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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05 vote 0 2020.05.24 (23:07:14)

      
    역사의 강자와 약자


   강자가 강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약자가 약해지는 데도 이유가 있다. 강자의 철학을 가지면 강해지고 약자의 철학을 가지면 약해진다. 우월주의를 가지면 우월해지고 패배주의를 가지면 패배한다. 에너지의 법칙에 지배된다. 두 개의 이슬방울을 근접시키면 작은 물방울이 큰 물방울에 흡수된다. 


    멕시코는 미국에 씹혔고, 아일랜드는 영국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조선은 청나라에 씹혔다. 작은 물방울이 큰 물방울 옆에 있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에 씹혔고 동유럽은 서유럽에 씹혔고 남미는 북미에 씹혔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면 흥하고 변방에 자리 잡으면 망한다. 


    너무 가운데 끼어 있어도 운신이 어려워서 좋지 않다. 프랑스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사이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흥했지만 진출할 배후지가 없어서 점차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스페인은 아메리카를 식민하고, 이탈리아는 아프리카를 식민하고, 독일은 동부지역을 식민하여 성장했다.


    영국은 아메리카와 인도로 진출했고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손에 넣었는데 가운데 낀 프랑스는 영국의 집요한 방해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국 역시 중원에 자리 잡고 주변의 정세에 어두웠다. 변방의 외진 곳에 있으면 당연히 망한다.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의 아무개스탄 나라들은 아예 항구가 없다.


    교통로의 요지를 차지하면 흥한다. 이탈리아는 북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서 흥했고 그리스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끼어서 흥했다. 터키의 이스탄불도 보석처럼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 사이에 끼어서 기회를 잡았다. 영국은 유럽 어느 나라든 연결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독일은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의 교통로를 장악했고, 아랍도 한때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여 흥했다. 미국도 지금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에 따라 아메리카 패싱이 일어날 조짐에 분노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이다. 지리가 유리해도 북한처럼 전략이 잘못되면 망한다.


    우월주의를 가지고 강자의 전략을 쓰면 흥하고 패배주의에 물들어 약자의 전략을 쓰면 망한다. 공자의 사상이 강자의 철학이라면 노자의 사상은 약자의 생존술이다. 중국은 노자를 따르다가 망했고 한국은 근래 공자의 덕을 보고 있다. 국민이 강자를 모방하면 흥하고 강자를 적대하면 망한다. 


    외부로 뻗어가면 흥하고 내부에 고립되면 망한다.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외부로 뻗어갈 배후지를 상실하면 강자를 적대해 내전을 일으킨다. 강자의 존재가 내부 밸런스를 무너뜨려 모두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 세계에서는 강자가 외부로 진출할 때 약자가 묻어가며 모두 흥한다.


    유대인은 우월주의로 흥했고, 파리는 문화의 수도라는 자부심으로 흥했고, 영국은 기사도니 신사도니 하며 우월주의로 흥했고, 독일은 융커와 기사단의 우월주의로 흥했고, 미국 역시 우월주의로 흥했다. 일본도 뒤늦게 무사도를 꾸며내고 있다. 한국이 흥하면 선비정신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우월한 세력에 속하면 쉽게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양반이 상놈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귀족의 친구는 귀족이고 하인의 친구는 하인이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벌어도 가난한 친구 때문에 가난해지기 쉽고, 부자는 사업이 망해도 부자 친구 때문에 다시 부유해진다. 그것이 신분 개념의 의미다.


    선진국이 몰락하는 일은 잘 없고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일도 드물다. 근 100년 동안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나라는 한국뿐이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몰락한 나라도 없다. 아르헨티나가 망했다는 말은 조중동이 꾸며낸 거짓말이다. 아르헨티나가 근대 공업국이었던 적은 없다.


    유럽이 연이은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에 빠져 있을 때 냉동선의 출현으로 잠시 흥했지만 쇠고기나 팔았을 뿐이다. 전후복구로 유럽의 농업이 되살아나자 그들은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교육에 힘을 쏟은 나라는 흥하고 엘리트주의가 있는 나라는 흥한다. 지성주의는 흥하고 반지성주의는 망한다. 


    유럽은 종교개혁으로 누구나 알파벳을 알지만 중국은 한자를 익힌 사람이 열에 하나도 되지 않았다. 한자의 폐해로 인해 교육을 강조했을 뿐 실제로는 교육하지 않았던 것이 중국의 몰락 원인이다. 최근 중국이 흥하는 것은 교육 덕분이다. 교육이 되는 나라는 한번 흥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흥하고 운이 나쁘면 망한다. 사우디와 나이지리아와 가나는 석유가 터져서 흥하고 중앙아시아의 스탄나라는 항구가 없어 망한다. 운이 좋은데도 흥하지 못했다면 전략이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전략은 교육의 부재와 철학의 실패 때문이다. 철학은 어떤 그룹에 들 것인지를 결정한다.


    높은 그룹에 들면 흥하고 낮은 그룹으로 밀려나면 망한다. 너무 일찍 높은 그룹에 들어도 좋지 않다. 유나바머로 알려진 시어도어 카친스키는 15살에 하버드에 입학하고 24살에 UC버클리 수학교수가 되었다가 망했다. 김대중은 목포에서 자랐고 노무현은 김해에서 자라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시골의 좁은 바닥에서 일찌감치 리더가 되어본 자가 국가의 리더로 성장한다. 재능을 믿고 너무 일찍 중앙으로 진출하면 리더가 되어볼 기회가 없으니 송유근 꼴 난다. 서울대 턱걸이로 들어가기보다 연고대 상위권이 낫다. 이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자연히 강자의 철학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5.25 (03:33:55)

"철학은 어떤 그룹에 들 것인지를 결정한다. 높은 그룹에 들면 흥하고 낮은 그룹으로 밀려나면 망한다. 너무 일찍 높은 그룹에 들어도 좋지 않다."

http://gujoron.com/xe/1205106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20.05.25 (14:05:51)

요즘 권력자들을 보니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두테르테 모두 권력을 다루는데 서툴군요.

요즘 시대가 복잡해지고, 만인이 SNS총한자루씩 차고 덤비는데다, 권력의 절대크기도  팽창하다보니 그런지..


요즘 방역성공에 대해 유교 운운하는 유럽인들을 보니,

예수와 부처 말씀들도 권력유지의 도구로 이용되었듯이 유교도 그런 과정이 불가피했던건데,

서양은 자신의 오랜 기독교독재시대는 생각지 않고 유교만 그런 체제수호의 경향이 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군요..

 

'군자'의 개념으로

함께  '대동사회'로 만들어 가자는

'진정한 공자주의'(True Confucianism)을 가르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구조론만이 할 수 있는~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05.25 (17:19:39)

코로나19로 막연하게 남아  있던 서구문명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선비정신과 교육열... 우리에게 내재해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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