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요즘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결별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 같다. 굳이 더 보탤 생각은 없으나, 그래도 한마디 거들고자 한다.

연아가 이 글을 볼 지 안볼지는 모르겠으나, 편의상 동생에게 쓰듯이 글을 써 본다. 연아와 오서 코치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다 하여도 나는 그것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연을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그 둘 사이의 그 관계의 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이다.

 

 

 

 오서는 연아와 사제지간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연아가 없으면 오서도 없다. 스승은 제자가 있어야 빛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스승은 제자를 길러내야만 의미가 생긴다. 사제지간으로 엮인 두 사람의 관계는 항상 같이 기억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합작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미 지난일이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라는 관계는 바뀔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인정해야 문제가 풀린다.

 

지금 불편한 관계는 떠도는 얘기처럼 대형 매지먼트사와 소형 매니지먼트사의 대결이 아니라고 본다. 좀 더 근본적인 것으로 들어가보자.

오서는 절대로 연아를 놓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연아가 있어야 오서도 있기 때문이다. 연아와 사제지간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서는 지금 연아와 관계회복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승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한다. 이것을 연아를 놓지 않고 이용하려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 된다.

 

 

연아는 지금 화가 나있고, 오서는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화는 태울 것을 태워야 가라 앉는다. 상처받은 자존심은 그 상처에 알맞는 약을 발라야 낮는다. 그러나 둘 다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라는 것에서 공통성을 갖고 있다. 화도, 상처받은 자존심도 극복해 내어야 하는 과제이다. 오서 코치의 상처는 연아만이 낮게 할 수 있고, 연아의 화는 자신을 커지게 하는 성장으로 인하여 가라 앉힐 수 있다.

 
오서 코치에 대한 해고통보는 그가 연아의 스승이라는 자존감에 상처를 준 것과 같다. 오서가 그동안 연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 일 것이다. 그러나 오서 또한 연아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그의 꿈은 너무나 컸던 것 같다. 트리플 악셀에 미련을 보였던 인터뷰도 그렇고.
 
 
연아는 올림픽이 끝나고 은퇴와 현역 사이에서 고민했다. 오서는 당연히 연아가 은퇴하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자신의 제자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아는 애타는 오서 코치의 마음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연아만의 계획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서 코치 역시 연아의 생각과는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을 수 있다.

 

 

오서가 코치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은 선진국의 피겨로, 피겨 선진국 선수로 금메달을 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동양의 피겨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선수가 피겨여왕이 되었다는데에서 오서의 영광은 더 극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아와 오서 코치가 일군 영광이 더 아름답게 비춰지는 것이다.

 

 

                                                                                                                                                          

 

피겨 선진국 선수로 금메달을 딴것보다 더 큰 영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서가 빛나게 된 것이고, 더 인기가 있는 것이고, 유혹의 손길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연아가 은퇴를 해버리면 정확한 기본기, 완벽한 기술의 스케이터를 탄생하게 하려는 오서의 꿈은 거기서 멈추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출 오서가 아니다. 오서는 연아가 아닌 다른 제자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연아와 오서의 위치는 이미 매니지먼트사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매지먼트사가 그들에게 맞추어야 한다. 그들의 포지션이 그렇다. 이미 그들의 포지션은 거기에 가 있다. 그러나 연아의 포지션이 오서보다 더 위에 있다. 연아가 갑이고 오서가 을이다. 경기를 하는 사람은 연아이고, 매달을 딴 사람도 연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아도 그것을 어느정도 알았기 때문에 매지먼트사를 독립하여 분가한 것이다.

 

현재의 세계 피겨계는 연아가 끌어 가고 있다. 그 사실은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아가 피겨여왕 이었고, 이제껏 그 어떤 피겨 선수들보다 아름답고, 우아한 피겨를 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기록 되었다.

 

한국 축구계에 대해서 박지성이 갑인 것과 같다. 그리고 연아와 오서는 박지성과 히딩크 관계와 같다.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박지성이 지배하고 있는 것과, 세계 피겨계를 연아가 현재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연아의 포지션이 거기에 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매니지먼트사의 힘 겨루기는  그 다음 순이다.

 

연아는 그동안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렸다. 상황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현역에서 늘 경기하며 국가대 국가의 경기를 하는 연아로서는 더 빨리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열악한 한국의 피겨계에서 많은 시련을 이겨내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뎌낸 만큼 더 빨리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 번 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그런 어른 말고, 정신적 성숙을 한 번 더 도약해야 하는 것이다. 인격의 격을 한번 더 높여야 연아가 문제에서 벗어난다. 해고로 통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만나면 상황이 부자연스럽고 껄끄럽고 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스승에 대한 두려움이다. 스승을 보면서 이제 결별하자. 재개약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했어야 했다. 차라리 그동안 사제지간으로 지냈던 것에 감사하고, 뻑쩍지근하게 파티라도 열어 스승의 노고를 치하해주고 떠나보냈다면 훨신 매끄러웠을 것이다. 그 두려움 마저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서양사람들 잘하는 그것, 그것을 연아도 배워야 한다. 즉 매너가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그것을 예의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식었든지 간에 사제지간의 정리를 마무리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오서 역시 연아의 그런 모습에 더 뭐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스승과 제자는 마음으로 정신으로 연결된 관계다. 그리고 그것은 쭉 이어져야 한다. 연아가 정말 힘들거나 어렵울 때 연아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오서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스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 스승이 제자를 외면할리 없지 않은가.

 

 

사제지간의 예의는 공식적인 곳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연아와 오서의 위치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많은 어른들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 경험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연습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빙상위에서 멋지게 활공하는 연아와 지금의 연아는 같은 연아다. 그러나 빙상에서 활공하는 연아는 너무나 우아하고 멋지지만, 지금의 연아를 보며 20대의 다른 또래들과 다르지 않구나, 똑같구나, 평범한 소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맞을 것이다. 나이가 있으므로,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구나를 느끼게도 된다. 그렇다. 그렇게 살면된다. 자유롭게 살면된다. 단지 정신과 마음을 조금은 더 높게 지향하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그것이 지성인으로 가는 길이다.

 

 

연아가 은반위에 여왕이듯이 은반위가 아닌 곳에서의 삶도 그에 보폭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이 말은 어떠한 일이나 문제에 직면했을 때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동안 지나온 시간을 딛고 일어서서 더 넓게 깊게 보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무엇이든지 쌓이게 된다. 그것이 정일 수도 있고 미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참아 온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이 목표를 잡고,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같이 뛰어 왔다. 그것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 그 시간을 존중해줘야 한다. 연아가 단지 매달에만 연연한 것은 아니었고 지나온 그 과정과 시간속에서 같이 성장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관계도 아니고 사제지간이다. 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설사 다시는 보지 않는다 하여도 정신적으로 연결된 끈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피겨여왕이 빛나는 일이고 피겨여왕의 스승이 빛나는 길이다. 같이 커져야 하는 것이다. 같이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연아가 스승을 외면한다면 스승은 갈 곳이 없다. 오라는 곳은 많겠지만, 연아의 스승의 자릴 버려야 하는 오서는 제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낱 재주를 파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영광을 스승과 같이 나누어야 한다. 스승이 욕심이 과하다 하여도 연아가 포용해야 한다. 연아가 그 위치에 있다는 자체가 이미 스승을 감싸안아야 하는 것이다. 스승은 대접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오늘의 오서가 존재 하는 것은 연아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30~40년 후를 생각해본다면 스승과 제자, 따뜻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관계가 지속된다면 그시절을 회상하여 본다치더라도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오서에게 제자는 연아밖에 없다. 앞으로도, 오서의 희망대로 정확한 기본기와 우아함 트리플 악셀까지 갖춘 완벽한 스케이터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설사 그렇다치더라도 오서의 젊은 한 시절을 바친 연아와의 사제지간의 팀플이 이루어낸 감격만큼은 못할 것이다.

 

연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고, 대표성을 띠고 있다. 이제는 그 대표성을 실천할 때이다. 그 실천을 행함으로서 좀 더 은반위의 여왕과 은반이 아닌 일상의 삶속의 연아와 조금은 더 합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것은 의무감이 아니다. 연아의 포지션이 그렇다는 것이다. 포지션이 이미 거기에 가 있으면 거기에 걸맞게 행동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다. 그동안 연아가 씩씩하게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털털하게 하면 되는것이고 쿨하게 가면 되는 것이다.

 

연아 주변에는 보이는 사람도 많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다. 힘이 들때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마음은 모두 연아의 것이다. 연아가 느끼는 만큼 연아가 가져간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느끼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다. 아주 따뜻한 사랑 말이다. 거기서 큰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계획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 사람이 품은 계획, 그 계획의 질이 높다면 높게 클 것이고, 질이 낮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서로가 질높은 관계의 향상을  꾀해야 한다. 현재 누구의 질이 높든 낮든, 지금은 포지션이 중요하다. 연아의 포지션이 오서 코치를 포용할 수 있는 곳에 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 이 문제는 연아가 풀어야 풀린다. 여왕이 스승에 대해서 스승 대접을 해 주어야 풀린다. 바로 지금이 김연아가 또 한 번 커져야 할 때이고, 그럼으로 인해서 한 번 더 도약할 때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08.30 (08:43:34)

지난 겨울... 그녀의 거쉬인의 피아노협주곡 연기로 이미 충분히 행복했고 고마웠다.
연아의 1막은 그렇게 멋지고 황홀한 피날레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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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연아의 결벌의 해프닝을 지켜보는 것은 좀 고통스럽고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나도 화를 냈던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러다가 관심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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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무엇이 내가 화를 낼만큼 내 안의 해묵고 아물어가는 상처를 건드린 것일까...
그녀와 오서가 우리가 기대했던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뒷이야기를 계속 이어주길 바라고
그녀가 인격적으로도 여왕과 같은 존재로 계속 빛나주길 바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쥐새끼들에게는 관대하면서...
만만한 연예인에게 되도않는 공인이란 이름으로 과도한 위선을 요구하고 질타하는 것도 부당하다.
그래서 화가 난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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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같은 부모의 은혜...
바다와 같은 스승의 은혜...
이런거에 빚졌으니 보답해야 한다는 봉건성... 유치하다,
(은혜?를 저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매지니먼트사를 차리건 말건
그녀가 오너와 계속 훈련을 하건 말건
그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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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지 않다. 프로답지 않다.
감정에 호소하고 어리석은 진흙탕 싸움을 자초하며 스스로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훌쩍인다.
그리고 이 뒤에 숨어 있는 한국인의 봉건성, 유치함, 소아적 태도들....
이것이 며칠간 나를 불쾌하고 찝찝하게 만든다.
그래서 쳐다보고 싶지 않게 만든다.
엄마를 변호하는 어린 딸의 읍소... 겨우 이런 방식이라니...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9.08 (07:35:54)




상대방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의외로 보수적이다. 라고 말을 끊거나 공격한다.
그러면 당황하게 된다. 인정하거나 반박하거나....
그리고 지나고나면 당황한 것에 화가 난다. 보수적인 것이 죄도 아니고, 또한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을 변호하다보면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런데 마치 자신은 안그런냥 특수한 상황을 만난듯이... 아무 의미없이 무의한 말로 상대방을 난처하게 한다. 보수적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의외로 듣기 싫어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다가 '보수적이네' 하면 당황하게 되는 이유는...?
쿨하게 비춰지고 싶거나, 혹은 자신을 변명하기 위함이,  상대방에게는 시덥잖은 보수적이다로 비춰지는 것, 혹은 그냥 맞받아서 말을 잘라 버리는 것.... 그 상황을 제대로 넘기지 못함인데... 그것이 반복되고 있더라는 얘기... 오히려 그반복되는 것이 더 당황스럽다는 것.

뭐..이것은 일종의 예문이구요.
제가 조금 답답하게 여겨진 것은....'당황하고 있다.' 라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는 내가...마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다 못해 화가나는 거지만...
내가 화낼 일은 아닌듯 싶지만....뭔가 오글거리는 것이 .. 저런 모습들에서 나를 보는 것 같아...
뭔가 내안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졌기에 .. 글을 써 본것입니다.
우리의 자화상 같은 뭐..그런거 말입니다...에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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