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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72 vote 0 2010.10.12 (01:50:25)

 

 

  우리가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의 전개를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이 다섯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같은 사건이 반복될 때의 일이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하나하나 순서대로 짚고 넘어간다. 정거장마다 섯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몽룡이 춘향을 만나는 순간 바로 반가움을 느낀다.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반복학습에 의한 뇌의 기계적인 반응 탓이다. 심지어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도 짧은 순간 동안은 반가움을 느낀다. 이는 정신≫의식≫의도≫생각의 과정이 미리 전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복학습에 의해 사전에 마음이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속 150키로의 속도로 던져진 투수의 공이 타석까지 18.44미터를 날아오는 데는 0.4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타자는 0.2초만에 판단하고 나머지 0.2초동안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맞혀야 한다. 정신≫의식≫의도≫생각을 진행할 겨를이 없다. 타자는 반복훈련에 의해 거의 기계적으로 타격을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행동은 거의 99퍼센트 반복훈련에 의해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마음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이 바로 나타난다.

 

  깊은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면 어떨까? 호랑이를 보자말자 바로 두려움을 느껴서 몸이 덜덜 떨릴 것이다. 이가 딱딱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하룻강아지는 호랑이를 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갓난 아기라면 호랑이를 봐도 전혀 무서운줄 모른다. 춘향을 만난 몽룡은 정신≫의식≫의도≫생각의 전개 없이 바로 반가움을 느끼지만, 춘향이 정색하고 몽룡을 째려보면서, 혹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외면하면 사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정신을 차려서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 의식을 차려 자신을 챙긴다. 머리를 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판단하는 것이다. 여자라면 등을 돌리고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보며 화장을 고칠 수도 있다. 이때 다시 한번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정신이고,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의식이다. 그 다음에 자신의 의도를 결정한다. 몽룡이 춘향에게 아는체 하고 다가설 것인가 혹은 모른척 하고 지나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에 따라 생각이 진행되고 그 생각 끝에 감정이 나타난다. 그 감정이 용기를 북돋워서 행동에 이르게 하거나 혹은 감정이 오히려 용기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호랑이를 보자말자 바로 두려운 감정이 나타나는 이유는 과거에 미리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을 결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잠재의식이다. 잠재의식이라는 표현은 프로이드의 잘못된 표현이고 사실은 그냥 의식이다. 과거에 이루어진 의식 때문이다. 이드니 리비도니 하는 따위는 프로이드의 허황된 주장에 불과하다. 잊어버린 사건도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뇌의 어느 구석에 남아있다가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잠재의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의식이다. 인간이 자신의 의식을 항상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자꾸 신경이 쓰이고 하는 일에 집중이 안 되면 사랑하고 있었음을 각성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의식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상당부분 뇌 안에서 자동진행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번 호랑이를 보았다면 그 사건이 오래도록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의식이다. 같은 일이 반복될 때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감정이 나타나므로 의식을 의식하지 못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 사건이 중요한 문제로 되어 그 사건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좀처럼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의식이다. 불안, 초조, 두근거림 등으로 명확하게 인식되는 의식도 있지만, 은근하게 영향을 미치는 의식도 있다. 주말에 소풍을 가기로 했다면 며칠 전부터 즐겁다. 주말을 기다리며 괜히 마음이 설레인다. 이때 자신이 왜 마음이 셀레는지, 왜 즐거운지 본인도 모르는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식은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일기예보에 주말 비소식이라도 접하게 된다면 굉장히 실망하게 된다. 그 실망의 크기만큼 의식이 자신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상실을 경험하고 허무감이 엄습하여 크게 낙담한 채로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을때라야 그동안 그것이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한다. 의식은 배후에서 마음을 조종하는 어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념의 이름으로 의도적으로 마음을 조종하기도 한다. 의식화 하는 것이다. 애국심이라든가, 효도라든가, 신앙이라든가, 이기심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로 의식화다.

 

  처음에는 호랑이를 보고 놀랐더라도 다음에는 놀라지 말아야 한다. 생각을 바꾸고, 의도를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정신을 차리면 쥐나 뱀이나 바퀴벌레에게는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된다.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다. 감정은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는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쥐를 볼때마다 무섭다면 좋지 않다. 더 이상 쥐가 무섭지 않도록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의식화 훈련을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

 

  프로이드의 잠재의식은 대개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을 보고 놀란다는 말이다. 이는 대개 의식이 박약한 사람의 경우다.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담력을 길러야 한다. 간단하다. 두려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는 놀라는게 최고의 대응이다. 놀라면 비명을 지르게 되고 비명을 지르면, 어른이 와서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뱀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기에게는 합리적인 대응이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도록 아기의 마음이 세팅된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 숲에서 생존할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프로이드의 잠재의식은 정신의 훈련이 되지 않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의 것이며, 자신의 정신은 스스로 발달시켜야 한다. 현대 심리학에 와서 조금 진도가 나가서 생각을 바꾸는 방법으로 대응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의 경향 역시 감정과 생각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뿐 의도나 의식, 정신의 단계까지는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정신병 위주로 논하고 있으며 감정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히스테리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감정은 생각으로 충분히 제어되는 것이며, 감정을 생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어린이거나 인격이 미성숙한 사람이다. 교양있는 지식인이라면 생각으로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화가 난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지금이 화낼 타이밍인가를 판단하고, 분위기 파악과 타이밍 조절 정도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정도 실력이 되는 리액션의 달인이라면 감정조절은 매우 쉬운 편이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단순히 시청자를 위하여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감정조절이 되는 사람이다. 코미디언은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도 무대에서는 청중을 웃겨야 한다. 정치인은 위기를 당하여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으로 감정을 통제함으로써 가능하다.

 

  심한 우울증이라면 호르몬의 작용이거나 뇌기능의 문제까지 얽혀 있으므로 감정조절이 어렵겠지만 그 경우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명상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 여행, 오락 등으로 휴식하여 감정조절이 가능하다. 소극적으로 분노와 슬픔, 우울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는 약하고 적극적으로 임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정신을 고조시키는 것이 집중이다.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에 집중함으로써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스트레스를 누적시켜 신체의 밸런스를 깨뜨리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때로는 감정을 발산하여야 한다.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신체의 밸런스를 조정할 의도하에 진행되는 의도적인 감정발산이어야 한다. 감정이 신체를 장악해서는 안 된다.

 

  감정은 생각에 의해 조정이 된다. 호랑이든 귀신이든 무섭다면 그 호랑이나 귀신을 만났을 때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1단계, 2단계, 3단계 조치를 계획하고 충분히 연습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해두면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무서운 감정이란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비명을 질러서 다른 동료의 도움을 구하는 생존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로 결정해 둔 것이 두려움이다. 이는 어린이의 본능이고 성인이라면 죽음의 두려움 정도는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 경호원이라면 어떨까? 테러범이 총을 쏜다면 육탄으로 대통령을 방어해야 한다. 사전에 미리 연습해 두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 놓으면 무섭지 않다. 총알이 날아와도 피하지 않고 태연하게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훈련을 받으면 충분히 그렇게 된다. 눈꼽만큼의 두려움도 없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비호처럼 몸을 날려 자신을 희생하고 대통령을 구하게 된다. 결국 두려움이란 상황에 따른 대처행동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았을 때 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 위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며 다른 모든 감정도 이와 원리가 같다. 시원한 감정은 어떤 일이 잘 진행될 때의 느낌이고 답답한 감정은 일의 진행이 막힐 때의 감정이다.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일의 진행이 막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사전에 결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던 일의 진행이 막히면 그 시간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오락을 하기로 미리 결정해 두면 된다. 버스가 연착되면 그 시간에 신문을 보며 기다릴 수 있다. 미리 신문을 준비하면 된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어떤 행동을 인간에게 지시하고 있으며 인간이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감정이 작용하는 것이다. 행동을 잘 할 때는 쾌감의 보상을 주고 행동을 못할 때는 불쾌한 감정이 작용한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의도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는 일의 방향을 트는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문제가 된다면, 이 사람과 헤어지고 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신의 임무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거주하면서 계속 부딪힌다면 아무리 생각을 잘 한다고 해도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마침내 울화통이 폭발하고야 마는 것이다. 생각으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면 재빨리 현장을 이탈하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새 직장을 구하거나, 새 사람을 만나거나,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

 

  의도만으로도 부족하다.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의식은 정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영토를 넓혀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간을 장악하고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자신이 갑이 되어야 한다. 다른 어떤 것에 예속되어 있다면 운신할 수 없다.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 그러한 권리가 내게 없다. 그러므로 의식은 근본 자기의 의사결정 영토를 획득하는 자의식이며, 자신이 사태를 장악하고 주도하겠다는 주인의식이다. 역사의식, 시민의식, 충성과 효도, 신앙심, 이데올로기, 환경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의식이 있지만 그 모든 의식의 기저에는 자의식과 주인의식이 있을 뿐이며 둘은 다시 하나가 된다. 의사결정과 가치판단에 있어서 자신이 주도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최대한 크게 잡고 널리 천하를 근심하고 우주의 문제를 염려하며 시공을 초월하여 대자유인의 웅지를 품는 것이다.

 

  의식만으로 부족하다. 정신이 있어야 한다. 정신은 자신의 눈높이를 어디에 두는가이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포지션의 설정이다. 애초에 자기 포지션을 잘못 정하면 점차 역할을 좁히게 된다. ‘나는 남자야’ 혹은 ‘나는 여자야’ 하고 ‘남자는 바깥일을 해야 해’ 혹은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 해’ 하고 범위를 이렇게 좁히면, ‘남자는 남자답게’ 혹은 ‘여자는 여자답게’ 하면서 점점 타인의 눈에 보이기 위한 연극을 하게 된다. 그 경우 꼴은 점점 우습게 되고, 모든 것은 점점 어색해지고, 조화는 점점 부자연스럽게 되고, 그럴 때 목에 힘이 들어가서 호통을 치게 되고, 점점 젊은 사람과 어긋나서 사회로부터 외면받아 뒷방 늙은이 신세로 내몰리고 마는 것이다. 애초에 포지션을 잘 설정해 두어야 한다. 그것은 호연지기를 얻는 것이며, 만리장성 성벽에 올라 천하를 한 눈에 굽어보는 것이며, 애들처럼 함부로 ‘우와’ 하고 감탄사 내뱉지 않는 것이며, 시시한 일에 감동하지 않는 것이며, 함부로 교훈받으려 하지 않고, 자질구레 한 것을 배우려 들지 않는 것이며, 오직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며 자기 존엄성을 획득하는 것이며, 세상 전부와 맞서는 것이며, 신과 일대일로 담판을 짓는 것이며 인류 대표자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며, 역사의 진보하는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며, 새로운 문명을 총괄하여 디자인하는 것이며,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렇게 세상 전부와 정면으로 맞서고 모두 만나는 것이다.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0.10.12 (09:39:18)

좋소.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행동)을 구조론에 기반한 심리치료의 기반으로 삼아야겠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0.10.12 (09:49:58)

뱀이 두려운것을 생각으로 제어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결국 실패했소.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인것이었구료.  귀신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은데, 왜 뱀이 글케 두려운지. 나의 유아기의 모든 기억 속에는 뱀이 있소. 이거 심리치료라도 받아야하는것이오?
[레벨:15]lpet

2010.10.12 (09:54:16)

한 두 마리 키워보는건 어떻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0.12 (12:19:45)


생각 위에는
의도가 있고 의도 위에는 의식이 있소.
생각만으로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소.
생각 위로 올라가서 의도를 바꾸어야 하오.
뱀에게 물리지 않겠다는 판단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하오.
뱀을 두려워 하는 것은 고소공포증과 같이 얼마간 본능의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오.
그러나 나는 고소공포증도 훈련으로 상당부분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오.
나는 지금도 높은 곳에 가면 발밑이 섬찟하오.
확실히 하체에 힘이 들어가오.
그러나 일하러 다닐 때는 한 손에 연장을 들고 혹은 시멘트 한 포대 지고
14층 아파트 비계를 다람쥐처럼 날아다녔소.
꼬맹이 때는 큰 나무 꼭대기까지 재미로 올라가기도 했소.
배멀미 같은 것도 훈련하면 줄어들게 할 수 있소. 근본적으로는 의식이오.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오.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소공포증이나 뱀 공포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가라면 죽음은 뭐 수도 없이 경험한 과거의 일 아니겠소?
자신이 이미 오래 전에 죽어서 완전히 흙이 되어서 대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뱀과 하나가 되어서 자신이 뱀 속으로 들어가서 뱀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을 얻어야
뱀이 두렵지 않을 것이오.
뱀의 자기 신체의 일부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여전히 뱀이 두려울 밖에.
이런건 연습해야 하오.

이건 최선의 방법이고
차선의 방법은 뱀의 행동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 것이오.
뱀이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대응책을 가지고 있으면 무섭지 않소.
뱀이 눈앞에 출현했을 때 1단계 조치, 2단계 대응, 3단계 전술까지 외어두어야 하오.
1) 뱀대가리를 밟는다. 2) 껍질을 벗긴다. 3) 뱀탕을 고아 먹는다. <- 이건 좀 무리인가?
[레벨:15]오세

2010.10.12 (15:51:20)

 심리치료에서 생각과 의도를 바꾸는 것 까진 기존의 인지행동치료가 하고 있고,  의식을 바꾸는 부분은 실존치료가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제대로 된 세력을 이루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오. 생각과 의도를 바꾸라는 건 사람들이 대충 알아먹는데, 의식을 바꾸라고 말하는 지점에서 부턴 대략 멍 때리며 대체 무슨소린가 하기 때문이오.

사실 구조론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의식차원에서 심리치료 작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소. 실제로 나 역시 구조론을 배우고 난 뒤 상당히 많은 자질구레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었소. 더 높은 관점을 알고 난 뒤엔, 많은 문제들이 그냥 해소가 되어버렸소.

오늘 오산천을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 이 하나의 사슬 안에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심리치료의 조류들을 꿰어담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소. 기존의 심리치료에서 아직 미비한 부분이 정신-의식, 즉 마음의 상부구조라는 것도 알 수 있었소. 아마 동렬옹이 마음사전을 출간하면, 난 그 후속타로,  <구조론에 기반한 심리치료의 통합> 뭐, 이런 책이라도 써야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소. ㅋ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0.12 (16:22:12)


 오세님의 글을 참고해야겠소.
[레벨:15]오세

2010.10.12 (16:16:57)

정말로 뱀때문에 무서워서 괴롭다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오.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은 치료하기가 매우 쉬운 편이라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0.10.12 (12:02:33)

다음 책은 진정 대박조짐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0.10.12 (16:51:01)

'톡! 톡! 톡!' 아무리 읽어도 내겐 잘 익은 밤 떨어지는 소리로만 들려옵니다.(잘 여문 곡식...)^^
프로필 이미지 [레벨:2]김미라

2010.10.13 (15:10:19)


생각이 감정을 지배해야한다는 말씀처럼..
실제 우울증은 감정장애(Mood disorder)라기 보다 사고장애(thought disorder)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신학회에서 발간하는 우울증의 진단기준을 보면 사실 대부분이 감정이 아니라
'사고'에 관한 것들이지요. 오세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우울증상은 감정자체를 바로 다루게 되면 증상 호전이 어렵고,
사고, 생각을 다루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지치료의 입장이지요.
인지 치료입장에서는 우리가 가지게 되는 '감정'이전에
우리의 어떠한 믿음 체계 즉 스키마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가 선행된다고 보고,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믿음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것이 왜곡(distorted)된 경우
감정에 앞선 자동적 사고가 왜곡되거나 비합리적으로 의식하지도 못한채 바로 형성되어,
이것이 내자신, 세상(타인을 포함)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보다 자동적 사고를 통해 믿음 체계를 바꾸어 주는 인지치료가
우울증의 경우 훨씬더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인지치료의 아주 원론적인 부분이구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만으로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고, 의식과 정신이 근본적인 것이겠지요.
오세님의 말씀대로 의식과 정신의 문제는 심리 치료의 실존주의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데,,,
제 짧은 소견으로는 이미 상당부분 진전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을 뿐이구요.

이미 오래전에 빅터 플랭클 박사가 제시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에서 의식과 정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분의 저서중 "Willing to Meaning"이 한가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자유 (freedom)와 동시에
책임(responsibility)을 함께 다루고 계시고, 자기초월(self transcendence)을 가장 중심에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초월은 'who is "넘어선  'who ought to be'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한편 궁극적 목적 (the ultimate purpose)에 대한 통찰이나, "If we know what, we can overcome how"라는 말씀은
의도와 목적의 힘에 대한 대표적인 말씀이라고 생각되구요.
모두 행복을 추구하지만, 결국, 행복이란 '어떤 것을 추구함에 따라 얻어지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결코 추구해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을 인생, 삶의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과
결국 자기 초월(사랑으로 또한 설명되는)로 인간이 궁극적인 삶의 의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로고테라피의 이론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느껴져서 치료의 실질적 측면에서 비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심리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법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물론 기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 자체이지만요.

이곳 밴쿠버에서 십여년전에 정신병리학을 강의하시던 한 교수님으로 부터 로고테라피를 접하게 되어 매료되었구요,
십년만에 교수님을 만나뵙게 되어 얼마전부터 다시기 쁘게 로고테라피를  공부 하고 있는 중입니다.  
빅터플랭클 박사님의 바로 제자이시더군요.
외과의사에서 내과의사, 내과 의사에서 정신과 의사, 그리고 정신과 의사에서
다시 로고테라피로 그리고 결국 신학으로 ... 그 무엇인가를 찾아 한참을 여행하신 분이십니다.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배워서 부족하지만 꼭 함께 나눌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제게도 역시  김동렬 선생님의 마음에 대한 묵상과 통찰이 심리학 공부와 치료에
큰 틀이 될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레벨:15]오세

2010.10.13 (15:36:47)

우와~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이 구조론 커뮤니티에도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 부탁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김미라

2010.10.16 (21:59:31)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구조론 공부해야겠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0.13 (17:23:56)

좋은 내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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