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라고 다 같은 부(富)가 아니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가 아니다. 아랍 왕자의 부와, 스티브 잡스의 부는 같은가 다른가? 다르다.
설령 둘의 자산 가치가 동일하다하더라도 둘의 부는 다르다. 구조론으로 보면 부는 다섯 가지 기준으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0억을 가진 개똥이와 마찬가지로 10억을 가진 소똥이가 있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가진 자산은 10억으로 동일하다.
그러므로, 개똥이의 부=소똥이의 부?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위의 비교는 단순히 <량>만 비교한 것이다.
아직 우리에겐 비교할 것이 네 가지나 남아있다.
질-입자-힘-운동-량. 구조론은 늘 이 다섯을 말한다. 독수리만 오형제가 아니다. 만유를 쪼개면 다섯 개의 구조가 보인다.
부(富)도 마찬가지이다. 부에도 다섯 가지 부가 있다. 질의 부, 입자의 부, 힘의 부, 운동의 부, 량의 부.
부를 비교하려면, 질-입자-힘-운동-량, 이 다섯 가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부의 전모를 알 수 있다.
앞에 예를 든 개똥이와 소똥이로 돌아가보자. 둘의 재산의 량이 같을 때, 우리는 둘의 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개똥이와 소똥이가 지닌 부의 량이 같을 때, 우리는 부의 운동을 비교해야 한다.
부의 운동? 뭔 소린가 싶겠지만 간단한 얘기다. 부는 움직인다. 부는 자금의 흐름이다. 부는 상품의 유통이다. 부는 돈의 <속도>다.
우리가 부를 측정한다 함은 보통 량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부가 얼마나 많은 지를 잰다. 그러나 량만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의 운동량도 잴 수 있다. 우리는 부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 가를 재서 개똥이와 소똥이의 부를 비교할 수 있다. 만약 동일한 자금동원력을 지닌 개똥이와 소똥이가 동일한 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경우. 자금을 주어진 시간 내에 조금이라도 빨리 돌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부자다.
예를 들어 같은 축산업이라도 개똥이는 양계장, 소똥이는 소를 사육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1년에 6회전 하는 양계장 사업이 소키우기에 비해 훨씬 더 돈이 빨리 돈다. 이 경우 둘의 투자 대비 이윤이 동일하다 해도 결국은 개똥이가 더 부자다. 왜? 자금의 유통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자금의 유통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곧 개똥이가 소똥이에 비해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음을 의미한다. 한 번 소키우기에 돌입하면 적어도 년단위로 돈이 들락날락하는 소똥이와는 달리 개똥이는 몇 개월 단위로 돈이 들락날락하면서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의 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우스 푸어가 있다. 하우스푸어는 자산의 량에 있어선 중산층 수준이지만 자금의 운동 능력에선 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말한다. 왜 자금의 운동능력이 없는가? 자산이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A와 B의 자산이 똑같이 5억이라도, A의 경우 현재 사는 아파트 값이 4억, B의 경우 현금만 4억이라면, 당연히 B가 더 부자다. 시장에서 부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를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비교할 때, 우리는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설령 둘다 똑같은 량의 유동자산을 가지고 자금의 유통 속도도 동일하다 할 때, 우리는 <힘>의 관점으로 다시 한 번 둘의 부를 비교할 수 있다. 부에도 <힘>이 존재한다. 힘이 센 부가 있고, 힘이 약한 부가 있다. 복싱에서 상대를 같은 속도로 때려도 한 점만 때리는 것과 이곳저곳 때리는 것은 그 효과가 다르다. 싸움을 해도 이놈 저놈 다 한 대씩 때리고 보는 것과 한 놈만 패는 것은 다르다.
힘은 동일한 량에, 동일한 속도일때, 운동이 집중되어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대포 10방을 날려도 한 점에 집중포격하는 것과 분산포격을 하는 것의 효과가 천지차이이듯, 부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을 하더라도 100억을 투자해 1억짜리 점포 100개를 운영하는 것과, 100억짜리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설령 둘의 매출이 같다하더라도 사람들은 100억짜리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이를 더 쳐준다. 조무래기 상가 몇 십개 가지고 있어도 백화점 하나 가진 부자를 못당한다. 요즘 대세가 분산투자라 하지만, 결국 대박은 집중투자에서 나온다. 부를 집중시키는 힘이 커질수록 부가 발휘하는 효과도 커진다.
이제 입자의 부를 살펴볼 차례이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부를 집중시킬 수 있는 힘도 동일하다고 할 때, 이 둘의 부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입자>이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똑같이 100억을 주식에 투자했다치자. 이 때 둘의 포트폴리오가 개똥이(우량주80%+모험주20%), 소똥이가(모험주100%)일 때 우리는 누구의 부를 더 높이 평가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개똥이이다.
입자는 구심점이다. 부가 점점 더 커지기 위해선 반드시 부의 내부에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해줄 심이 필요하다. 눈사람을 만들때를 생각해보라.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 눈을 커다란 덩어리로 뭉치기 위해선 연탄재 같은 심이 필요하다. 부도 마찬가지.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 부를 불리기 위해선 부의 심이 필요하다. 심 역할을 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량주일 수도 있고, 부동산일 수도 있고, 채권일 수도 있고, 연금일 수도 있다. 아무튼 무언가가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해야 부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량에, 동일한 운동에, 동일한 힘의 부를 가졌더라도 부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 부는 계속해서 불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구심점을 갖춘 부보다 안 쳐준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재테크 관련 서적들도 다 이 <입자>의 부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네 개의 통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 해서 살펴봤더니, 결국엔 하는 얘기가 네 개의 통장을 구심점 삼아 부를 불려나가라는 것이었다. 분산투자니 뭐니 정신사납게 굴지 말고 일단 통장을 네 개(급여, 소비, 예비, 투자)로 압축 관리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투자를 전개하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선 입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파한 책이라 하겠다.
만약 맞선에서 상대의 재력을 평가한다 할 때도 이 입자의 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이 1억을 벌어도 이일 저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것과, 연봉 1억은 부의 입자가 다르다. 전자는 확실한 돈벌이의 수단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이고 후자는 확실한 수단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확실한 수단, 즉 입자를 갖춘 이의 부가 더 위이다. 왜냐하면, IMF같은 외부의 충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연봉 1억짜리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입자가 되어 경제한파같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고 부를 증식하기 더 용이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 입자의 부마저 동일하다면, 그 땐 무엇으로 부를비교, 평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준이 더 남아 있다. 바로 질이다. 우리는 부의 질을 보아야 한다. 부의 질이 진짜다. 같은 자산이라도 달러와 원화 중 달러를 더 친다. 달러의 질이,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벌어도 요즘은 IT업종에서 번 돈을 최첨단, 고부가가치, 미래형이라며 더 쳐 준다. 똑 같이 세계 100대 부자라 해도 스티브 잡스를 아랍 왕자보다 더 쳐 줌은 물론이다.
왜인가? 바로 부의 질 때문이다. 질이 높은 부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이 연동되어 있다. 요즘은 같은 농사를 져서 같은 돈을 벌어도 유기농을 더 쳐준다. 같은 대기업이라도 건설보단 IT에 주력하는 쪽을 더 쳐 준다. 왜?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은 것, 특히 더 많은 정보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자고 했지만 이젠 처음부터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자이다. 부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이제 점차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끝끝내 자식들에게 이명박 식으로 공부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 공장에 취직해라가 아니라 대학에 가서 공부해 대기업에 취직해라하며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다 자식이 벌어들이는 부의 질이 높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의 경우도 따지고보면 다 부의 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부에 사회적 가치를 추가적으로 연동시킴으로써 부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같은 잡지를 만들어 같은 매출을 올려도 노숙자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와 연결해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는 컨셉에 재능 기부라는 컨셉까지 더한 <빅이슈>같은 잡지가 다른 잡지보다 부의 질이 높다. 빅이슈와 연결된 사회적 가치가 부의 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창의를 강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질이 높은 부는 <창의>에서 나온다. 왜냐면 창의란 전자제품의 직선+예술작품의 곡선=아이폰처럼 서로 다른 컨셉을 잇는 데서 나오며 이러한 이음이 부가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인문학을 통해 부의 가치를,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메밀국수 한 그릇을 팔아도 거기에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낭만, 향수 뭐 이런 것들을 더하려 든다. 이런 식으로 제품이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벌어들이는 부의 질 또한 높아진다.
부의 질이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해, 내가 돈을 100억 벌 때, 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내 주변 사람들도 그 이득을 누린다는 이야기다. 고로, 같은 1조를 벌어도 아랍왕자보다 스티브 잡스의 부를 더 쳐 주는 법이다.
정리하자면, 부에는 다섯 가지 기준, 질-입자-힘-운동-량이 있으며 부의 비교는 인식론에 따라 량-운동-힘-입자-량의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판정한다. 량이 같으면 운동, 운동이 같으면 힘, 힘이 같으면 입자, 입자가 같으면 질을 비교한다. 반대로, 존재론의 원리에 따르면, 부는 질-입자-힘-운동-량의 순서에 따라 움직이며 일단 부의 질이 높아야 입자를 형성하여 불려가기 좋고, 부를 집중시기도 쉬우며, 유동성도 크고, 벌어들이는 량도 많다.
결론적으로, 부의 질이 중요하다. 부가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독점이 나쁜 것은 한 놈이 해쳐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관계의 밀도를 낮춘다는 것에 있다. 이건희가 욕먹는 것은 그가 벌어들이는 부에 민주주의-공정-준법-노동자에 대한 존중 같은 사회적 가치들을 연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도 애플처럼 앱스토어 같은 걸 만들어 이놈 저놈 들러붙어 빼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의 부에 참여하는 이들을 더 늘려 관계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부의 질은 상승한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가 아니다. 아랍 왕자의 부와, 스티브 잡스의 부는 같은가 다른가? 다르다.
설령 둘의 자산 가치가 동일하다하더라도 둘의 부는 다르다. 구조론으로 보면 부는 다섯 가지 기준으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0억을 가진 개똥이와 마찬가지로 10억을 가진 소똥이가 있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가진 자산은 10억으로 동일하다.
그러므로, 개똥이의 부=소똥이의 부?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위의 비교는 단순히 <량>만 비교한 것이다.
아직 우리에겐 비교할 것이 네 가지나 남아있다.
질-입자-힘-운동-량. 구조론은 늘 이 다섯을 말한다. 독수리만 오형제가 아니다. 만유를 쪼개면 다섯 개의 구조가 보인다.
부(富)도 마찬가지이다. 부에도 다섯 가지 부가 있다. 질의 부, 입자의 부, 힘의 부, 운동의 부, 량의 부.
부를 비교하려면, 질-입자-힘-운동-량, 이 다섯 가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부의 전모를 알 수 있다.
앞에 예를 든 개똥이와 소똥이로 돌아가보자. 둘의 재산의 량이 같을 때, 우리는 둘의 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개똥이와 소똥이가 지닌 부의 량이 같을 때, 우리는 부의 운동을 비교해야 한다.
부의 운동? 뭔 소린가 싶겠지만 간단한 얘기다. 부는 움직인다. 부는 자금의 흐름이다. 부는 상품의 유통이다. 부는 돈의 <속도>다.
우리가 부를 측정한다 함은 보통 량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부가 얼마나 많은 지를 잰다. 그러나 량만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의 운동량도 잴 수 있다. 우리는 부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 가를 재서 개똥이와 소똥이의 부를 비교할 수 있다. 만약 동일한 자금동원력을 지닌 개똥이와 소똥이가 동일한 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경우. 자금을 주어진 시간 내에 조금이라도 빨리 돌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부자다.
예를 들어 같은 축산업이라도 개똥이는 양계장, 소똥이는 소를 사육한다고 했을 때, 적어도 1년에 6회전 하는 양계장 사업이 소키우기에 비해 훨씬 더 돈이 빨리 돈다. 이 경우 둘의 투자 대비 이윤이 동일하다 해도 결국은 개똥이가 더 부자다. 왜? 자금의 유통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자금의 유통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곧 개똥이가 소똥이에 비해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음을 의미한다. 한 번 소키우기에 돌입하면 적어도 년단위로 돈이 들락날락하는 소똥이와는 달리 개똥이는 몇 개월 단위로 돈이 들락날락하면서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의 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우스 푸어가 있다. 하우스푸어는 자산의 량에 있어선 중산층 수준이지만 자금의 운동 능력에선 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말한다. 왜 자금의 운동능력이 없는가? 자산이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A와 B의 자산이 똑같이 5억이라도, A의 경우 현재 사는 아파트 값이 4억, B의 경우 현금만 4억이라면, 당연히 B가 더 부자다. 시장에서 부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를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비교할 때, 우리는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설령 둘다 똑같은 량의 유동자산을 가지고 자금의 유통 속도도 동일하다 할 때, 우리는 <힘>의 관점으로 다시 한 번 둘의 부를 비교할 수 있다. 부에도 <힘>이 존재한다. 힘이 센 부가 있고, 힘이 약한 부가 있다. 복싱에서 상대를 같은 속도로 때려도 한 점만 때리는 것과 이곳저곳 때리는 것은 그 효과가 다르다. 싸움을 해도 이놈 저놈 다 한 대씩 때리고 보는 것과 한 놈만 패는 것은 다르다.
힘은 동일한 량에, 동일한 속도일때, 운동이 집중되어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대포 10방을 날려도 한 점에 집중포격하는 것과 분산포격을 하는 것의 효과가 천지차이이듯, 부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을 하더라도 100억을 투자해 1억짜리 점포 100개를 운영하는 것과, 100억짜리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설령 둘의 매출이 같다하더라도 사람들은 100억짜리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이를 더 쳐준다. 조무래기 상가 몇 십개 가지고 있어도 백화점 하나 가진 부자를 못당한다. 요즘 대세가 분산투자라 하지만, 결국 대박은 집중투자에서 나온다. 부를 집중시키는 힘이 커질수록 부가 발휘하는 효과도 커진다.
이제 입자의 부를 살펴볼 차례이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부를 집중시킬 수 있는 힘도 동일하다고 할 때, 이 둘의 부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입자>이다. 개똥이와 소똥이가 똑같이 100억을 주식에 투자했다치자. 이 때 둘의 포트폴리오가 개똥이(우량주80%+모험주20%), 소똥이가(모험주100%)일 때 우리는 누구의 부를 더 높이 평가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개똥이이다.
입자는 구심점이다. 부가 점점 더 커지기 위해선 반드시 부의 내부에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해줄 심이 필요하다. 눈사람을 만들때를 생각해보라.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 눈을 커다란 덩어리로 뭉치기 위해선 연탄재 같은 심이 필요하다. 부도 마찬가지.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 부를 불리기 위해선 부의 심이 필요하다. 심 역할을 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량주일 수도 있고, 부동산일 수도 있고, 채권일 수도 있고, 연금일 수도 있다. 아무튼 무언가가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해야 부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량에, 동일한 운동에, 동일한 힘의 부를 가졌더라도 부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무언가가 없다면 그 부는 계속해서 불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구심점을 갖춘 부보다 안 쳐준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재테크 관련 서적들도 다 이 <입자>의 부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네 개의 통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 해서 살펴봤더니, 결국엔 하는 얘기가 네 개의 통장을 구심점 삼아 부를 불려나가라는 것이었다. 분산투자니 뭐니 정신사납게 굴지 말고 일단 통장을 네 개(급여, 소비, 예비, 투자)로 압축 관리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투자를 전개하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선 입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파한 책이라 하겠다.
만약 맞선에서 상대의 재력을 평가한다 할 때도 이 입자의 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이 1억을 벌어도 이일 저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것과, 연봉 1억은 부의 입자가 다르다. 전자는 확실한 돈벌이의 수단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이고 후자는 확실한 수단을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확실한 수단, 즉 입자를 갖춘 이의 부가 더 위이다. 왜냐하면, IMF같은 외부의 충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연봉 1억짜리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입자가 되어 경제한파같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고 부를 증식하기 더 용이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 입자의 부마저 동일하다면, 그 땐 무엇으로 부를비교, 평가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준이 더 남아 있다. 바로 질이다. 우리는 부의 질을 보아야 한다. 부의 질이 진짜다. 같은 자산이라도 달러와 원화 중 달러를 더 친다. 달러의 질이,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벌어도 요즘은 IT업종에서 번 돈을 최첨단, 고부가가치, 미래형이라며 더 쳐 준다. 똑 같이 세계 100대 부자라 해도 스티브 잡스를 아랍 왕자보다 더 쳐 줌은 물론이다.
왜인가? 바로 부의 질 때문이다. 질이 높은 부는 그만큼 더 많은 것이 연동되어 있다. 요즘은 같은 농사를 져서 같은 돈을 벌어도 유기농을 더 쳐준다. 같은 대기업이라도 건설보단 IT에 주력하는 쪽을 더 쳐 준다. 왜?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은 것, 특히 더 많은 정보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자고 했지만 이젠 처음부터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자이다. 부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이제 점차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끝끝내 자식들에게 이명박 식으로 공부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 공장에 취직해라가 아니라 대학에 가서 공부해 대기업에 취직해라하며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다 자식이 벌어들이는 부의 질이 높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의 경우도 따지고보면 다 부의 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부에 사회적 가치를 추가적으로 연동시킴으로써 부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같은 잡지를 만들어 같은 매출을 올려도 노숙자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와 연결해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는 컨셉에 재능 기부라는 컨셉까지 더한 <빅이슈>같은 잡지가 다른 잡지보다 부의 질이 높다. 빅이슈와 연결된 사회적 가치가 부의 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창의를 강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질이 높은 부는 <창의>에서 나온다. 왜냐면 창의란 전자제품의 직선+예술작품의 곡선=아이폰처럼 서로 다른 컨셉을 잇는 데서 나오며 이러한 이음이 부가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인문학을 통해 부의 가치를,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메밀국수 한 그릇을 팔아도 거기에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낭만, 향수 뭐 이런 것들을 더하려 든다. 이런 식으로 제품이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벌어들이는 부의 질 또한 높아진다.
부의 질이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해, 내가 돈을 100억 벌 때, 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내 주변 사람들도 그 이득을 누린다는 이야기다. 고로, 같은 1조를 벌어도 아랍왕자보다 스티브 잡스의 부를 더 쳐 주는 법이다.
정리하자면, 부에는 다섯 가지 기준, 질-입자-힘-운동-량이 있으며 부의 비교는 인식론에 따라 량-운동-힘-입자-량의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판정한다. 량이 같으면 운동, 운동이 같으면 힘, 힘이 같으면 입자, 입자가 같으면 질을 비교한다. 반대로, 존재론의 원리에 따르면, 부는 질-입자-힘-운동-량의 순서에 따라 움직이며 일단 부의 질이 높아야 입자를 형성하여 불려가기 좋고, 부를 집중시기도 쉬우며, 유동성도 크고, 벌어들이는 량도 많다.
결론적으로, 부의 질이 중요하다. 부가 맺는 관계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독점이 나쁜 것은 한 놈이 해쳐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관계의 밀도를 낮춘다는 것에 있다. 이건희가 욕먹는 것은 그가 벌어들이는 부에 민주주의-공정-준법-노동자에 대한 존중 같은 사회적 가치들을 연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도 애플처럼 앱스토어 같은 걸 만들어 이놈 저놈 들러붙어 빼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의 부에 참여하는 이들을 더 늘려 관계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부의 질은 상승한다.
점점 멋진글이 튀어나오눈구료.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