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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38 vote 0 2020.02.12 (17:02:45)


    신데렐라의 재해석


    델마와 루이스는 페미니즘 영화로 치부된다. 역시 리들리 스콧이 만든 에일리언은 그렇지 않다. 지식인의 계몽주의라는 좁은 시야로 본다면 본질에 닿지 못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지식인의 가르치고자 하는 욕망을 걷어내고 대중의 진실을 포착해야 한다. 경망하게 굴기 없기다.


    했던 신데렐라 이야기에 언어를 보태자. 왜 민중은 신데렐라 설화를 지지할까? 신데렐라 설화는 왕자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계모한테 학대받는 이야기다. 관점의 차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에일리언은 괴물영화다. 델마와 루이스는 탈주에 관한 영화다. 추악한 괴물 반대편에 끈질긴 여성이 맞는 그림이다.


    둘은 대칭된다. 마찬가지로 탈주의 반대편에 억압이 있고 억압당하는 여성의 탈주가 제격이다. 남자가 교도소에서 탈주하거나 혹은 수용소에서 탈주하거나 또는 여자가 빌어먹을 텍사스의 나쁜 공기에서 탈주하거나 본질은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칭성이다. 탈주극의 한 가지 변주로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제격이다.


    뭐든 자기식으로 편하게 해석해 버린다면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신데렐라 설화에서 왕자는 어떤 놈팽이가 아니라 하나의 신분이고, 신분상승은 계모 밑에서 고생한 데 따른 정당한 보상이 된다. 현대인의 계몽주의 관점을 들이댄다면 고약하다. 신데렐라는 오매불망 왕자님을 기다리다가 맺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귀족 신분이었는데 어쩌다 하녀로 강등되었다가 다시 신분을 복구한다. 이것이 신데렐라를 지지하는 민중의 욕망이다. 복원력에서 에너지가 나온다. 조선시대 한글소설은 다수가 여성영웅 소설이다. 왜 여자가 영웅일까? 왜 남장한 여자가 조선시대에 존재하지도 않는 송나라에 가서 무공을 세우고 결혼하는 것일까?


    뮬란으로 알려진 화목란花木蘭 이래 남장한 여성장군 캐릭터는 하나의 공식이다. 이데올로기는 충효열忠孝烈이다. 국가에 대한 의리, 가족에 대한 의리, 파트너에 대한 의리다. 충효라는 봉건언어를 배제하고 보면 의리가 남는다. 의리는 유관장의 도원결의와 같다. 거기에 이념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송나라에 가지?


    거기에 가족도 없고 국가도 없다. 남는 것은 열烈이다. 현대어로 말하면 사랑이다. 봉건시대에 의리를 지킨다는 의미는 자기 신분을 지킨다는 것이다. 의리를 잃을 때 신분을 잃고 비참해진다. 유비와 관우는 의리를 지켰고 여포와 진궁은 의리를 지키지 않았다. 조조 또한 의리를 지키지 않아서 사마 씨에게 나라를 뺏겼다.


    여성영웅소설은 남자영웅소설에 없는 열이 강조된다. 현대사회는 충효가 사라지고 열이 그 자리를 채운다. 헐리우드식 애국주의와 가족주의는 변형된 충효사상이다. 결국 모든 영화는 의리를 팔아먹는 것이다. 봉건시대의 의리냐, 정치적 올바름으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의리냐, 소인배의 의리냐 이념의 의리냐가 다를 뿐이다.


    의리는 결국 대접받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다. 의리를 지키면 대접받고 배신을 저지르면 사회에서 매장된다. 리들리 스콧이 시고니 위버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추악한 괴물과 정확히 대칭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델마와 루이스도 마찬가지다. 탈주에는 여성의 탈주가 적격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결국 탈출하지도 못했다.


    대신 경찰차 수십 대를 한 자리에 끌어모았다. 사람을 가두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슬을 들추어낸 것이다. 고딩이 교실에서 탈주하든 택시 드라이버가 폭주하든 마찬가지다. 일본 애니는 중딩이 지구를 구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말이다. 왜 중딩일까? 독자가 중딩이기 때문이다. 왜 남장여자가 송나라에 가서 장군이 될까? 


    한글소설의 독자가 주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대중은 언제나 옳다는 전제를 가지고 대중이 무엇을 원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대중의 욕망을 꿰뚫어보아야 한다. 신데렐라를 왕자와 연애하는 이야기로 여긴다면 자의적인 접근이다. 신데렐라가 원하는 것은 귀족신분이고 왕자는 묻어온다. 


    흥부전에서 박을 타면 금은보화와 함께 하인들이 나온다. 왜 박에서 남녀하인이 줄줄이 나오느냐고 따지면 피곤하다. 영화가 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는 딜에서 얻어진다. 딜이 되려면 중도파는 안 된다. 안철수 극중주의는 딜이 안 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 켠에 치우쳐 있어야 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줄 만큼 주고 받을 만큼 받아야 딜이 된다. 필요한 것은 의리다. 기생충의 송강호는 가족끼리 뭉쳐서 남의 집을 거덜낸다. 일단 의리가족이다. 의리로 엮여야 50 대 50으로 맞설 수 있다. 대칭시킬 수가 있다. 교착시킬 수 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맞대응을 해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이든 페미니즘이든 의리의 한 가지 형태다. 


    모르는 사람에게 사실을 알려준다는 계몽주의로 가면 망한다. 유관장은 신분이 다르고 특기가 다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며 의리를 이루는 것이다. 모든 위대한 영화는 운명적인 상황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이루고 운명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구원된다. 의리를 이루어 대접받는다. 


    델마와 루이스는 여자와 여자의 의리를 보여준다. 모든 경찰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고 맞서는 방법으로 신분을 상승시켰다. 강렬한 대칭의 완성이다. 맞대응이다. 의리는 영원한 가치다. 봉건시대에는 충효열로 말하고 현대사회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혹은 페미니즘으로 혹은 차별주의 극복으로 말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의리는 인간이 관계맺기를 통하여 에너지를 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흥부의 박에서 첩이 나와도 충격받고 그러지 말자. 그것은 그저 그 시대 독자의 욕망을 반영한 것뿐이다. 사실은 흥부 마누라에게 딸린 남자첩도 있었다고 속흥부전을 쓰든지는 각자 마음이다. 모든 전래설화의 본질은 의리를 지켜서 대접받자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20.02.12 (17:49:04)

박찬욱의 아가씨가 생각나네요



부모잃은 귀족 아가씨가 가짜 귀족 변태한테 학대받다가 조선인 하녀와 탈출



그리고 의리하면 빼놀수 없는 영화

토니 스콧 감독(리들리 스콧의 동생)이 만든

스파이게임에서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브래트피트의 의리

브래드피트와 여주인공과의 의리

두번의 의리가 있습니다



의리빼면 성립 안되는 영화였죠

저녁외식 작전이 멋짐

[레벨:5]윤민

2020.02.12 (21:35:52)

의리란, 동료 사이의 "상호작용 연결고리"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겠습니까


배신하면, 연결고리는 끊키게 되고 상호작용은 중단됩니다.

때문에 그 연결을 끊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 그것이 의리


진보라면 새로운 만남으로 그 연결고리를 늘리는 것이고

보수라면 기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13 (05:08:04)

"봉건시대에는 충효열로 말하고 현대사회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혹은 페미니즘으로 혹은 차별주의 극복으로 말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의리는 인간이 관계맺기를 통하여 에너지를 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http://gujoron.com/xe/1167552

[레벨:3]파워구조

2020.02.13 (07:03:19)

남산의 부장들에 의하면,

의리를 먼저 져버린 것은 김재규가 아니라 박정희였지요.

그래서 빵야를 먹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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