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이 나를 도와준 적이 있다고 진보누리 게시판에다가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이런건 왜 명예훼손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3월 19일 내가 서프의 글을 다 지우고 서프를 떠나기로 작심한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내가 2년전부터 홈페이지에다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써놓은 진중권이 실은 이한우와 술먹고 시시덕거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서 인간적인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는 부시의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진중권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당시 나의 주요한 관심사는 이라크전이 과연 단기전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장기전으로 갈것인가였다.
노무현의 미국방문은 5월 중순으로 잡혀 있었다. 이라크전이 장기화된다면 한창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노무현은 콧대를 세우고 부시와 당당하게 대화하게 될 것이다. 기분 째지는 일이다. (노무현이 방문일자를 5월 중으로 잡은 것은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 방문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고 그렇게 잡았지 않겠는가?)
반대로 이라크전이 4주 이내의 단기전으로 끝나면 노무현은 이미 전쟁이 막을 내리고 난 뒤에 미국을 방문하게 되어 『아이고 부시 형님 나 좀 봐줘요. 딸랑딸랑 나 이쁜짓』 요렇게 된다.
당초 나는 이라크전이 3주일 이내에 끝날 것임을 확신했다. 노무현이 부시 밑에 설설 기는 그 꼴을 어떻게 보랴 싶어서 한동안 서프를 떠나야겠구나 했다. 서프의 글을 모두 삭제했다.
그런데 의외로 언론들이 장기전 전망을 내놓았다. 나 또한 귀가 솔깃해져서 그렇다면 전쟁이 한창 치열하고 모래폭풍에 발목이 잡힌 부시가 곤경에 빠져 있을 때, 노무현이 미국을 방문하여 콧대를 높이 세우고
노무현 - 『부시 이 친구야 요즘 어때?』
부시 - 『아이고
노형 어서와요. 요즘 죽을 맛이지라』
노무현 - 『아 그래? 내가 뭐 좀 도와줄건
없고?』
부시 - 『노형이 도와주기로 한다면 내 이 자리에서 노래라도 한곡 뽑으리다』
이렇게 전망되었다. 이라크의 모래폭풍에 부시가 쩔쩡매는 꼴을 보고 나는 신이 나서 서프에 복귀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과는? 아쉽게도 처음의 예상대로 단기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라크전이 끝났다는 사실을 최종확인한 4월 16일 나는 『부시형 나 이쁘지?』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달 후 노무현은 나의 예상대로 미국을 방문하여 딸랑딸랑 하고 왔다. 참담하다.
정리하자. 그때 내가 서프 글을 삭제한 것은 한마디로 기분이 족같아서였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홈페이지에 떡 써놓은 진중권이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인간적인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서 노무현이 부시에게 알랑방귀를 뀌고 지지자들은 뒤집어지는 그 꼴을 어떻게 보나 싶어서였다.
진중권은 터무니없이 날 도와줬다니 어쨌다니 그런 거짓말 좀 하지 말그래이.
그 당시 서프는 변희재가 주도하고 있었는데 변희재의 든든한 빽이 김동렬이었고, 4월 8일 변희재가 이상한 오바를 저지른 것도 나를 너무 믿고 오판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이미 다 드러났는데도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참 인간이 왜 자기반성을 할 줄 모를까?
진중권의 훼절은 그때 내가 서프를 한동안 떠나 있어야 하겠다고 결심한데 30프로 쯤의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