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시대
무한경쟁을 통한 생산성의 극대화는 현대 산업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가치지만, 한 가정, 친구 사이, 창업하는 팀 내부에는 경쟁보다 협력, 견제보다 화합, 사유보다는 공유가 중요하다. 우리는 자본주의적인 가치와 사회주의적 가치를 대립되는 개념으로 여기지만, 실은 이 둘은 인류 역사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배치되지 않는 가치다.
우리 사회가 고도 성장을 위해 잠시 뒤로 밀어냈던 사회적 가치, 공유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새로운 가치가 기술의 발달로 개인과 개인을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대가 되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1인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유가치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음식부터 옷가지며 책, 다양한 이야깃거리 등 어떤 것이든 내부에서 공유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자족적 경제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1인세대와 핵가족화된 세대는 대가족에 비해 불완전한 생활 경제구조를 가진다. 때문에 불완전한 1인 경제는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만나 협력하게 될 수밖에 없다.
1인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에서 갈비찜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갈비찜을 잘하는 이웃과 효율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들은 만족스럽게 만날 수 있다.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널찍한 공유주방과 주고 받는 사람 간의 심플하고 부담없는 '거래'가 그 만남을 더 만족스럽게 할 것이다.
공유공간에 있는 어떤 물건이나, 그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행위나 모두 공유의 대상이다. 누군가 공유부엌에 자신의 프라이팬을 두었다면 그것은 공유되어야 하며, 그것을 사용하는 타인은 사용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거래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공유도 점차 시들어진다. 거래되지 않는 공유는 소유자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협력경제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실제로 잘 실현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최적화된 도구가 주어졌고, 이를 통해 10원 단위의 디지털화된 즉각적인 거래체계를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공유경제라고 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의 탄생을 예견할 수 있다.
에어비엔비와 우버 같은 서비스가 큰 성공을 거두고있지만 아직 우리의 생활 깊이 공유경제가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빈 방을 빌려주거나, 자동차를 공유하는 일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제한적이다. 여행가는 이웃집 강아지를 돌봐주는 일이나, 혼자 사는 사람이 만들어 먹기 어려운 스파게티를 다섯 명이 모여 함께 만들어 먹는 일, 하물며 누군가 마트를 다녀오고 다른 사람과 일부를 공유하는 일, 모두 적당한 보상이 주어지고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면 공유가치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는 극단적 주장으로 공유경제의 밝은 미래를 찬미한다. 그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은 막을 내려가고 그 대신 협력적 공유사회가 부상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주장이지만 공유사회에 대한 가능성이 확대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자.
공유사회가 될 수록 개인 간 연결성이 강화된다. 이는 사회 전반의 신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중개자의 그릇된 개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의 신뢰성이 높아지면 국가의 경쟁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은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공유가치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높여 생활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이제 공유의 창의적인 방식, 협력 경제의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공유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며, 또한 사회의 초연결성을 통해 가장 선구적인 시민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사회 전반의 신뢰가 축적되고 상호작용의 밀도가 높아지면 우리는 다음 단계의 민주주의의 도약을 일구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