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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77 vote 0 2020.06.02 (18:16:21)

      

    아킬레스와 거북이


    아킬레스와 거북이 패러독스는 사실 간단한 문제다. 0.00000…으로 표시하면 왠지 불안하다. 그런 느낌이 든다. 불안하지 않게 하면 된다. 분수로 표시하면 안심된다. 3.33333…은 무서우니 10/3으로 표시하자. π값을 3.1415…로 표시하면 곤란하다. 그냥 파이로 표시하자. 불안해서 문제이므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 해결된다.


    불안은 존재의 사정이 아니라 인간의 사정이다. 인간의 자기소개다. 그런데 왜 불안할까? 아킬레스와 거북이는 둘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최단거리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처럼 무섭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가 원래 없다는 사실을 납득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은 공간의 어떤 사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은 멈춘다. 시계추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갔다가 방향을 바꾸는 일순간 멈춘다. 우주는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자투리가 남기 때문이다. 0.00000…로 뒤에 꼬리가 붙었다. 


    그래서 불안하다. 꼬리를 떼는 방법은 없을까? 나란하면 된다. 지구는 돈다. 그래서 불안하다. 지구와 나란히 돌면 불안하지 않다. KTX가 빨라도 좌석에 앉아서 나란히 가면 무섭지 않다. 지구는 일 초에 400미터를 움직인다. 지구도 돌고, 태양계도 돌고 은하계도 돈다. 태양계는 은하계의 원반을 상하로 오르내리며 나선팔을 건너뛴다. 


    다 합치면 빠르다. 무시하면 된다. 왜냐하면 나란하니까. 나란하면 해결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상과 관측자 사이를 바라봐야 하며 둘이 나란하면 멈춘 것과 같다. 아킬레스가 A만큼 움직이면 거북이도 B만큼 움직인다. 관측자를 배제하고 아킬레스와 거북이만 둘만 남으면 어느 쪽이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아킬레스가 몇 걸음을 가든 상관없다. 관측자를 배제했을 때 둘의 상대속도는 같기 때문이다. 광속의 상대성을 떠올려도 좋다. 거북이는 자신이 정지해 있고 아킬레스가 자기 쪽으로 다가온다고 믿는다. 아킬레스 역시 자신은 정지해 있고 거북이 나에게로 점점 다가온다고 믿는다. 둘의 거리는 점차 좁혀져서 0이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둘의 상호작용을 1단위로 친다. 자투리가 없다. 시간은 디지털이다. 시간은 두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것이며 1회의 주고받음이 1이고 그보다 짧은 것은 없다. 1회의 주고받기까지 시간의 진행은 0초다. 1회를 주고받으면 1초다. 그사이는 없다. 건너뛰는 것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공을 주고받는다 치자.


    아킬레스가 거북이에게 공을 던져서 되돌아오기까지 제자리에 정지해 있다. 되돌아오면 1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이런 식의 상호작용으로 존재한다면 아킬레스가 어떻든 거북이 어떻든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옛날에 서양 어부들은 먼바다를 항해하기를 두려워했다. 먼바다에는 바다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대왕오징어였다. 어부들의 걱정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바다괴물을 피해서 바다끝까지 가면 밑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면 해결된다. 아킬레스와 거북이 패러독스는 이와 같다. 모든 존재는 운동한다. 제자리에 가만있는 것은 없다. 어떤 존재하는 대상이 상호작용하는게 아니다.


    상호작용이 곧 존재다. 어떤 둘의 나란한 쌍이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모든 존재가 쌍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러나 조선시대 선비들도 중력을 인정했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중력을 기운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시력이 나쁜 것이다. 몽골인의 시력은 7.0이다. 20킬로 거리에 있는 말을 알아보고 저 언덕 위에 있는 7마리 말 중에 네 마리는 내 소유이고 3마리는 이웃집 소유라고 설명한다. 물론 방문자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7.0 시력으로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그냥 잘 보인다.


    망원경이 없어도 된다. 시력이 좋지 않아도 고지대에서 해안가로 내려가면서 지평선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알아챌 수 있다. 필자가 소년 시절에 경주 추령고개를 자전거로 넘으면서 본 것이다. 그냥 보이는데 왜 두 말이 필요하지? 지구가 평평하다면 고도와 상관없이 똑같이 보여야 하니까. 아킬레스와 거북이 패러독스도 마찬가지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복잡한 계산은 필요 없고 그냥 눈으로 보면 보이는 것이다. 설명하기가 힘들 뿐이다. 존재가 쌍이고 디지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중력을 배우면서 밑으로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지구 반대편에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즉 둘이 쌍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안심된다.


    1+1=2다. =가 정답이다. =는 쌍이다. 혼자라고 생각되면 불안하지만 쌍이라고 믿으면 안심되잖아. 세상을, 존재를, 모든 것을 쌍으로 보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저기에서도 여기로 무언가 오고 있다. 내가 저리로 가든 상대가 이리로 오든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외부에서 관측하는 제 3자의 사정이다.


    숫자가 0.00000...으로 가며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수학의 사정이지 존재의 사실과 상관없다. 물질이 인간이 만든 수학 규칙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유드리가 있다. 자연수는 인간의 손가락에 댄 것이다. 그것은 손가락 사정이다. 자연은 여여하게 존재다. 수학적 표현은 오류가 있어도 수학적 원리는 어김없이 맞다. 




[레벨:6]나나난나

2020.06.02 (20:12:27)

도입 부분 3/10 >1/3 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6.02 (21:16:17)

수정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03 (03:55:01)

"상호작용이 곧 존재다. 어떤 둘의 나란한 쌍이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http://gujoron.com/xe/120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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