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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19 vote 0 2020.01.10 (17:28:08)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귀족무리의 아랫사람이 될 것인가, 평민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 10만 원짜리 고급요리 한 번 먹는게 나은가, 1만 원짜리 보통요리 10번 먹는게 나은가? 미모의 연예인과 하루 동안 데이트할 기회와 현찰 1억 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만약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문제를 풀어서 답을 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당신이 재벌 2세라면 푼돈 1억에는 당연히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인터넷 게시판이라고 하면 다들 허세를 부린다. 미인과의 데이트를 선택하고 1억 원의 현찰을 웃어넘긴다. 그것은 중이병이고 진지하게 논하자면 다르다. 다들 1억 원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가난뱅이니까. 문제는 상위 5퍼센트의 선택이다.


    세상은 상위 5퍼센트의 선택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상위 5퍼센트는 당연히 평범한 그림 100점을 감상하는 것보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한 번 보는게 낫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특별한게 있다고. 나머지 95퍼센트는 유행에 휩쓸려서 모나리자를 보러 가지만 본다고 뭐가 보이겠는가? 모나리자의 진가를 알까?


    대개 박물관 분위기에 눌려서 대단한 것을 보고 온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게 사실은 제압된 것이다. 일단 루브르 박물관까지 갔으면 헛걸음이 아닌 것처럼 말해야 한다.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구! 이렇게 말하면 그 말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한 사람의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비용을 건지려면 입에 거품 물고 떠들어야 한다. 


    나는 모나리자에 관심이 없다. 초딩 때였으면 보러 갔을지도. 모나리자? 풋! 웃기고 있어. 말하고자 하는 바는 5퍼센트의 논리에 95퍼센트가 속는다는 말이다. 다들 명품 가방을 산다. 과연 명품이 좋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은 5퍼센트다. 나머지는 5퍼센트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다. 느낀 척을 할 뿐이다.


    그들은 가짜를 줘도 똑같이 느끼는 자들이다. 세상은 어차피 5퍼센트가 끌고 가는 것이며 그것이 아이러니를 낳는다. 종부세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은 5퍼센트가 안 되는데 다들 속아 넘어간다. 자한당 지지자는 종부세 내지도 않으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어떻게든 다수는 5퍼센트의 이익에 복무하게 된다. 그게 문화다.


    피아노 연주를 배워서 써먹는 사람은 5퍼센트고, 사실 5퍼센트도 안 되겠지만, 나머지는 그저 시스템에 돈을 가져다 바치는 것이다. 콩쿨, 연주회, 교수, 학생, 학원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나머지는 피아노를 배워 이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이바지할 뿐이다. 문화는 원래 사상누각이 정상이다.


    스위스라면 전 국민이 엘리트 행세를 한다. 청소원들도 엘리트처럼 양복을 입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한다. 그들은 불행하다. 영국 노동자들처럼 축구장에 가서 훌리건 짓을 하는게 체질에 맞는데 말이다. 스위스는 원체 그런 나라니까. 노동자 행색을 하고 있으면 동유럽에서 온 불법이민자로 오해할 것이다.


    일본도 그런 경향이 있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자녀들 책가방은 명품으로 사줘야 한다. 그래서 일본에는 아직도 밥 굶는 사람이 있다고. 영양실조에 가까운 사람이 많다고. 겉으로 보이는 옷값과 신발값을 줄일 수 없으므로 유일하게 남몰래 줄일 수 있는 식비를 줄인다. 가난을 들키면 안 된다. 일본에서 가난은 수치니까.


    키보드 워리어들의 전쟁터에서는 현찰 10억 원보다는 김태희와의 하루 데이트를 외쳐야 남들이 리트윗을 때려준다. 허세대마왕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권력을 지향하여 높은 의사결정그룹에 끼는게 맞다. 그것이 인류의 본질이자 문화의 참모습이다. 인류는 그 때문에 불행해진다. 문명은 불행을 향해 달리는 기관차다.


    상위 5퍼센트의 황새걸음을 하위 95퍼센트의 뱁새가 따라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게 문명이다. 그렇게 된다. 물론 실용주의 중국인이라면 노자의 가르침을 따라 10억 원 현찰을 챙기는게 맞다. 그러다가 망했다. 허세를 부리고 고난의 가시밭길을 간 사람이 문명을 이루고 사회를 발전시켰다. 허세가 이기는 게임이다.


    닭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자주 그러면 거덜 나고 인생에서 중요한 한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에는 짜장면 100그릇보다 고급요리 한 번이 낫다. 그런 운명적 선택을 해야 한다. 당신이 알거지가 되었는데 호주머니에 딱 10만 원이 있다면 10만 원짜리 음식을 한 번 먹는게 당연히 낫다. 추억이 남잖아. 


    1만 원짜리 열 번을 먹으면? 그래봤자 열흘 후에 알거지 된다. 그러나 10만 원짜리 선택을 해서 본전을 뽑는 사람은 열에 하나다. 김어준은 해외를 떠돌다가 돈이 떨어지자 보스 양복을 빼입었다고 한다. 그러자 살길이 열렸다고. 그러나 김어준 정도가 되어야 그렇고 당신은 양복을 빼입어봤자 양복 입은 거지가 될 뿐이다.


    인생에 한두 번은 운명적 선택을 해야 한다. 손해보는 선택을 해야 한다. 희생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으로 빛을 보는 사람은 열에 하나지만 말이다. 인생은 어차피 속는 것이다. 어느 선택이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구조론사람이라면 평범한 것 10개보다 좋은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선택의 찬스를 배우잖아.


    늘 그러면 안 되고 운명의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늘 명품만 선택하면 거지가 된다. 인생에 한 번쯤 이 순간이 그 순간이다 하는 느낌이 왔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실용을 버리고 허세를 부려야 한다. 마이너스 통장을 긁고 빚을 내서라도 고급차를 사야 하는 때가 있다. 물론 이 논리를 핑계로 삼아서 사치를 하면 망한다.


    예컨대 페미니즘 운동을 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상위 5퍼센트일 수 있다. 그중에 반은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페미니즘을 반대해서 이득을 보는 여성이 있다. 그들 역시 5퍼센트다. 그들은 야구장 치어리더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일자리니까. 흑인이지만 트럼프 찍어주는 사람이 5퍼센트 있다. 


    그들이 이득을 챙긴다. 말하자면 그런 식이다. 진보든 보수든 5퍼센트가 먹는다. 진보가 법안을 통과시켜 당장 이득 보는 사람은 엘리트 5퍼센트다. 보수가 법안을 막아서 이득 보는 사람도 강남부자 5퍼센트다. 먼 훗날은 다르겠지만 당장은 그렇다. 문화라는 것은 언제나 소수가 이득을 보고 다수가 휩쓸려 가는 것이다. 


    고흐의 그림을 보고 진가를 아는 사람은 1퍼센트도 안 된다. 대개 아는 척하는 것이다. 상위 5퍼센트가 그렇다고 하니까 맞춰갈밖에. 자신이 하위 95퍼센트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되잖아. 진보주의도 마찬가지다. 학벌과 인맥으로 엮인 상위 5퍼센트 한경오가 정의당으로 몰려가서 다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짬짜미로 엮인 패거리의 이익에 복무한다. 북한이 공산화되어 이득 본 사람은 김일성과 인맥으로 연결된 5퍼센트다. 검찰도 그런 패거리다. 95퍼센트 다수가 5퍼센트 소수를 걱정하는게 세상의 법칙이다. 하녀가 파티에 가는 마님의 옷차림을 걱정하고 끼니를 때우지 못한 노동자가 찰스 왕자의 별거를 걱정하는 식이다. 


    반에서 꼴등하는 학생이 자기가 지지하는 연예인이 인기하락을 걱정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간다고 치자. 밥은 여럿이 함께 먹는게 좋다. 그런데 그중에 아스퍼거인이 한 명 있다면? 그 아스퍼거인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라면? 원래 아스퍼거인은 괴짜에 혼밥족이다. 그런 경향이 있다.


    다들 아스퍼거인을 흉내내서 혼밥족이 된다. 다들 불행해진다. 성질이 모난 소수가 성격이 좋은 다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급기야는 혼밥만 좋은 것처럼 조작된다. 프랑스 혁명 직후에는 유럽 여성들이 지적이고 교양있는 여성으로 보이려고 옷에 물을 뿌려서 폐렴에 걸려 죽었다. 병약하지만 기품있는 여성.


    제인 에어에 나오는 캐릭터다. 자녀를 명문대 보낼 수 있는 사람은 5퍼센트다. 95퍼센트 지잡대 학부모가 명문대 5퍼센트를 쫓아가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 불행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문제는 95퍼센트에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해봤자 안되는 우리 95퍼센트는 따로 뭉쳐보자. 만국의 95퍼센트여 단결하라!


    경쟁을 버리고, 고급문화를 버리고, 속 편하게 살자고. 서민의 지도자가 그 길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95퍼센트에 지도자가 있을 리 없잖아.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특별히 95퍼센트에서 지도자가 나온다. 지도자도 5퍼센트에 속하지만 당선을 노리고 이쪽 세계로 넘어온다. 노무현이나 트럼프가 그렇다.


    따지자면 노무현은 엘리트고 트럼프는 돈으로 상위 0.1퍼센트다. 표를 얻으려고 대중과 손을 잡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분야에 한정되고 문화분야는 당연히 5퍼센트가 권력을 잡는다. 그러나 고립된 곳이나 뒤떨어진 곳에는 95퍼센트가 문화권력을 잡기도 한다. 그러다가 망한다. 다수가 반문화를 선동하면 당연히 망한다.


    길거리에 침 뱉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다가 망한다.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 95퍼센트가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다 같이 평등하게, 다 같이 즐겁게, 다 같이 속 편하게, 교양없이, 씹선비 없는 자유로운 해방세상을 꿈꾸다가 망한다. 일베가 그런 반문화집단이지만 그들은 워낙 꼴통이라서 스스로 지도자를 세울 수 없다. 


    노자나 라즈니쉬나 사이비종교가 95퍼센트를 옹호하는 위험한 집단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예수가 열넷이나 되고 하느님이 셋이나 될까? 신도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목사들이 먹고살려고 타락한 신도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95퍼센트 신도는 하느님이 멀리 있는 것보다 주변에 가까이 있기를 원한다. 


    누가 하느님 행세를 해줘. 내가 한 번 빡세게 믿어볼 것이야.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이런 분위기를 읽고 전광훈 나섰다. 95퍼센트가 자한당을 장악하고 멸망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이기는 길이다. 다수가 장악하면 오합지졸이 되어 진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잘못된 선택으로 망한다.


    민주주의는 경쟁체제이므로 망하는게 있으면 흥하는 것도 있다. 계속 망하다 보면 끝까지 살아남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똑똑한 나라다. 민주주의는 히틀러처럼 망하고, 아프리카처럼 망하고, 남미처럼 망하는 불완전한 시스템이지만, 그래서 중국은 민주주의를 거부하지만 그 와중에 똑똑한 하나는 살아남는 제도다. 


    민주주의로 다수는 망하지만 그중에 극소수가 흥하는데 그 소수의 흥하는 나라를 다른 나라가 따라가므로 이 정도 굴러가는 것이다. 중국이 민주주의를 하되 각 성별로 자치를 하게 되면 22개 성 중에 20개는 망하고 두 성이 흥한다. 그리고 나머지 망한 성들이 그 흥하는 성을 모방한다. 나중에는 모두가 흥하게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10 (17:46:47)

"인생에 한 두 번은 운명적 선택을 해야 한다. 손해보는 선택을 해야 한다. 희생을 선택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15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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