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9766 vote 0 2003.05.12 (19:35:28)

['살인의 추억' 화성연쇄사건 12년간 담당형사 남상국 경위 동아일보 인터뷰]

최근 영화 ‘살인의 추억’이 인기를 모으면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다시 주목받는 데 대해 경기 화성경찰서 수사 2계장 남상국(南相國·49) 경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88년 화성경찰서 태안파출소장으로 부임해 이 살인사건과 관계를 맺은 뒤 1990년부터 이 경찰서 형사계장으로 10년간을 근무하면서 무려 12년 동안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는 “영화는 원래 흥미 위주로 각색되는 것이니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여러 사람이 연관된 무거운 사건이 경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6년 10월 경기 화성시 태안읍의 한 농수로에서 박모씨(25·여)가 양손이 묶인 채 목 졸려 숨진 시체로 발견된 후 5년 동안 10여명의 여성이 비슷한 수법으로 희생된 화성 연쇄살인사건. 연인원 180만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지만 결국 살인범을 검거하지 못했다.

남 경위는 “당시 각지에서 온 130여명의 형사들이 수사본부를 꾸려 밤을 새워 가며 사건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의욕이 앞서다보니 무리수가 따르기도 했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여러 용의자들이 허위 자백했다가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영화 속 마지막 범인의 모델이 된 한 청년에 대해 남 경위는 “단순 성추행범이었다”며 “몇 대만 맞고도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할 정도의 유약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8차례나 용의자를 검거하는 수사 과정에서는 용의자 800여명의 음모를 강제로 뽑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범인은 누굴까. 남 경위는 “범인이 백발 3가닥을 현장에 남겼고, 그가 여자 어린이를 안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 등으로 미뤄 노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1993년 경기 수원시의 한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백발노인 김모씨(67)를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었다.

당시 기술로는 김 노인과 범인의 DNA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는 당시 수사 방향이 ‘20대 중반의 방위병 출신’에 맞춰져 나이 많은 인물을 배제했던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17년 수사 인생의 3분의 2를 바친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7 서프 편집진의 비굴한 주석달기.. 스피릿 2003-05-16 17280
726 논객인가 정치인인가..(인터넷 논객의 몰가치적인 정치적 글쓰기) 스피릿 2003-05-16 13546
725 장신기는 입장을 분명히 하라 김동렬 2003-05-15 14299
724 김근태의 통개당이 떴다. 김동렬 2003-05-15 14563
723 독자의 반론에 대하여 김동렬 2003-05-15 9695
722 해방 50년사를 돌아보며 김동렬 2003-05-15 20696
721 정균환으로 변해버린 박상천 image 김동렬 2003-05-14 15056
720 신기남, 정동영, 천정배, 임종석 4인방이 대한민국을 접수한다 image 김동렬 2003-05-14 15552
719 박상천과 동교동 떨거지들의 '의도적 오해' 스피릿 2003-05-14 14071
718 YS에게 빠다를 줘라! 김동렬 2003-05-14 15184
717 장신기 씨의 민주당 지지자 모욕.. 스피릿 2003-05-14 14137
716 앗싸 신기남 - 선혈이 낭자하게 싸워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3-05-12 14909
» '살인의 추억' 화성연쇄사건 김동렬 2003-05-12 19766
714 서프 사자의 위엄을 배워라 image 김동렬 2003-05-12 14573
713 위험한 고양이 김동렬 2003-05-11 16538
712 이것이 인생 김동렬 2003-05-11 14771
711 잘못 가고 있는 서프라이즈 김동렬 2003-05-10 14520
710 혈액형에 대한 최근 연구자료(아래는 구버전) 혈액형 박사 2003-05-10 21527
709 잡초들의 운명 image 김동렬 2003-05-10 15671
708 김민새 요즘 머하노? 김동렬 2003-05-09 15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