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짓이 싫다. 입으로 내뱉어지는 언어가 거짓말이라면 차라리 이해가 된다. 언어 이전에 그 행동이 거짓되고, 그 태도가 거짓되고, 그 삶이 거짓된다. 그 모든 거짓들이 내게는 못마땅하다.
40년 전 장면정권의 몰락을 생각한다. 너나없이 목청높여 자기네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박정희의 총성 한 방에 얼어붙었다.
하늘을 찌를 듯 하던 그 기개는 다 어디로가고 하나같이 쥐구멍으로 숨어들었더란 말인가? 나는 그들의 비굴한 들쥐근성이 싫다.
제 2의 장면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무현은 싸워야 한다. 지역주의와 싸우고 권위주의와 싸워야 한다.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하면서 악착같이 싸워야 한다. 노무현이 살길은 그 길 뿐이다.
교만해진 유권자들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백성은 통치자의 사랑에는 교만해지고 공포와 위엄에는 복종한다』고. 그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고 이 상황에 꼭 들어맞는 말이어서 서럽다.
이쪽에서 한 걸음 양보하면 상대편도 한걸음 양보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이쪽에서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낌새를 보이면, 저도 한걸음 물러서기는 커녕 일제히 달려들어 물어뜯고 밟아 뭉개려고만 든다. 교만이다.
거짓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그 인간의 이중성이 거짓된 것이다. 리더가 겸손하면 교만하게 행동하고, 권력을 휘둘러 위엄을 세워야만 복종하는 그 이중성이 거짓된 것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어야 한다
처음 16로 제후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하여 궐기했을 때는 『한실부흥』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거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깃발은 꺾어지고 제후들은 흩어졌다.
명분은 사라져도 지분은 남는다. 깃발은 꺾어져도 텃세는 남는다. 거사는 끝났는데도 이곳저곳에서 소란한 것은 자기네의 지분을 인정해 달라는 외침들이다.
정균환, 박상천들의 주장은 그냥 『위자료 내놔라』이거다. 위자료를 청구하는 근거는? 자기네에게는 신당을 방해할 힘이 있다는 거다. 노무현정부를 실패하게 할 정도의 힘은 아직 남아있다는 거다.
민주당에 하루라도 먼저 와서 말뚝을 박아놓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기어이 텃세를 받아 챙기겠다는 거다. 조폭들의 공갈협박이다. 납치범들의 인질극이다.
지금 모두가 그렇다. 지역주의자들도, 좌파들도, 시민단체도, 조폭언론들도, 오피니언리더들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높여서 자기 지분을 챙길 궁리만 하고 있다.
깃발은 꺾어져도 텃세가 남고, 명분은 사라져도 지분이 남고
나는 그들의 양아치근성이 싫다. 겸손하게 통치했던 장면정권 때는 하늘을 찌를 듯 설쳐대다가 공갈과 협박으로 통치했던 박정희정권에는 두고두고 존경심을 표하는 그 인간들의 더러운 이중성 말이다.
지금 떠들어대는 저들이라서 다르겠는가? 40년 전 그때 그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지금 한사코 목청을 높이는 저 인간들도 본질이 그러함을 나는 안다. 그래서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