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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904 vote 0 2020.03.10 (17:41:30)

  

    연역의 재현과 귀납의 관측


    세상이 가는 방향과 인간이 보는 방향은 반대다. 여기서 관측자의 존재가 문제로 된다.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마주 보고 대칭을 이룬다. 관측은 변화의 관측인데 관측자의 개입이 그 자연의 변화를 깨는 것이다. 둘이 마주 본다는 것은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방향이 틀리므로 필연적으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난다. 


    인간이 무엇을 봤다면 관측이라는 칼로 잘라서 왜곡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인간이 무엇을 봤다면 일단 잘못 본 것이다. 관측에 의해 얻어진 부스러기 정보들을 원래의 형태로 재구성해야 지식이 완성된다. 어떻게 주어진 단서들로 지식을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연역추론의 방법과 귀납추론의 방법이 제안된다. 


    연역추론이 바른 방법이며 귀납추론은 연역에 앞서 가설을 세우는데 쓰이는 잠정적인 지식이다. 검증되지 않은 첩보들이다. 세상은 전체에서 부분의 일방향으로 가고 인간은 부분의 단서로 전체를 추론한다. 세상은 원인에서 결과로 가고 인간은 결과에서 원인을 되짚는다. 자연의 존재와 인간의 인식은 방향이 반대다. 


    각각 존재론과 인식론을 구성한다. 자연의 존재 그대로를 보는 것이 연역이고 그냥 인간의 눈에 비치는 대로 보는 것이 귀납이다. 자연은 사건으로 존재하나 인간은 사물을 본다.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사건을 볼 수 없다. 사건은 움직이는데 인간은 정지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원인은 순식간에 격발되므로 볼 수 없다.


    변하는 사건 전체는 볼 수가 없고 변하지 않는 사물의 부분은 볼 수 있다. 너무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전체는 볼 수 없고 작아서 한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볼 수 있다. 전체를 보고, 원인을 보고, 사건을 보려면 특별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그 도구가 구조론이다. 망원경으로 먼 것을 보고 현미경으로 작은 것을 본다. 


    구조론은 사건의 메커니즘을 보는 장치다. 사물과 사건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사물은 관측자가 있다. 관측자가 사건의 진행을 방해한다. 내가 무엇을 봤다면 본 것의 절반은 피사체의 사정이 아니라 내 눈의 사정이다. 혹은 그 피사체를 거쳐온 빛의 사정이다. 관측된 정보에는 관측자의 사정과 매개체의 사정이 섞여 있다.


    판단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관측자가 기준이 되므로 왜곡된다. 관측자를 배제하고 사건 자체의 메커니즘을 추적해야 한다. 인간은 메커니즘을 볼 수 없으므로 관측된 정보를 단서로 삼아 추론해야 한다. 그것은 사건을 똑같이 재현해 보는 것이다.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은 하나의 메커니즘을 사용하므로 쉽게 재현할 수 있다.


    그것이 연역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지식은 연역에 의해 곧 재현에 의해 생성된다. 하나의 메커니즘을 조립하면 비슷한 지식을 무한대로 복제할 수 있다. 즉 지식은 재현하여 복제되는 것이다. 파동을 복제하든, 칼라를 복제하든, 소리를 복제하든 재현의 메커니즘은 같다. 그러므로 연역은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게 된다. 


    귀납은 연역의 소스를 제공할 뿐이다. 지식은 관측된 정보를 단서로 삼아 사건을 재현하여 복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만 획득되는 것이다. 귀납은 재현하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데 소용되지만 지식의 단서가 될 뿐 그 자체로 지식은 아니다. 우리가 지식을 엄밀히 정의해야 한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지식이 진짜 지식이다. 


    인간의 두뇌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떠올릴 수 없는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 머리에 들어 있지만 시험문제를 풀 때 당장 생각나지 않으면 지식이 아니다. 최면술사는 망각된 정보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잊었던 사실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뇌의 어딘가에 저장된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


    진정한 지식은 재현되는 것이며 재현하려면 사건이 진행하는 방향을 추적해야 하며 관측자의 존재는 사건의 진행방향과 충돌하므로 지식의 방해자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관측으로 얻은 부스러기 정보를 단서로 삼아 추론의 방법으로 재구성하여 가설을 세우고 사건을 재현해야 한다. 사건은 닫힌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계 내부에서 대칭을 세워 에너지의 모순을 처리하는 것이 사건이다. 인간의 뇌가 원래 이 원리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두뇌의 작동에 의해 그냥 알게 되는 것이 깨달음이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은 패턴을 습득하여 깨닫는 것이다. 아기의 지식은 연역원리에 의해 저절로 형성된다. 뇌에 자동지식 장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지식이 뇌에서 자동발생하는 패턴을 읽어서 아기가 아닌 어른이 의식적으로 그 방법을 쓴다면 깨달음이다. 자동지식발생의 메커니즘을 해명한 것이 구조론이다. 닫힌계를 정하고 관측자를 배제한 후 에너지의 결을 따라 사건의 진행을 추적하는 것이 연역이다. 연역은 한 번 구조가 세팅되면 지식의 무한복제가 가능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11 (04:00:44)

"지식이 뇌에서 자동발생하는 패턴을 읽어서 아기가 아닌 어른이 의식적으로 그 방법을 쓴다면 깨달음이다."

http://gujoron.com/xe/1177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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