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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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725 vote 0 2020.04.07 (15:38:03)

    https://news.v.daum.net/v/20200407111858092


    보수가 몰락하는 진짜 이유


    맨땅에 헤딩하던 70년대라 치자. 포항제철이라도 하나 지으려면 뚝심있게 밀어붙일 추진력이 뛰어난 천재적인 개인이 필요하다. 원래 이런 일은 사람 손을 타면 안 되는 것이다. 이넘 저넘이 달라붙어 감놔라 배놔라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


   아마추어 열 사람보다 프로 한 명이 일을 잘한다. 진보가 열 명의 아마추어라면 보수는 한 명의 베테랑이다. 한국의 보수는 이 프레임 하나로 이명박근혜 시절까지 잘 해먹었다. 진보무능 프레임이다. 말 많고 무능한 다수의 진보 대 천재적인 보수 베테랑 슈퍼맨 한 사람의 대결구도다.


   특히 만화나 영화에 이런 설정이 먹힌다. 그런데 이건 후진국 모습이고 선진국이 되면 반전이 일어난다. 프로 중에 진짜 프로가 있는 법이며 진짜 프로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런 짓을 안 한다. 30명 정도의 병사를 지휘하는 소대장은 베테랑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혼자 잘 해낸다.


   그러나 30만 병력을 지휘하는 장군이라면 혼자 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혼자서 좌충우돌 중이다. 주변에 인재가 없다. 팀이 돌아간다는 증거가 없다. 히어로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미국인들이 만화 주인공을 대통령으로 뽑은 셈이니 잘 될 턱이 있나?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가 뛰어난 개인이라고 믿지만 나는 그를 천재적인 인맥 관리자로 본다. 그의 우주사업은 상식적으로 안 되는 사업이고 지금도 적자 투성이다. 챌린저호의 폭발 이후 우주분야는 기세가 꺾였고 천재 박사들도 실업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일론 머스크는 해낸다.


   왜? 월급을 짜게 주기 때문이다. 월급을 짜게 주는데도 천재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 밑에서 저임금으로 몇 년만 버티면 좋은 직장에 연봉 따따블로 스카웃 된다. 일론 머스크가 뭔가 보여주자 다른 기업들도 우주분야에 투자를 해서 파이가 커졌다.


   이런 기적적인 구조는 짠돌이 일론 머스크의 특별한 인맥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에게는 특별한 인맥이 있고 그 인맥에 들어가기만 하면 연봉 따따블로 좋은 기업에 스카웃 된다. 석유위기로 전기차 시장은 폭망했지만 그는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흑자기반을 만들었다.


   전기차 등장>석유값 하락>전기차 폭망>테슬라만 살아남아서 전기차 생태계 독식의 구조다. 이런 구조는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온게 아니라 막강한 인맥과 뚝심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천재적인 개인의 시대가 아니라 천재적 인맥관리의 시대이며 이는 스티브 잡스가 진작 보여줬다.


   실제로 애플 컴퓨터를 만든 사람은 워즈니악이지만 인맥의 중심에는 잡스가 있다. 그는 픽사를 운영하며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예술계의 천재들을 불러 모았고 그에게는 천재를 지휘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잡스를 흉내냈을 뿐 여러 곳에서 삽질을 반복했다.


   솔라시티나 하이퍼루프는 삽질이다. 다만 그는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한 가지를 했는데 그것은 잡스를 정확하게 흉내낸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2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한다는데 누가 1년 후의 코로나를 예상하겠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분야인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그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다. 대신 확률을 믿고 뚝심을 발휘하여 돌파했다. 그는 완전무인 로봇공장으로 테슬라를 생산한다는 등 잘못된 결정을 여러 번 했지만 그때마다 놀라운 수완으로 극복해냈다. 그는 앞으로도 오판할 것이며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줄 것이다.


    김우중은 그런 식으로 경영하다가 망했지만 일론 머스크를 김우중과 비교하면 안 되니까. 테슬라 외에 전기차 시장은 박살 나고 있다. 지금은 천재적인 개인의 시대가 아니라 천재들을 지휘할 천재 위의 천재가 필요한 시대다. 보수꼴통이 집착하는 천재적인 개인은 70년대 방식이다.


   진중권처럼 개인플레이 하는 자는 21세기에 필요 없는 과거형 인간이다. 팀플레이로 성과를 내려면 일단 진보 쪽에 붙어야 하는 것은 물리법칙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기술이 진보이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성별이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는다.


   이건희는 돈만 주면 된다고 알지만 돈만 가지고는 최고의 두뇌를 스카우트할 수 없다. 이건희는 약간 떨어지는 2군을 스카우트한 것이다. 중국 축구가 돈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료를 배신하고 의리 없이 혼자 잘난 척한다면 21세기에 버티지 못하는 캐릭터다.


   20세기에는 뛰어난 연주자가 필요했고 21세기에는 뛰어난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에 잘 나오는 괴팍한 성격으로 원맨쇼 하는 자는 21세기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아이언맨은 영화의 주인공일 뿐 그런 자와 아무도 함께 일하지 않는다. 잘 삐치는 예술가를 다루려면 달라야 한다.


   박봉에 밤샘이라도 스티브 잡스와 일하는 영광을 누리겠다는 헌신적인 동료가 있어야 한다. 팀쿡에게 카리스마를 가지고 헌신적인 동료를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만화 주인공은 꼴통이라도 친구가 있지만 현실에서 꼴통에게는 친구가 없다. 꼴통이면 망한다.


    상식적으로 보자. 스티브 잡스가 나는 게이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팀쿡은 당일로 해고다. 안철수 혼자 마라톤은 잘하지만 동료가 붙으면 반드시 팀이 깨진다. 왜일까? '쟤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나를 스카웃하려면 해.' 다들 이러고 나자빠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 그렇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4.10 (07:44:49)

"팀플레이로 성과를 내려면 일단 진보 쪽에 붙어야 하는 것은 물리법칙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기술이 진보이기 때문이다."

http://gujoron.com/xe/118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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