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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677 vote 1 2009.01.18 (18:31:44)

 

‘미네르바의 죄’
‘돌아온 조선정치범 예비구금령‘

길거리에 늑대가 돌아다닌다면 어쩔 것인가? 그 늑대가 사람을 물었기 때문에 구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억류하여 두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인간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다.

물론 실정법은 ‘죄를 지은 자’를 처벌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은 ‘죄를 지을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의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일 뿐,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형식 상의 장치일 뿐, 실제로 죄의 유무는 그들 판관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글은 법논리나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진단이라는 점 유의해 주시길.)

그들 사악한 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미네르바가 당연히 유죄인 이유는, 첫째 미네르바가 앞으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 그들이 미네르바를 통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뉴라이트들이 무수한 죄를 지어도 처벌이 안 되는 이유는 그들 사악한 자들의 통제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요는 통제할 수단이 있는가이다. 만약 뉴라이트가 그들의 통제권 범위를 벗어난다면, 히틀러가 그의 충성스런 돌격대 수백명을 하룻밤 사이에 몰살시켰듯이, 뉴라이트 역시 박살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어두운 사회의 본질적인 작동원리다. 이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프게도 인간이란 원래 이 정도 수준의 존재이다. 어느 사회라도 그러하다.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 선진국이라도 그렇고, 후진국이라도 그렇다. 죄를 지어야 처벌받는다는 관념은 순진하다. 사회의 통제가 제도의 근본목적이며 단지 통제가 안되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다.

죄가 본질이 아니라 통제하려는 의도가 본질이다. 외국인은 죄가 없어도 재수 없으면 처벌된다? 왜? 말이 안통하니까. 종교가 다르면 처벌된다. 종교가 다른 유태인과 집시는 게토에 격리시킨다. 왜?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그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으니까.

이건희는 죄가 있어도 처벌되지 않는다? 왜? 그들의 통제권 안에 있으니까. 밀실에서 야합이 가능하니까. 뒤로 배맞출 수단이 있으니까. 아니 거꾸로 지들이 이건희의 통제권 안에 갇히어 있으니까.

‘나는 너희 말을 모른다. 나는 너와 소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너는 유죄다.’ 이것이 그들 야수의 심장을 가진 자들의 법이다. 그래서 나 인간이라는 존재에 환멸. 무엇인가? 나는 이것이 후진국의 법, 식민지 지배자의 법, 독재자의 법일 뿐 아니라, 인류의 본질적인 존재양식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문명을 진보시킬 수 있다. 미약하나마 인간에게는 이성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소통의 노력을 더하여 외국인과도 소통하고, 이교도와도 소통하고, 타문명권과도 소통하고, 성적 소수자와도 소통할 수 있다. 단지 소통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나 돼지는 단지 말을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에게 잡아먹힌다. 만약 말하는 소가 있다면, 말하는 개가 있다면 누가 그 소와 개를 먹겠는가? 마찬가지로 애완견과 약간이나마 소통하는 사람은 그 애완견을 먹지 않는다.

결국 소통의 문제인 것이다. 소통되지 않으면 곧 유죄인 것이다. 돼지나 닭은 언제라도 유죄인 것이다. 단지 인간이 그들의 말을 알아먹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죄가 없어도 이미 죄인 것이다.

소통의 문제는 상호적이다. 내가 너와 소통할 수 없다면, 네가 나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내가 너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인가? 소통의 문제로 타인을 처벌한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처벌하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미네르바가 유죄이면 소통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통째로 유죄인 것이다.

우리는 진보하여 소통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인류역사 이래 계속된 소통의 문제 그 본질에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데모하다 잡혔을 때 서울대 애들은 당일로 석방되었다. 나는 단지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일주일 가까이 유치장에 잡혀 있었다. 죄의 유무를 보고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대 애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인재들이므로 잡아두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미네르바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칠(?) 인물이므로 죄가 있든 없든 일단 잡아두는 것이다. 죄가 없으면 죄를 만들어서라도 잡아두는 것이다.

역사이래 언제나 그래왔다. 그렇다. 1941년 식민지 조선에 내려진 "조선정치범 예비구금령"은 아직도 살아있다. 빌어먹을 왜놈의 ‘예비검속’ 말이다. 친일정권이 들어서자 ‘나 여기있다’ 하고 살아돌아왔다.

그렇다. 2009년의 대한민국인은 1941년 식민지 조선인의 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 일본인들이 단지 말을 들어먹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는 이유로 식민지 조선인을 구금했듯이 지금 대한민국의 네티즌은 구금되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자에 의해서. 백범이 능멸당하고 있듯이.

필자가 힘주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류는 1억년 이후에도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다. 영원히 차별과 편견과 선입견과 몰이해의 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소통의 단절은 계속된다. 고통은 계속된다.

단지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류는 고통받게 될 것이다. 당신은 고통받게 될 것이다.

더 많다. 단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딴나라 공화국에서 차별받을 것이며,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진국에서 차별받을 것이다. 단지 기독교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인 꿈은 접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종교별 신도비율과 국회의원 종교별 비율을 비교해 보라.) 결국 모든 지구인이 어떤 형태로든 차별받을 것이다.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들, 신의 적들과 싸울 것이다. 이 싸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소통의 실패, 그리고 억압과 통제.. 이는 이 죄많은 사회의 본질적인 작동원리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인류는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끄러움은 계속된다. 슬픔은 계속된다. 나의 싸움은 계속된다. 이것이 인류문명의 진보원리라면 끝까지 가보는 거다.

http://www.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1.20 (10:12:21)

함께 갑니다... 끝까정.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1.20 (10:53:06)


이 글의 요지는
'인간이 죄를 지으면 처벌받는다'는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그건 솔직히 순진한 애들 생각이고
권력측의 '사회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죄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죄 생산공장이 있어서
포드시스템으로 돌려서 죄를 대량생산합니다.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죄는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본질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죄는 죄인의 것이 아니라
그 죄를 벌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의 것이기도 하며

그 죄의 고통은 쌍방에게 동시에 작용하는 것입니다.
권력이 규율, 규범, 규칙, 규제, 규정 등 온갖 죄생산기계를 작동하여

열심히 죄를 생산할수록 우리 사회는 비참해 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이르기를 쥐가 일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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