. 인간은 그저 게임의 법칙을 믿고 말을 건다. 사회계약설이니 천부인권이니 하는 것은 레토릭이 딸리는 자들이 적당히 둘러댄 것이다. 개코나.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아. 초딩이냐? 얼어죽을 사회계약? 게임의 법칙 곧 맞대응의 법칙에 따라 서로 상호작용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존의 룰이 도출되는 거다.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상호작용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념은 하나다. 구조론은 자연법칙에서 답을 찾는다. 이념이 존재하는 이유는 에너지는 원래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으며 무리를 이끌려면 지도자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인간집단의 성질이 에너지의 성질과 같다. 모든 무리에는 이념이 필요하다. 가족이라도 이념이 있어야 결속된다. 부족이든 민족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정당에 이념이 없다면 분열될 것이며 회사에 이념이 없다면 무너질 것이다. 이념은 무리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는 성질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것이다. 두 방향이면 분열된다. 그래서 바야흐로 인간이 문명사회라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다양한 이념을 주장하지만 하나의 이념에 대한 다양한 입장에 불과하다. 게임을 하려면 룰은 하나여야 한다. 하나의 무리가 하나의 이념으로 하나의 게임을 벌이되 하나의 사건이 진행단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가며 단계마다 에너지의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단계마다 범위를 좁히며 방향전환으로 효율성을 짜낸다. 질은 외부로 결합하고, 입자는 내부로 독립하며, 힘은 다시 외부로 교섭하고, 운동은 다시 내부로 따라붙으며, 량은 외부로 침투한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섯 번 방향을 바꾸므로 집단 안에서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 다양한 이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통령은 외교하여 외부를 바라보고, 총리는 내치하여 내부를 바라보고, 장관은 타 부서와 충돌하여 외부를 바라보고, 공무원은 관할을 따져서 내부를 바라보고, 국민은 이득을 취하여 외부를 바라본다. 진보는 대개 외부를 바라보고 보수는 대개 내부를 바라본다. 무슨 사업을 하든 첫 단추를 끼울 때 반드시 외부를 바라보게 된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가족의 눈치를 보고 파트너의 형편을 살핀다. 외부를 살펴야 한다. 다음 자신의 결심을 다잡으며 내부를 바라본다. 청혼을 하면서 다시 외부의 파트너를 본다. 주도권 다툼이 벌어져 다시 자기 입장을 강조하고 마지막은 다시 상대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게 된다. 반드시 밖>안>밖>안>밖의 방향전환이 일어난다. 세 번째 밖은 처음의 밖보다 범위가 좁혀져 있다. 단계적으로 범위를 좁혀 효율을 짜낸다. 처음이 사건의 바운더리를 정하는 밖이며 세 번째는 내부에 형성된 코어 밖이다. 내부의 밖이다. 이념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공화주의, 팀을 정하는 자유주의, 상대와 대결하는 민주주의, 승부를 정하는 자본주의, 성과를 되돌리는 사회주의다. 의사결정순서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앞서지만, 자본주의 승자가 성과를 독식한다면 경쟁에 지는 사람은 애초에 게임에 응하지 않는다. 무리의 모든 구성원이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이득을 본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공화주의다. 공화주의도 사회주의에 포함시켜 말하는게 보통이지만 구조론에서는 이를 구분한다. |
"인간은 게임 할 수 있다. 맞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룰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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