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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21 vote 1 2020.05.20 (14:54:49)


    유나바머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논문을 폭탄소포에 담아 발표했다가 1996년에 체포된 유나바머를 기억하는가? 넷플릭스에 ‘맨헌트 유나바머’가 나오길래 나무위키를 검색해 봤다. 그는 우파를 바보라며 배제하고 좌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말이 상당히 맞다는 점이다. 그의 철학은 명백히 틀렸지만.


    그가 40년 전에 제기한 문제들은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틀렸지만 그가 파헤친 전제들은 맞다. 필자가 무뇌좌파를 비판하는 내용이나 그가 40년 전에 좌파를 비판한 내용이나 같다. 그런데 그는 별수 없는 좌파다. 세상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좌파가 좌파를 비판하는 거다.


    좌파는 비판하고 우파는 배제하라. 이것이 구조론의 입장이다. 우파가 바보인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산업과 경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산업과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영역은 축소되는데도 말이다. 우파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주장하면서도 전통적 가치관을 파괴하는 산업을 숭배하고 있다.


    자기 발등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우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파의 말이 맞다면 우파가 망한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했다. 경제가 성장하므로 개인이 대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좌파의 본질은 권력의지다. 정의, 공평을 말하지만 그게 바로 권력이다.


    유나바머는 권력과정Power Process이라는 표현을 썼다. 구조론과 유사하다. 문제는 그가 산업사회를 부정하고 원시로 돌아가자고 엉뚱한 결론을 내린 점이다. 이는 철학이 비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동사를 사용했는지는 잊어버려도 좋다. 어떤 명사를 사용했는지를 봐야 한다. 결론은 무시하라.


    어떤 전제를 들쑤셨는지에 주목하라. 그는 진지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앞날을 정확히 내다보았다는 점이다. 그는 문제해결을 말했지만 그것은 사회에 말을 걸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 사회 앞에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판을 깨고 들쑤시는 소인배 행동이다. 


    문제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것은 게임이다. 인간은 한 단계의 게임을 깨고 다음 스테이지에 도전하기를 반복한다. 문제와 해결의 순환은 영원하다. 문제는 해결되는 척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번식한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게 아니라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간이 한 걸음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라즈니쉬와 노자 부류


    사람들은 황희정승이 자신을 모욕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다. 누가 당신에게 ‘자네 말도 맞네.’ 이러면 당신은 대접받았다고 여기는가? 그 정도로 어린가? 그 말은 당신을 모욕한 것이다. 라즈니쉬는 뭐든 다 맞다고 말해준다. 노자 말도 맞고 장자 말도 맞고 예수 말도 맞고 석가 말도 맞고 공자 말도 맞네.


    이건 당신을 바보취급 하는 말이다. 모르겠는가? 원래 애들한테는 그렇게 말한다는 사실을. ‘내려놓아라’거나 ‘네 잘못이 아니다’라거나 ‘비워놓아라.’고 동사로 하는 말은 그냥 당신을 바보취급 하는 것이다. 나는 많은 사람이 바보취급을 당하고 만족해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다. 무시당하고 쪽 팔면 좋은가?


    누군가 당신에게 동사를 휘두른다면 턱에 주먹을 꽂아주는게 좋다. 그는 당신과 대화하기 싫은 거다. 하긴 대화할 만한 명사가 머리에 들어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동사는 중요하지 않다.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명사가 중요하다. 진술은 중요하지 않다. 전제가 중요하다. 미리 가정하고 들어가는 부분 말이다.


    전제하고도 숨은 전제가 있다. 그것은 당신이 대화상대가 되는지 판정하는 부분이다. 필자가 노자를 비판하는 부분도 비슷하다. 노자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는 심오하다. 유나바머의 동사는 틀렸지만 명사는 훌륭하다. 진술은 틀렸지만 전제는 40년 앞을 내다본다. 그는 78년에 첫 번째 폭탄을 사회에 보냈다. 


    17년 후에 논문을 발표했다. 무려 16년간 밑밥을 던져댄 것이다. 그리고 잡히고 싶어서 잡혔다. 노자의 결론은 유나바머처럼 엉뚱했지만 그의 명사는 심오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되는가다. 동사에 매달리는 자와 대화할 수 없다. 애들은 가라. 진술에 주목하는 자는 어른들의 대화상대가 아니다. 배제하라. 


    우리는 상대방의 동사를 치지만 명사는 그대로 남아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5.20 (15:11:57)

"진술은 중요하지 않다. 전제가 중요하다. 미리 가정하고 들어가는 부분 말이다."

http://gujoron.com/xe/120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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