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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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945 vote 0 2010.10.19 (21: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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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에 이어 ‘소통지능’이 새로 나왔습니다. 한 달만에 서둘러 만든 책인데다, 1인출판의 한계로 인하여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소량이지만 일단 서점에 깔아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대처해나갈 생각입니다. 이제 두 권을 냈고 내년까지 총서 10권을 채울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12월 중으로 마음에 관하여 쓴 세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인데, 판매부수가 못해도 세 번째 책 인쇄비용을 건질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요.


  ‘소통지능’의 핵심개념은 인간의 가치판단능력, 의사결정능력 등 주요한 문제해결능력이 각자의 포지션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밸런스의 원리가 작동하는 게임의 구조 안에서 잘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구조원리에 따라 문제해결에 있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주요 포지션들이 있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도 그 중에서 하나가 부족하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반면 그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능력이 없는 사람도 의외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개념은 막연히 잘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많은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이지요. 그 방법으로 라이선스 제도의 허점을 공략하여 어떻게 자격증은 딸 수 있겠습니다만 그걸로 공무원 시험이나 합격할 수 있을 뿐 현장에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현장에서의 문제해결에는 창의력이 필요하며, 창의력은 게임의 구조 안에서 잘 발휘되므로 공동체를 그러한 구조에 맞게 세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지능은 생명의 진화원리를 반영합니다. 구조진화론의 생장구조 개념에 따르면 진화는 외부 환경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입니다. 조개는 껍질이 바깥에 있는데, 그 바깥의 것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면 뼈가 되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문어처럼 바위틈에 숨는다든가 하며 바깥환경을 소극적으로 이용하다가, 다음에는 달팽이처럼 그 바위를 집으로 삼아 업고 다니다가, 다음에는 사람의 뼈처럼 그 바위를 몸 속에 담고 다니는 것입니다.


  처음에 바깥에 있던 것이 진화가 거듭될수록 몸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며 이 원리에 의해 인간의 지적 능력도 원래는 원시생명체의 반사에서 나온 것이며, 그 반사를 일으키는 자극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 외부자극을 내부자극으로 대체한 것이 인간의 언어입니다. 바깥에서 전해지는 소리자극, 빛자극을 뇌 안에 저장하고 다니며 필요한 때 쓰는 것이 지능입니다. 그러므로 지적능력의 본질은 외부자극에 대응하는 데 있습니다.


  외부자극이 없으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적절한 반응이 주어지면 판단력이 상승하며 그 외부자극은 대칭성 원리가 작동하는 게임의 구조 안에서 성립합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도 게임의 구조 안에서 대상이 일정한 반응을 보일 때 놀라운 지적능력을 보입니다. 반면 대상이 반응을 하지 않으면 어쩔줄 몰라하며 저능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대상이 반응하도록 밸런스 원리가 작동하는 게임의 구조 위에 올려태워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짝을 정해주듯이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저렇게 한다’는 공식이 작동하는 구조로 사회를 세팅해 나가야 한다는 거지요. 그럴 때 무능한 사람도 창의적인 인재로 변신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도, 민주주의라는 것도 그러한 밸런스 원리가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유권자가 균형감각을 발휘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반면 수구세력은 그러한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온갖 기득권의 장벽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소통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주로 말로 하는 대화로 한정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소통은 적절한 포지셔닝에 의해 일어납니다. 누가 갑이고 을이냐입니다. 누가 주고 누가 종이며, 누가 1번이고 누가 2번이며, 이러한 서열이 옳게 정해지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며 일제히 오합지졸로 변해 버립니다. 평등한 관계여야 하는 곳에서 수직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수직적인 관계여야 하는 곳에서 평등한 관계로 설정하면 소통은 단절되고 마는 것입니다.


  구조가 합리적으로 세팅되지 않으면 개인은 가치판단을 못하고 공동체는 의사결정을 못합니다. 심한 경우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하여 사실을 조작하는 인지부조화 단계까지 치닫게 되면 사태는 절망적인 것입니다. 필자의 소통지능 개념은 알려진 다중지능 개념과 다른 것입니다. 소통지능은 개인의 사교능력이 아니라 집단의 구조입니다. 합리적으로 세팅된 집단의 구조 자체가 일정부분 뇌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변해야 합니다.


   로드샤인님의 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부분발췌 함)


  옛날에,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 시골에 양로원이 있었는데-그냥 동네 노인정 같은 곳이어서,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여들어 소일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게이트 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체중 70 kg 정도의 수컷 멧돼지가 뛰어들어왔다. 심판을 보던 양로원 관계자는 패닉상태로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지만, 할아버지들은 게이트 볼의 스틱을 잡고 평균연령 70세 이상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멧돼지의 움직임을 차단, 멧돼지를 운동장의 구석으로 몰고갔다. 한 할아버지는, 휠체어 배구용 네트을 어느새 꺼내들고 투망 대신 사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할머니들은 어느새 요리실로부터 냄비를 꺼내 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뒤늦게 연락받고 기동대원 6명이 등장했을 때는 이미 상황종료. 멧돼지를 해체하고 있던 할머니 왈 “걱정마슈. 순경 몫도 있으니께”.


  경향신문 기사 한 토막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시사저널이 30여개 분야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시대 영웅’이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11.1%(167명)로 1위에 선정됐다고 18일 보도했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9.5%), 박정희 전 대통령(9.2%), 김구 상해임시정부 주석(6.4%), 김수환 추기경(6.1%)이 뒤를 이었다. 정치·통일·국제·외교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위에 꼽혔다.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3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누가 진정한 영웅일까요? 인류의 소통지능을 높인 사람입니다. 인간의 아이큐를 높인 것이 진짜입니다. 오늘날 인간이 제법 문명을 일구고 현명하게 사는 것은 인터넷 검색이 인간의 기억력을 보조하듯이, 언어와 문자가 지적능력을 향상시키듯이, 건설된 인류의 문명 자체가 뇌의 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아이큐를 높인 사람이 진짜이고, 낳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인재가 인재를 낳고 깨어있는 사람이 깨어있는 사람을 낳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적 능력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내 아이를 어떻게 잘 가르쳐서 남의 아이보다 우위에 서게 할까 하는 식의 퇴행적인 사고입니다. 자동차가 고물인데 운전기사만 뛰어나면 뭣합니까? 운전기사의 조작능력이 떨어져도 자동차가 알아서 스스로 주차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을 탓할 것이 아니라 소통지능에 의해 공동체가 살아서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인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것이 지성입니다. 공동체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진보하여 나아갈 때 그러한 구조가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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