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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14 vote 0 2003.05.26 (14:16:16)

정치는 자살골 넣기 시합이다. 우리편이 뭔가를 잘해서 잘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적이 자충수를 두었을 때, 그것을 적절히 응징해서 승리하게 된다.

문제는 적이 현명하게도 자충수를 두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적이 자충수를 두게 만드는 것이다. 전술적 오바가 필요하다. 그것은 1이 필요한데도 10을 요구해서 적을 화나게 하는 것이다.

이때 10을 요구하는 우리의 무리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요는 적이 우리의 실패를 응징하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적들도 오바하게 된다. 아군과 적군이 동시에 오바했다면 최종적으로 누가 승리하는가? 역사의 필연이 결정한다. 정답은 물론 아군의 승리다. 왜? 아군이 옳기 때문이다.

양비론은 없다.
답은 정해져 있다. 양비론은 없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오바하면 어른의 패배, 여당과 야당이 같이 오바하면 여당의 패배,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오바하면 가해자의 패배. 진보와 수구가 같이 오바하면 수구의 패배.

같이 오바하면 적이 패배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오바해야 하는 것이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군의 오바가 명백히 의도적인 전술운용이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치고 빠지기다. 적의 오바를 유도한 다음에는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타이밍을 재야 하고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 때로 오바는 예술이다. 예술이어야 한다.

임지현, 문부식, 진중권들의 염려와 삼일만세운동
기미년 3.1만세운동은 전형적인 홍위병식 동원운동이다. 이 운동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5000명이 희생되었고 그 열배의 인원이 투옥되었다. 조선은 독립하지 못했고 일제의 통치는 더욱 치밀해졌다.

진중권들은 말할 것이다. 3.1운동은 무리한 전술을 사용해서 적들만 이롭게 했다고. 과연 그러한가?

그때 3.1 만세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없다. 한국인들은 제 손으로 일제에 나라를 들어다 바쳤기 때문에 독립국가를 자처할 명분도 없다.

3.1운동은 비록 실패했지만 실패하므로서 오히려 성공한 것이다. 시민운동도 그러하다. 실패하므로서 성공한다. 오바하므로서 적의 자충수를 유도한다. 화염병을 던지므로서 최루탄을 쏘게한다.

광주민중항쟁도 그러하다. 오바한 것은 시민군이었다. 결정적으로 적의 오바를 유도해내는데 성공하므로서 항구적인 민주화의 초석을 닦았다. 우리가 먼저 돌을 던져서 독재의 무자비함을 폭로해야 하는 것이다.

신주류의 오바하는 신당운동
신주류의 오바전술이 성공하여 한화갑의 자충수를 유도했다. 적의 감정을 자극하고, 적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적의 실수를 이끌어낸다. 걸려든 것은 한화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천둥벌거숭이로 날뛰는 신기남의 오바는 왜 무죄가 되고 점잖게 발언한 한화갑의 발언은 왜 유죄가 되는지를.

역사가 심판한다. 결과가 그렇게 만든다. 15년전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한 노무현의 오바는 무죄가 되고 노무현의 오바를 응징한 전두환의 독재는 유죄가 된다.

역사가 가는 방향에서 저지른 오바는 용서가 되고, 역사의 반대편에서 저지른 오바는 철저하게 응징이 된다. 바스티유를 습격한 시민군의 오바는 무죄가 되고, 폭도들에게 발포한 루이왕은 처형을 면치 못한다. 이것이 역사다.  

결과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일정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 역사의 진행에 맞추어 해도 되는 오바가 있고 해서 안되는 오바가 있다.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과 타이밍이다.

칠 때는 치고 빠질 때는 빠져야 한다. 적에게 먼저 포탄을 날리고 적의 대응사격이 쏟아지는 위치를 벗어나야 한다. 막나갈 때는 당을 깨자고 해놓고 『내가 언제 그런 소리 했소? 다 함께 손잡고 가자는데 한화갑동지는 돌연 왜 그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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