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중요한 것을 앞에 둔다.
한국인이 목적어를 동사보다, 영어인이 동사를 목적어보다 앞에 두는 것은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어 이전에 맥락이 있고 그것이 언어에 반영된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맥락상 자신에게 중요한 목적어를 앞에 둔다.
그럼 한국인의 맥락은 무엇인가? 유목인이라 집단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썰이 있다. 몽골어와 터키어, 헝가리어 등이 한국어와 어순이 같다는데 주목하자. 유목인은 화자와 청자 사이의 계급이 중요한 사회에 산다. 한국인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일본인의 언어 계급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국어는 계급 사회에서 명령을 표현하는 언어라고 볼 수 있다.
https://namu.wiki/w/%EC%96%B4%EC%88%9C 어순(나무위키)
영어인은? 농경인이라 개인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썰이 있다. 언어는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에서 탄생한 것이다. 농경인은 자급자족하므로 개인이 자립할 수 있다. 산속에 홀로 쳐박혀도 화전을 일구며 살면 된다. 물론 이는 역사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최초에 언어의 형식이 성립했을 당시의 상황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겠다.
https://youtu.be/W4bZcZQKUJs 이 3가지만 확실하게 교정해도 영어가 자연스러워진다.
해당 영상에서 강조하는 3가지의, 한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영어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그래서 자주, 아니 언제나 틀리는 영어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이 아래 용법을 틀리면, 영어인은 그가 교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잘못 들었나를 의심한다고 한다. 즉 아예 의미 전달이 안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1. 3인칭 단수 주어 + 현재형 동사 + s/es >>> He loves you.
2. 단수 - 복수형 명사 구분하기 >>> bag or bags
3. be+p.p / be+ing
1. 한국인이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느끼는 황당함은 저 구분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3인칭에 왜 s를 붙여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넌 뭐냐?"로 생각을 출발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본능적으로 남의 말을 들을 때, 목적어를 먼저 찾으므로 굳이 동사에까지 맥락을 반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한국인은 목적어의 격을 중요시하고 맥락을 목적어에 적극 반영한다. "님"이니 하는 말이나 친족간 명칭이 한국어에서 유난히 분화 발달한 이유다.
하지만 영어인은 사고의 출발점이 "나의 느낌"이므로 그 느낌을 표현하는 동사(형용사)에 화자의 의도와 맥락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말을 꺼낼 때 동사를 맨 먼저 떠올린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동사를, 영어인은 목적어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이 목적어의 계급이라면, 영어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높임말을 쓰고 영어인은 능/수동태를 쓸뿐 반말을 한다.
2. 그런데 좀 이상하다. 한국인은 오히려 명사의 단/복수를 소홀히 하고 영어인은 이를 강조한다. 거꾸로 아냐? 하지만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대상의 개수가 아니다. 대상의 계급인 질이다. 반면 영어인에게 중요한 것은 나를 표현하는 동사이고, 목적어는 동사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대상의 질을 보지 않고 양을 따진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의 계급, 즉 맥락은 동사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3. 언어의 중핵은 방향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언어의 방향성을 목적어의 계급으로 퉁쳐버린다. 계급이 정해지면 연역하므로 무조건 능동이다. 그래서 능동과 수동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 오죽하면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어는 능동이라고 할까. 그래서 주어가 I일 때와 It일 때 능동과 수동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데 약하다.
I was confused.
I was frustrated.
I was really excited (about the movie).
It was confusing.
It was frustrating.
It was exciting.
I를 쓴 문장을 보자. 사건에서 나의 지위는 주관적(수동적)인 상황이다. 안에서 밖을 쳐다본다. 원인이 밖에 있다. 그래서 ed를 쓴다. 아마 영어인이라면 of something이나 from something, for something를 뒤에 붙이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것이다.
반면 It을 쓴 문장에서 나는 It을 객관적으로 쳐다보는 상황이다. 영어인은 하늘에서 It을 쳐다보므로 It이 이상하고 놀랍고 한 거지, 내가 느끼는 것은 2차적인 것으로 친다. (사실은 그것을 내가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객관적(능동적) 어법인 ing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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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에서 빡친 오대수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누구냐 넌?"이었다. 한국인에 남자라서 이런 거다. 반면 여자인 미도의 모든 말은 "나 너무 힘들어"이다. 둘의 차이는 성향이 아니라 관점이다. 한국인이 영어를 못 알아듣고 남성이 여성의 말귀를 못 알아먹는 이유는 화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그들의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모르는데,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여성이 영어를 더 쉽게 배운다.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 즉 여성은 농경인에, 남성은 유목인에 가깝다.
언어 이전에 맥락이 있다. 언어는 해당 사회의 룰을 반영한다. 구체적인 문법이나 용법을 따지기 앞서, 그것의 추상적인 맥락이 뭔지를 찾아야 그 결과인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영어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맥락이 한국어와 어떤 차이가 있는 지이다. 그것을 알면 영어를 한큐에 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