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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37 vote 0 2009.01.20 (20:35:26)

자기(自記)

자기(自記)라! 스스로를 기록한다.

옛글을 정리하여 보자. 94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5년이나 지난 글들이다. 처음엔 노트에 썼고 다음엔 PC통신에 썼다. 남 의식 안하고 일기처럼 쓴 글들. 유치하지만 풋풋한 맛이 있다.

이런 글은 남들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데.. 아주 늙어서 말이다. 누구도 나라는 존재를 경계하지 않게 되었을 때.. 심술궂은 노인네처럼.. 사람들을 아주 ‘뜨악’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뭐 그런 거 있다.

먼 길을 혼자 갈때의 쓸쓸함.. 나의 존재를 세상경계 바깥에 두고.. 그 안쪽에 오붓하게 모여서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질투일수도 있고 시기일수도 있는 뭐 그런 거 있다. ‘거리두기’랄까.

외국 유명인이 한국의 방송 아나운서 앞에서 활짝 웃는다. ‘한국 좋아요’라고 입으로 말은 하지만 그 표정은 ‘어떤 답변을 원하나요? 까짓거 립서비스는 원하는대로 해드립죠.’ 하는 그런 시큰둥한 표정 있다.

세상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다. 서먹서먹함 있다. 그런대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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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의 정체.. 무엇일까? 나란 일찍이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해 왔던 거다. 오만과 몽상.. 특권의식이자 선민의식일 수 있다. 착각일 수 있고 왕자병일 수도 있고..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장벽.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을 해 왔던 거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구조론을 깨우치면 과도한 자신감을 얻는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명성얻고 그런 것은 무시해 버린다. 신과 나의 담판이 있을 뿐.

‘이건 내 게임이야. 니들은 빠져. 응원 필요없어.’ 영화 하이눈의 마지막 대결 장면을 연상하면서.. 신 앞에서의 단독자. 인간사회라는 것은 통째로 배제해 놓고 혼자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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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드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나그네처럼 길을 가는 내가 있다. 세상 바깥에 내가 인정하는 세상이 별도로 있다. 내가 눈을 감으면 그 세상은 사라지고 내가 눈을 뜨면 그 세상은 나타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말한 이는 석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베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베라’고 말한 이는 임제 의현! ‘신은 죽었다’고 말한 이는 니체! 본 받아 나는 자유인이다. 내 위에 아무 것도 없다.

완전한 인격을 꿈 꾼다. 완전성의 경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 교만일 수도 있고 아집일 수도 있다. 남이야 뭐라든 상관없다. 그것은 사회라는 이름의 모둠살이에 소속한 그들의 이야기일 뿐.

어쨌든 그 포지션에서 세상과 관계를 맺기로 결정했다. 사회부적응자였던 나의 생존법인지도 모른다. 먼 길을 혼자가려면 그런 독기가 필요하다. 깨달음이다. 세상과 친하는 대신 신의 친구가 되기로 했다.

내 삶을 샘플로 삼아,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있어서 하나의 모델을 만든다. 7살 이래 쭉 그래왔다. 그 관점에서 세상을 보아왔다. 17살 때 오도송(?)을 부르고 결정했다. 깨달음 위에 어떤 권위도 인정않기로.

스승도, 교과서도, 언론도, 강단도.. 그리고 세상에서 먹어준다는 어떤 권위와 제도도 인정하지 않는다. 나의 깨달음.. 신과의 대화를 만유의 척도로 삼는다. 물론 이 방법을 당신에게 권한다면 무리다.

그러나 당신이 사회부적응자라면 자살하느니 이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말한다. 바보들은 내 글을 읽지 말아달라고. 딱 여기까지. 여기서 그만두라. 이 글은 위험할 수 있다.

세상이 가르치는 겸양의 미덕, 타인과의 공존.. 그런 거 없다. 그래서 이건 보편화 될 수 없는 별난 이야기. 어쨌든 이런 삶도 있다. 그리고 당신 역시 내 일곱살 때 경험했던 것을 경험했다면 나처럼 했을 수도 있다.

결론은 이렇다. 사회라는 것에 잘도 적응하여 오붓하고 속닥허니 잘 사는 사람은 계속 그렇게 잘 살아보도록 하시고.. 그렇지 못한.. 세상과 친해보기에 실패한 이들에게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거.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아야 한다. 남들은 모르는 곳에 통쾌함이 있고 전율함이 있는 더 나은 세계가 있다. 상승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 일이다. 신의 친구가 될 때 까지.

까놓고 말하자.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의 많은 철학, 가치관, 사상, 종교.. 스스로 특별해 지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던가? 종교를 신앙하거나 혹은 조직에 들거나 혹은 한 권의 책을 읽거나 마찬가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당신이 서점가에서 한 권의 책을 선택할 때 맘 속으로 솔직히 기대하는 것은.. 까놓고 말하면.. 그것은 특별해 지거나 혹은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려는 거다.

그렇다면 그 길을 선택하라! 그것이 착각이건, 오만이건, 몽상이건, 고독이건, 세상이 뭐라건 상관없다. 스스로 특별해 지는 길, 특별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길, 신의 친구가 되는 길로 바로가기다.  

오해하기 없다. 타인과의 비교는 부질없다. 비교우위 따위는 없다. 당신은 어떤 경우에도 남보다 우월한 존재가 될 수 없다. 내가 말하는 특별함이 세상에서 먹어준다는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별해지는 방법은? 각자에겐 각자의 동그라미가 있다. 주어진 자신의 동그라미를 완성하는 것이다. 스스로 완전해지는 것이다. 완전할 때 통한다. 통할 때 전율한다. 한번 그 전율의 쾌감을 맛본 이는 결코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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