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소비에도 격이 있다!

 구조론으로 본 소비의 다섯 수준-

 

 

이마트 피자는 너무하지 않습니까?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들 문 닫는데 이제 중저가 피자 파는 서민 상인들은 어찌하나요? 정말 삽질이라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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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zik’라는 누리꾼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yjchung68)에게 트윗을 보냈다. 또 다른 누리꾼인 ‘rarara80’피자도 피자지만 도매 중개업까지 하는 건 더 큰 문제라며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유통업의 존재를 부정하시는군요. 님은 직접 장을 보십니까?”라고 반문하며많은 분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고객의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rarara80’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다시 지적하자 정 부회장은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네요라고 맞받았다. 다른 누리꾼(psy_steve)장사하시는 분들은 가맹비, 임대료로 빚내서 힘들게 운영하는데 마트에서 피자까지 팔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요즘 마트에서는
떡볶이 어묵 국수 튀김 안 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 되나라고 반문했다



정용진의
이념적 소비운운은 무식한 헛소리니 별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 하지만, 소비가 이념적일 수 있다는 발상이 나에게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래, 구조론적으로 소비를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산천을 걸으며 생각했다
. 가는 길이 4KM 오는 길이 4KM, 8KM를 왕복하며 소비의 다섯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소비는 크게 아래의 다섯 수준으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소비에 대한 구조론적 분석에 들어가겠다.

 

소비의 다섯 수준

1.     가격 위주의 소비: 이 수준에선 가격이 소비의 가장 큰 기준이다. 예를 들어 배추 한 통에 A라는 곳은 1500, B라는 곳은 2000원에 팔 때, 이 수준의 소비자는 당연히 A라는 곳에서 배추를 산다. 현대 경제학은 주로 이 가격 위주의 소비를 다루고 있으며 이에 기초하여 기업들은 최대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이 수준에선 비지떡이라도 감지덕지다. 보통 전쟁 이후, 극심한 공황 직후의 소비가 이런 양상을 띤다. 최대한 양이 많고 값이 싼 것을 기준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다.

2.     품질 위주의 소비: 이 수준에선 더 이상 가격이 소비의 최우선 판단기준이 되질 못한다.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 주목하여 소비 여부를 판단하며 설령 가격 차이가 좀 난다 하더라도 기꺼이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 든다. 질이 좋은 제품을 오래 쓰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수준의 소비자는 나라는 사람은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누려 마땅하다, 나라는 사람은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와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격과 상품/서비스의 격을 연결 지어 본다는 것이다. 소비자 운동의 부흥은 대중의 생산력이 증대되면서 늘어난 자신감과도 연관이 있다. 늘어난 생산력-그로 인해 늘어난 자신감이 기업이 제공하는 것들 중 가장 싼 것을 고르는 수동적인 태도를 아무리 싸도 질이 낮으면 안 사! 적어도 내 수준에 맞는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대령하도록!”라고 당당히 외치는 적극적인 태도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 단계까진 아직 전통 경제학으로도 다룰 수 있다. 가격-품질에 주목하는 것은 여전히 이익추구 행동의 일환이며, 기업은 이를 예측해 더 좋은 품질을, 더 싼 가격에 내 놓으려 하고 이는 소비와 생산 사이의 밸런스로 나타나 시장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다음 단계부턴 기존의 경제학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현상들이 나타난다.

3.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비: 이 수준의 소비를 한 줄로 설명하자면, 바로 <구색>을 갖추는 소비다. 냉장고를 사면 티비도 사고 세탁기도 사고 가전 제품 일체를 다 산다. 차를 사면 스키세트도 사고 카오디오도 사고 암튼 여가와 관련된 물품을 줄줄이 구매하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을 사도 그렇다. 스킨부터 각종 액세서리, 어플에 이르기까지, 아이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동네 뷰티샵을 가도 처음엔 발맛사지만 받으려다 얼굴맛사지도 받고 나아가 전신맛사지까지 받게 되는 그런 소비가 있다. 제품이 제품을 부르고, 서비스가 서비스를 부른다. 언뜻 보기에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좀 무리가 아닌 가 싶을 정도의 과소비적인 행태로도 나타나지만, 이는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필수적이며, 이 수준의 소비가 나타나면서부터 시장의 성장속도는 가히 폭발적으로 변하게 된다. 3000원이 있고 배가 고플 때, 햄버거 3000원짜리를 사는 게 아니라 햄버거 2000원 콜라 1000원어치를 사게 된다. 이 수준의 소비에선 무언가 세트가 아니면 만족하질 못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서비스와 제품의 다양화에 주력하게 된다. 소비자는 자신의 다양한 욕구만큼, 다양한 소비를 하게 되며, 욕구가 욕구를 낳고 그 욕구가 또 욕구를 낳음으로써 시장을 키운다. 이 수준의 소비가 없다면 현재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은 거대한 시장의 형성은 불가능하다. 가격과 품질에만 주목한다면, 시장은 더 이상 크질 못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해야 시장이 점점 더 커진다. 자본이란 나무는 이 세 번째 단계의 소비와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4.     컨셉이 있는 소비: 이 수준의 소비는 단순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전 수준의 소비와는 달리 컨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의 컨셉은 한 줄로 꿰는 무언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깻잎머리 여고생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혹시 그들의 치마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 이 둘은 닮았다. 머리에 <> 붙은 깻잎머리, 그리고 허벅지에 <> 붙는 치마. 가슴에 <> 달라붙는 교복 상의까지. 이들은 <> 붙는 컨셉을 표현하고 있다. 일단 머리를 이마에 찰싹 붙이면, 교복 치마와 상의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구조론의 일치와 연동의 원리에 따라 교복치마, 상의, 머리스타일은 <> 붙여 슬림하게 만들어 몸매를 드러내겠다는 컨셉과 일치하며, 이러한 의도에 연동되어 깻잎머리 여고생의 스타일이 완성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이 수준의 소비는 컨셉에 따라 결정된다. 된장녀 컨셉이면, 명품 구두+명품 핸드백+별다방+등 일련의 소비 행위들이 한 줄로 꿰어져 나타나 나 이런 여자야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컨셉의 소비에서부턴 명백히 제품/서비스와 소비자의 관계가 뒤집히면서 소비의 기준이 제품/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아가 된다는 점이다. 즉 소비가 제품의 구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타인과 구별 짓고,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컨셉을 잡고 표현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컨셉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의 선택 기준이 점점 더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 되어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앞에 언급한 소비의 수준들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주관적이 되며 좀 더 자신의 미학적인 관점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5.     세력을 만드는 소비. 이게 사실 정용진 부회장이 이야기한 이념적 소비와 같은 말이다. 자본주의라는 나무의 양 가지가 소비자와 생산자라고 할 때, 이윤추구를 위해 조직화되어 똘똘 뭉쳐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는 생산자 측의 기업들과는 달리 뿔뿔이 흩어진 소비자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소비자 운동이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거대 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어렵다. 여전히 이윤을 동기로 판단하는 한, 정용진 부회장의 논리 많은 분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고객의 선택을 감당하지 못한다. 구조론에선 어디까지나 개인의 이익추구 행동, 예를 들어 소비자가 재래시장 보단 이마트에 가서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사는 행동을 시장의 밸런스로 나타난다고 보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경제의 시장의 하부구조이고, 시장의 상부구조는 조직의 의사결정 창구를 일원화 하려는 세력지향 행동으로 보고 있다. 이념적 소비, 또는 착한 소비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상부구조와 관련된 세력지향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대형유통점을 이용하면서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나름 자신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행동을 한 것이지만, 이러한 기준으로만 소비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론 시장의 생태계,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의 공존이라는 밸런스를 깨뜨리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이념적 소비 행위는 시장의 상부구조에서의 세력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vs중소상인에서 중소상인의 편을 드는 쪽으로 소비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에겐 일시적인 손해를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론 시장의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오히려 이익이 된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이념적 소비, 생태적 소비 다 같은 말이다. 이러한 소비들은 전부 세력지향적인 소비며 시장에서의 밸런스의 붕괴를 막아준다는 점에서 개인에겐 단기적 손해를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가격과 품질에 주목하는 실질적 소비가 시장이라는 말(시장)에 채찍질을 가해 말의 폭주(시장의 성장)를 재촉하는 것이라면, 이념적 소비는 말의 폭주가 기수를 낙마시킬 지경에 이르지 않게 고삐를 죄어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는 좀 더 이념적 소비를 해서 삼성, 이마트 같은 난폭한 말들을 길들여야 한다. 그들의 난폭한 광란의 질주를 내버려두면 울타리(시장의 질서)는 무너지고 무너진 울타리로 자본도, 신뢰도 모두 빠져 나간다.

 

이상 다섯 가지 소비의 수준에 대해 살펴 보았다. 길게 썼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소비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이윤동기에서 공동체의 세력동기에 근접하게 되며, 마지막 다섯 번째 수준의 소비 행위를 통해 비로소 생산자를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생산자vs소비자가 밸런스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밸런스를 이뤄야 자본이라는 나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은 아마도 이념적 소비가 기업의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렇게 소비에다 무려 이념이란 딱지를 붙인 것 같은데, 이를 어쩐담, 앞으로도 이념적 소비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라는 나무가 그냥 무작정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크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 가지를 적절할 때 쳐주지 않으면 되려 기괴하게 비틀려 흉물이 된다는 것을 지난 경제위기를 통해 하나 둘씩 깨달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제어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자각, 그 연장 선상에 이념적 소비가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은 세력을 조직해 자신의 의사를 기업에 전달할 것이고, 이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듯, 그렇게 망하게 될 것이다. 점점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거대한 세력으로 변모하는 소비자들을 우습게 보고, 정용진 부회장처럼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시나보죠?”라며 비아냥 거렸다간 당장 내일 매출이 수십억 단위로 떨어지는 그런 날이 곧 온다. 소비자들은 환경, 윤리, 인권 같은 이슈들을 중심으로 뭉쳐 세력 소비를 시도하고, 그러한 시도가 약발이 먹힌다는 것을 깨달으면, 마치 말을 처음 타서 고삐로 말을 제어하는 법을 처음으로 깨달은 소년의 열광처럼, 그렇게 본격적인 기업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정용진 부회장은 무어라 말할까?

 

이마트는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추구합니다. 이마트는 떡볶이와 피자를 팔지 않습니다이러고 있진 않을까 싶다.


그 날이 멀지 않았다
. 고로, 소비자들이여 맘놓고 이념적 소비를 하라!. 개인의 이윤동기도 동기지만 공동체의 세력 동기를 통해 뿔뿔이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아 자본이란 거친 말을 제어하자. 그저 싸고 품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만이 기업의 존재의 이유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격이 다른 소비를 보여주자. 이미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삼성을 엿먹이자는 것도 있다. 이미 삼성제품불매운동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본을 길들이자는 거다. 그래야 자본주의란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0.02 (01:25:28)


트위터로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기업의 이윤 추구는 막을 수 없으니 알아서 소비하라는 얘기이군요.그것은 책임지지 못하니...
그렇다면.. 이념적 도매업자,판매자가 되라고 하고 싶네요. 그들은 생산자나 가맹점업자들의 고혈로 가격을 하락시켜 중간에서 이익을 보고 있으므로...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조금은 게을러서 ...ㅋㅋ..그것에 맞춰서 소비합니다.
이마트를 가면 충동구매가 많고..그리고 공산품 위주로 소비를 하지만... 그것도 게을러서 가는 것을 조금 싫어합니다.
동네에서는 재래시장이 근처에 있어서 ...많이 살 것이 있으면 이용하고...
동네 슈퍼는 사정거리에 세 군데가 있는데...
한군데는 그중에서 크고, 한 군데는 할머니가 하는 구멍가게, 또 한 군데는 할머니.할아버지가 하는 채소가게
그래서 이 세군데에서 골고루 사 줍니다.
과일이나 공산품 위주는 큰 슈퍼...좀 더 부피가 작거나 간단하게 살 수 있는 것은 할머니 구멍가게 슈퍼, 야채는 될 수 있으면 할.할아버지 야채가게에서 삽니다.
한 3년여간 이렇게 소비하다보니... 동네 가게들의 어떤 형태가 보입니다.
제가 일년에 두 구멍가게에서 소비한 것을  일단 거기에 10사람의 소비를 곱해보면(열명은 더 되겠지요^^).... 동네 구멍가게는 유지가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지저분하고 오래된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구멍가게도 돈이도니까..신선도가 좋아집니다. 그리고 큰 슈퍼에 비하면^^; 친철도는 왕입니다. 큰 슈퍼의 친절도도 요즘은 조금 나아져 가지만...그러나 큰 마트들에 비하면 다 구멍가게 입니다.))
큰 슈퍼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을 곱해주면 되겠지요.
저는 이것이 개념있는 소비가 아닐까 합니다.
이마트 갈 것 조금 덜 가고(저야 게을러서 그렇지만...) 대형마트 갈 것 조금 덜 가고 동네 구멍가게들을 이용해주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다 없어질지 모르나...그래도 어디에 살든 눈에 보이면 거기를 가주면 유지는 된다고 생각됩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내가 한달에 동네에서 소비하는 금액을 환산하여 한달.일년...그리고 그런 소비가 몇사람으로 조금만 불어나도 유지가 되기에...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물론 현금 영수증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두 군데 구멍가게는 카드도 안되지만....그런 생각은 접어 두는 것이 좋겠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10.02 (02:38:21)

위의 칼럼과 직접관련성이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한 얘기하자면...

한번은 친구녀석과 애플의 맥북을 화제로 한바탕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소. 나는 맥북이 좋아보인다는 쪽이고, 친구는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게 비싸고, 같은 가격이면 더 좋은 사양의 다른 노트북을 살 수 있다는 쪽이었소. 물론 이런 논쟁에는 정답이 없소. 애플의 제품이 사양대비 가격이 높은 편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반면 애플은 윈도우와 맥OS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PC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소. 유니바디 디자인이라는 것도 장점이 되고...

그러니까 친구는 기능중심적인 가치를 중요시 한 것이고, 나는 디자인과 맥OS에 가치를 둔 것이오. 물론 맥북의 경우 맥OS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자마자 후회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맥북의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는 맥 사용자가 세력화 되어있다는 것이오. 그리고 그 세력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전세계에서 한발 앞서가는 젊은이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소. 아이폰, 아이팟도 마찬가지요.

학문의 발전이  철학 > 수학 > 과학 > 공학 > 미학으로 진보한다면, 친구는 공학의 단계에서 가치를 말한다면, 애플세력은 미학의 단계에서 가치를 말하는 셈이오. 제품 자체가 콘텐츠를 소비하기 보다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 더 유용하도록 만들었고, 따라서 수용보다는 창의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오. 그들 집단은 창의로부터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소.

이러한 소비경향이 위에서 말한 '세력을 만드는 소비' 와 맥을 같이하지 않나 싶소. 양모가 애플 빠도 아니고, 애플 제품을 가진 것도 아니고, 홍보 알바도 아니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가치가 어느시점에서 발생되는가를 말하기 위함이었소.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를 비싼돈주고 쪽쪽 빨아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세력을 만드는 소비는 아니오. 그들은 문화를 마신다고 하지만 커피한잔 마시고 창의를 했을 때에 가능한 얘기고, 커피 소비자와 창의와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으면 세력이라 부를 수가 없다고 보오. 물론, 스타벅스가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열었던 그 시절엔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개나소나...)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0.10.02 (13:59:46)

이거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소.
가격도 다 같은 가격이 아니라는 것 참으로 좋소.
난 '제 품질에 제가격' 하나로 버티었는데...^^
"길들여진 자본주의" 좋은 개념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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