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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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37 vote 0 2019.08.16 (18:20:21)


    일본의 몰락징후


    로마가 강해진 것은 목숨과도 같은 식량을 외부 식민지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로마가 팽창하면서 값싼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빵을 공짜로 나눠주자 자영농은 몰락하였고 로마시민의 식량은 시칠리아와 튀니지의 속주에 의존하게 되었다. 위험한 짓이다. 만약 뱃길이 끊기기라도 하면 굶주려야 한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로마 성벽은 카이사르가 허물어 버렸다.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역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짓이다. 한니발도 넘어보지 못한 성벽을 로마인들은 제 손으로 허물어버린 것이다. 군단병은 루비콘강 너머에서 부대를 해산하고 개인 자격으로 로마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는데 역시 위험한 짓이다. 쿠데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된다.


    과연 카이사르가 군대를 해산하지 않고 루비콘강을 건너자 폼페이우스와 원로원은 그리스로 도망쳐서 병력을 모아야 했다. 그들은 싸움에 져서 죽었다. 개별적으로는 리스크를 높이는 어리석은 결정이지만 전체로 보면 커다란 활력이 된다. 자본주의 발전도 리스크 감수에 따른 활력 덕분이다. 리스크를 약자에게 몰아주는 게 문제지만.


    진보의 정신은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신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거기에 밸런스가 있다. 그 밸런스의 축을 틀어쥐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을 추구하는 자는 에너지를 잃고 말라 죽는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 때문이다. 조금씩 에너지가 마이너스 되어 죽는다. 부나방처럼 무모하게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자들도 당연히 죽는다. 


    에너지와 리스크라는 대칭의 토대를 장악하고 둘을 동시에 통제하는 주도권을 틀어쥔 자가 흥한다. 그러려면 일정한 정도로 위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북한이라는 위험한 상대와 공존하고 있듯이, 또 생물이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진화하듯이, 인터넷이 해커들과 공존하듯이 대칭을 세우고 상호작용하는데 에너지의 활력이 있다.  


    리스크와 에너지는 본질에서 같기 때문이다. 로마는 게르만족의 침략을 방비하기 위해 3세기에 다시 성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망했다. 성벽에 안주하면 망한다. 안전을 추구하면 망한다. 보수는 언제나 안전을 추구한다. 그러다가 망한다. 안전을 얻어내는 방법은 조금씩 물러나는 것이다. 박근혜가 위안부 문제를 양보하고 망했다.


    보수는 이상주의를 포기하고 도전의 기회를 양보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다가 망한다. 언제라도 에너지의 방향은 둘뿐이다. 에너지는 확산이 아니면 수렴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에너지의 수렴이다. 닫힌계를 설정하고 에너지를 수렴해야 통제할 수 있다. 수렴하면 갈수록 작아져서 망한다. 그러므로 닫힌계 안에서는 답이 없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부와 연결해야 한다. 외부의 적들을 내부로 끌어들이는데 활력이 있다. 다문화는 위험해, 성소수자 위험해, 빨갱이도 위험해, 이교도는 위험해, 일본 바깥은 위험해, 이불 바깥은 위험해, 이것이 망하는 공식이다. 조금씩 작아져서 망한다. 생물의 진화는 위험한 외부의 자원을 내부로 끌어들여 복제하는 것이다.


    빛을 끌어들이면 눈이 되고 소리를 끌어들이면 귀가 되고 바람을 끌어들이면 털이 된다. 문명의 진보도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 감당을 못하면 죽는다. 조직이 어디까지 외부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가? 거기에 밸런스가 있다. 그 밸런스의 축을 틀어쥐고 밀당을 하면서 적절히 조절해야 이긴다. 

 

    보통은 외부를 차단하고 내부를 쥐어짠다. 소련은 철의 장막으로 에너지를 수렴하다가 망했고, 중국은 죽의 장막을 쳤다가 뒤떨어졌다. 일본은 비관세 장벽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 김현종의 증언에 의하면 노무현 시절에 꼼꼼한 비관세 장벽으로 무장한 일본과의 FTA는 의미 없다고 보고 협상을 중단했다고 한다. 선견지명이다.


    일본은 섬이다. 닫힌계다. 쉽게 내부를 통제할 수 있다. 바다가 자연 성벽이 된다. 에너지의 방향은 수렴으로 잡힌다. 통제할 수 있으면 통제하고 보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존재다. 목적은? 없다. 의도는? 없다. 아베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러는 것은 아니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는 목표는 지어낸 거다.


    실제로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인데 자기들도 이유를 모르니까 적당히 지어낸 목표가 평화헌법의 개헌이다. 보수는 동물의 생존본능이므로 원래 이유가 없다. 진보는 이상주의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인간은 원래 목적이 아니라 에너지의 방향을 보고 움직이는 동물이다. 에너지의 방향이 수렴으로 잡혔기 때문에 일본이 저러는 거다.


    우리는 일본의 침략근성이라느니 제국주의 망상이라느니 하지만 그런 거 없다. 그냥 자연법칙이다. 섬나라의 몰락법칙이 있고 일본은 그 법칙을 따를 뿐이다. 이제 흑선이 동경만에 뜰 일은 없다. 외부에서 물리력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일본 스스로는 문을 열지 않는다. 마음도 열지 않는다. 에너지가 내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겉멋이 들어서 그런지 자꾸 외국으로 나가는 데 가봤자 별거 없잖아. 외국에 있는 것은 우리 일본에도 다 있는데 말이야.’ 20여 년 전에 한 다리 건너서 일본인에게 들은 말이다. 20여 년 전 배용준이 한창 뜨던 그 시절에는 아줌마들이 한국도 가고 그랬는데 말이다. 외국에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 일본보다 못하더라.


    이제 일본인들은 등을 떠밀어도 해외여행을 하지 않게 되었다. 왜 일본인은 외국으로 가지 않을까? 불편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널려 있는 쓰레기도 불편하고, 음식점도 친절하지 않고, 일본인은 매일 목욕통에 몸을 담가야 하는데 샤워기만 있는 목욕시설도 불편하고. 실제로 불편하기 때문에 여행을 않는다. 불편의 장막을 친 것이다. 


    작은 것을 가지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매우 불편해한다. 그들은 프로 불편러가 되었다. 그런 일본인 특유의 과잉참견이 싫은 사람은 오타쿠나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인간은 에너지를 수렴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수렴하는 존재다. 수렴하면 언젠가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0에 도달해서 망한다. 에너지가 스스로는 확산할 수 없다.


    일본인 특유의 과잉친절과 과잉청결은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대륙국가라면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인간들이 자꾸 들어오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들어온다. 중국에서 살금살금 넘어온다. 일본은 항구와 공항만 잘 틀어막으면 된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내부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한다. 과잉통제가 이제 장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은 수렴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미일중러 사대강국 사이에 끼어 외력을 받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수렴해야 사용할 수 있다. 수렴하면 망하는데 수렴해야 통제되는게 딜레마다. 대륙국가들은 외력의 작용에 의해 확산한다. 그냥 확산하면 에너지가 흩어져서 망한다. 중앙아시아의 ~스탄나라들이 그렇다. 에너지의 구심점이 없다.


    이리저리 외력에 휘둘리다가 망한다. 반도국가는 유리하다. 수렴과 확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탈리아든 스페인이든 그리스든 한 번씩 전성기를 맞이하곤 했던 것이 그러하다. 반드시 반도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러시아는 과거 인구 300만에 지나지 않는 소국이었는데 주변국의 간섭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버텨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세 방향에서 프러시아의 숨통을 조인다. 그 외력을 견디지 못하면 깨진다. 만약 견뎌낸다면 바퀴의 축이 되어 강력해진다.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다. 간단하다. 오른쪽에서 작용해오는 힘은 왼쪽으로 보내면 해결된다. 오른편의 손실은 왼편에서 복구된다. 중간자의 이익이다. 견뎌내면 강력해진다.


    바퀴의 축처럼 가운데 낀 나라들은 중간에서 에너지의 교통정리만 잘하면 된다. 에너지의 확산에 의해 손실을 보더라도 복구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섬나라는 일방적인 에너지의 확산이 아니면 수렴이며 중간이 없다. 밸런스의 축을 틀어쥘 방법이 없다. 19세기에 그들은 인구증가, 절대빈곤의 압박으로 확산에 몰렸지만 살아남았다.


    일본의 에너지는 한반도와 만주로 빠져나가고 영국의 에너지는 신대륙으로 빠져나갔다. 인재가 떠나고 본토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뜯어온 것이 더 많았기에 유지가 되었다. 그러다가 압도적인 물리력에 타격받아 수렴으로 방향을 튼다. 외력의 작용을 극복하지 못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망하고 일본은 쇄국주의로 망한다.


    로마가 제 손으로 허물었던 성벽을 다시 쌓다가 망한 일이 지금 영국과 일본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에너지는 확산과 수렴뿐이지만 밸런스의 축을 틀어쥐면 기적이 일어난다. 전성기의 로마처럼. 여닫기를 자유자재로 한다. 한국이 기회를 잡았다. 적절히 위험이 수반되어야 인간은 긴장하고 집중하는 법이다. 


    보수는 안전을 외치지만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에너지는 원래 위험하다. 불은 위험하지만 인간이 특별히 불을 길들인 것이다. 불을 끄면 안전하다. 그럴 때 생명의 불도 꺼진다. 문명의 불도 꺼진다. 우리가 화력조절에 통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진보의 길로 전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일본에 카이사르는 없고 아베는 있다.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살길을 안다. 위험을 감수하고 에너지의 길목을 차지하여 불을 길들이기에 성공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구석에 숨어서 안전을 추구하는 자는 죽고,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자도 죽고,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자는 흥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17 (03:04:55)

"적절히 위험이 수반되어야 인간은 긴장하고 집중하는 법이다. 보수는 안전을 외치지만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http://gujoron.com/xe/111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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