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732 vote 0 2010.10.06 (13:20:20)

 

 

마음펼침 그림풀이


1.JPG   

 


  처음 몸과 마음은 이완되어 있다. 잠이 덜 깬 상태이거나 혹은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어리버리한 상황이다.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은 발동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다.


2.JPG   


  상황이 발생하면 마음이 슬슬 발동을 건다.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는 것이다. 최초 단계에서 정신은 대상을 포착하고 이를 몸 전체에 통보한다. 마음이 긴장된다.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존엄이다.


  존엄은 어느 레벨에서 대상을 포착할 것인가이다. 처음 모퉁이 뒤로 무언가를 보았는데 그것은 수염이었다. '저 수염을 뽑아서 붓을 만들어야겠군' 하고 생각하였다면 아직 전모를 보지 못한 것이다. 알고보니 그 수염은 호랑이 수염이었기 때문이다. 호랑이 수염을 뽑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존엄의 의미다. 애초에 사건의 전모를 보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


  길에서 거지를 봤다면 '불쌍하군' 하고 동전을 던져줄 수도 있고, '게으런 놈이군' 하고 무시할 수도 있다. 거지가 길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할 정도로 붕괴된 공동체의 실상을 포착해야 전모를 보는 것이다. 증권사 객장에 나타난 장바구니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곧 주가가 곤두박질 하겠군' 하고 알아챌 정도가 되어야 한다. 사건 전모를 보고 전체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존엄의 의미다. 존엄은 존중받는다는 것이며 이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상대한다는 거다. 상대를 하더라도 졸개가 아닌 대장과 승부를 보겠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세력의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 신과 상대하고 신의 진리와 상대하고 그 진리를 반영한 문명과 상대하고 그 문명의 진보과정인 역사를 상대하고 그 모든 것을 결집한 공동체를 상대해야 한다. 세상 전부와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3.JPG   


  마음이 확실하게 대상을 포착하면 거기에 대응하여 뇌가 몸 전체를 장악하고 통제한다. 정신은 호랑이가 나타난 사실을 몸 전체에 통보하는 것이며, 의식은 그 호랑이에 맞서 몸 전체가 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이다. 정보가 몸 전체에 통보되었기 때문이다. 근육과 신경과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전달되어 급기야 몸이 덜덜 떨리고 머리칼이 곤두서게 되는 것이다. 눈앞에 호랑이가 나타났는데도 몸이 축 쳐져서 전혀 대비태세가 되어 있지 있다면 그건 의식이 없는 거다. 이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자유다. 자유는 그냥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뇌가 몸 전체를 장악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자유의 크기는 의식의 크기에 비례한다. 자의식, 국가의식, 시민의식, 민족의식, 역사의식, 공동체의식을 막론하고 그러하다. 아무런 의식이 없는 자에게는 자유도 없다. 거지라면 몸은 자유롭겠지만 국가적, 민족적, 역사적, 공동체적 사건 앞에서 전혀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방비로 당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불러줘야 소집에 응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도 노예는 소집되지 않는다. 노예에게는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의식은 마음이 몸을 장악하고 대비하는 것이며, 자유는 역시 주어진 일 앞에서 대응할 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무사라면 총이 있어야 자유롭고, 문사라면 붓이 있어야 자유롭고, 농부라면 쟁기가 있어야 자유롭고, 백화점에서는 돈이 있어야 자유롭고, 바다에서는 수영을 할 수 있어야 자유롭고, 정치인은 마이크가 있어야 자유롭고, 화가는 붓이 있어야 자유롭고, 연주자는 피아노가 있어야 자유롭다. 


4.JPG   


  뇌가 자신을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어떤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한다. 갈림길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의도이다. 자신이 가는 공간적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갈림길 앞에서 그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술을 먹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친구에게 전화를 할 것인가 중에서 술을 선택하면 술을 사랑함이며, 친구에게 연락하기로 선택하면 친구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대상과 자신을 연결시켜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며, 그 관계로 하여 대상과 얽혀버리는 것이다. 얽히면 발을 뺄 수 없다. 계속 나아가야 한다.



5.JPG   


  방향을 선택한 다음 시간상에서 일을 진행시킨다. 그것이 생각이다. 이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성취다. 사랑은 사랑하지 않는 것과 비교되지만, 성취는 비교되지 않는다. 진척될 뿐이다. 소주와 막걸리 중에서 막걸리를 선택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성취는 그 막거리를 얼마나 마실 것인가이다.


6.JPG   



  일을 진행하면 몸이 반응을 보내오는데 그것이 감정이다. 이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행복이다. 인간이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복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몸의 반응은 속일 수 있다. 기분이 안 좋으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거나, 섹스를 하거나, 마약을 쓰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행복이 너무나 쉽기 때문에 쉬운 길로 빠지다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아주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1초만에 행복해지는 비결은 설탕이 잔뜩 들어간 초컬릿을 먹는 것이다. 1초만에 행복해질 수 있지만 10년간 살이 빠지지 않아서 고생하는 수가 있다. 거짓 행복이 너무나 쉽기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한다. 행복하려고 하는 한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성취의 결과다. 성취해야 행복해진다. 성취하려면 성취하지 못한다. 성취는 사랑의 결과다. 사랑해야 성취에 의미가 있다. 사랑하려면 사랑하지 못한다. 자유가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 이는 남자가 주로 취직한 다음에 결혼하는 것과 같다. 취직한다는 것은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자의 사랑은 짝사랑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자유롭고자 하면 자유롭지 못한다. 자유 역시 존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접하는가, 그리고 세상이 자신을 어떻게 대접하는가, 자신이 세상의 어느 지점에 각을 세우는가, 정상에서의 눈높이를 가지는가에 따라 존엄이 결정된다. 자기 자신을 노예취급하면 노예로 대접받을 뿐이며, 그 경우 자유는 없다. 예속되고 만다.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고 거기에 대응하여 상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려 하는 한 결코 자유는 없다. 상대의 행동에 종속되게 된다. 스스로 창의하고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0.10.06 (15:53:32)

동렬님의 그림판 다루는 솜씨가 거의 포토샵급이구려.. ㅎㅎ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86 공감과 리액션 2 김동렬 2010-10-24 12564
2185 마음이 하는 일 2 김동렬 2010-10-23 14091
2184 마음의 탄생 image 11 김동렬 2010-10-20 12790
2183 정신의 진보 image 12 김동렬 2010-10-20 12823
2182 정신의 구조 image 5 김동렬 2010-10-18 16332
2181 심리학 10 김동렬 2010-10-18 11971
2180 무의식 11 김동렬 2010-10-14 15141
2179 정체성 찾기 3 김동렬 2010-10-13 15470
2178 마음의 밸런스 2 김동렬 2010-10-13 13439
2177 마음의 전개 13 김동렬 2010-10-12 12173
2176 평화 2 김동렬 2010-10-07 14234
2175 중력과 관련한 image 2 김동렬 2010-10-07 17314
2174 무심 3 김동렬 2010-10-06 13826
» 그림으로 보기 image 1 김동렬 2010-10-06 12732
2172 마음백과사전 5 김동렬 2010-10-04 14934
2171 양들의 모래시계 image 2 김동렬 2010-10-03 19464
2170 집중력 향상에 대해 6 김동렬 2010-09-30 15213
2169 소통지능 - 제 2의 뇌 1 김동렬 2010-09-29 15554
2168 트라우마 image 8 김동렬 2010-09-28 17196
2167 지성의 역사(추가버전) image 7 김동렬 2010-09-26 12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