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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76 vote 1 2020.06.26 (10:57:48)

      

    이정후의 매력


    목요모임에서 녹음한 아프리카 방송에 대한 해설입니다.


    야구선수들의 다양한 타격폼은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편법과 꼼수의 산물이다. 코어를 중심으로 한 밸런스가 맞지 않으므로 날아오는 공의 궤적에 스윙의 궤적으로 맞받아칠 수 없다. 그러나 이정후는 신체가 예뻐서 어느 각도에서 날아오는 공이든 대처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코어가 강해서 허리를 틀고, 어깨를 틀고, 팔꿈치를 틀고, 손목을 틀어 단계적으로 대처한다. 다른 선수들은 그렇게 못한다. 어떤 선수는 팔이 짧아서 안 되고, 어떤 선수는 가슴이 두꺼워서 안 되고, 어떤 선수는 근육이 굳어서 잘 안 된다. 단계적인 대처를 못 한다.


    코어의 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잘 걸을 수 있는 것은 허벅지가 종아리보다 굵기 때문이다. 허벅지가 가늘고 종아리가 굵다면 다리가 덜렁거린다. 코어를 강화시켜야 신체가 유연해진다. 박병호 같은 떡대는 코어가 약하고 바깥쪽이 강해서 뭔가 유연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타자들은 편법을 써서 조금 뒤에서 치거나, 조금 앞에서 치거나 레그킥을 쓰거나 하면서 허리, 어깨, 팔꿈치, 손목 중에서 일부만 사용하려고 한다. 즉 100중에서 50은 포기하고 나머지 50만으로 승부 보는 이원론 꼼수를 쓰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영감을 받는다.


    예컨대 이승엽은 스트라이크만 치려고 존을 극도로 좁혀 놓았다. 그래서 승엽삼진을 당한다. 가만히 서서 공 세 개 보고 물러나는 것이 '슨요푸 삼진'이다. 그 경우 심판이 투수들에게 후한 날이면 그냥 서서 삼진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타석에 너무 바짝 다가선다.


    약점인 몸쪽 공을 포기한다. 그러다가 투수에게 찍혀 빈볼을 맞는다. 무엇인가? 타자가 꼼수로 어떤 기술을 쓰면 투수는 그것을 역으로 파훼하는 기술을 쓴다. 거기에 어떤 균형이 있다. 그런데 이정후는 그런게 없다. 코어가 강하고 팔이 길어 어떤 각도에서 날아오든 쳐낸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게 없다. 네가 어떻게 하든 나는 이렇게 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자기 계획대로 간다. 그것이 가능하다. 단 신체조건이 좋아야 한다. 코어를 단련하여 근육이 유연하고 동체시력이 뛰어나야 한다. 2원론은 50을 포기하고 50만 노리기다.


    이 방법은 운이 좋으면 터지고 그렇지 않으면 망한다. 안 좋은 심판을 만나거나 상성이 안 맞는 투수를 만나면 그냥 밥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원론은 항상 상성이 있다. 먹히는 때가 있고 안 먹히는 날이 있다. 임자를 만나면 망한다. 일원론은 그런 상성을 죄다 깨뜨린다.


    우리가 스포츠 경기를 보는 이유는 이런 면에서 멋진 영감을 받으려는 것이다. 어떻게든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 못하는 선수의 꼼수를 보면 눈이 썩는다. 요령만 늘게 된다. 큰 싸움에서는 임자를 만나 된통 털린다. 코어가 강하고 신체가 유연하고 동체시력이 발달해야 한다.


    이 3박자가 맞으면 밤새 타격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 좋은 스윙궤적 이전에 좋은 보디밸런스를 갖추어야 한다. 밸런스가 안 맞는데 억지로 스윙연습을 하면 특정 근육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골병이 든다. 선수 수명을 갉아먹는 것이다. 무엇이든 근본을 장악해야 하는 것이다.


    기독교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예수의 어록에서 신도들이 영감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수의 특별한 일원론이다. 예수의 기술이 칼뱅에 의해 재해석되어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이 되었다. 그것은 자체 에너지를 가진 강자의 철학이다. 강물은 도도하게 흐른다.


    자기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만날 때까지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자기 계획이 없는 자는 상대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한다. 상대의 반응을 떠보려고 별짓을 다 한다. 문제는 실력 없는 선수가 약점을 보완하려고 꼼수를 쓰는 데서 힌트를 얻으려는 이원론자이다.


    이원론에 영감을 받으면 뭐든 대칭시켜 사태를 교착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보수꼴통의 무기가 된다. 남녀의 대립,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립, 사병과 간부의 대립,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립으로 전방위적으로 교착시켜서 옴쭉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자기네 마음대로 나쁜 짓을 한다.


    간부는 사병의 주적이다 하는 말은 이등병이 소대장에게 병장의 비리를 꼰지르지 못하게 막는 꼼수다. 국민이 모두 이런 식의 약자의 철학에 익숙하면 전방위로 교착되어 나라가 망한다. 도롱뇽을 찾아서 천성산 KTX 터널을 막고 수원 청개구리를 찾아서 GTX를 막는다.


    칼뱅의 구원예정설은 역으로 이런 꼼수를 돌파하는 기술이다. 예수는 꼼수타파의 달인이다. 큰 강물이 바다를 향해 도도하게 흐르듯이 신은 자기 계획대로 간다.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끝끝내 도달해야 할 그 바다가 있느냐다. 바다를 가진 자만이 진정으로 구원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신에게 잘 보여서 천국에 들어갈까 궁리할 이유가 없다. 그냥 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시키면 된다. 예수의 어록에 영감을 받아서 그냥 일방적으로 자기 논리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깨닫게 된다. 다만 그 계획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기 사업이 있고, 자기 가게가 있고, 자기 임무가 있고, 자기 역할이 있다면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쓸 이유가 없다. 일 자체의 에너지 흐름을 따라가면 된다. 근본에서 결함이 있는 자들이 50을 포기하고 나머지 50에만 전념하는 꼼수를 쓰는 것이 빌어먹을 이원론이다.


    자기 계획이 있고 자체 에너지가 있는 자는 상대방의 대응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일 자체의 논리를 이용하여 이원론자의 교착을 쉽게 타개해 보인다. 뭐든 대칭시켜서 사태를 교착시키려고 하는 자가 진리의 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4dvK6X1yxs&t=1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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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20.06.26 (11:13:18)

"계획이 있고 에너지가 있는 자는 일 자체의 논리를 이용하여 이원론자의 교착을쉽게 타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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