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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12 vote 0 2019.08.05 (12:26:10)

    구조론연구소에 왔으면 구조론을 배워야 한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에너지의 결 따라 만유는 한 방향으로 정렬한다. 이건 수학과 같은 규칙이다. 규칙에 도전하면 안 된다. 1+1을 놔두면 이놈들이 살살 움직여서 슬그머니 2로 변하는 게 아니다. 1+1은 그냥 1+1인 채로 제자리에 있다. 그것을 2로 부르기로 규칙을 정했다.


    왜? 발음하기 쉽잖아. 수학의 규칙은 단순화하고 엄밀화하는 것이다. 대충 봐주고 그러기 없다. 바둑을 두다가 한 수 물러달라고 해서 물러주고 그러면 프로바둑이 아니다. 규칙을 지켜야 프로의 시합이 된다. 세상은 대칭이다. 이 말은 이쪽으로 가는게 있으면 저쪽으로 가는 것도 항상 있다는 말이다. 방향은 둘이다.


    즉 이원론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일원론이라고 할까? 말했잖아. 규칙을 그렇게 정했다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좌가 있으면 우가 있고, 상이 있으면 하가 있는데 왜 뒤는 안 쳐주고, 우는 안 쳐주고, 하는 안 쳐주고 오로지 앞만, 좌만, 상만 채택하는가? 그건 내가 규칙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숫자와 같다.


    자연수니 정수니 유리수니 무리수니 실수니 하는 것은 인간이 규칙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다만 내부에 모순은 없어야 한다. 합리성이 담보되어 있어야 한다. 왜 규칙을 그렇게 정했는가? 그래야 언어적으로 일관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더 단순하고 더 엄격하고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양쪽으로 가면 헷갈리니까.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GPS 좌표를 불러줘야 구조대가 온다. 남대문에서 김서방 찾기가 되면 곤란하므로 집집마다 주소를 정해놓은 것이다. 곧 우체국의 규칙이다. 규칙을 따라야 편지가 배달된다. 규칙을 따라야 학문이 성립된다. 세상은 대칭이므로 반드시 반대방향이 있다. 그런데 안 쳐준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작용만 치고 반작용은 무시한다. 기관차만 치고 객차는 무시한다. 머리만 치고 꼬리는 무시한다. 빛만 치고 그림자는 무시한다. 부분적으로는 반대방향의 진행이 있지만 그 경우는 에너지의 통제가능성이 없으므로 무시하는 거다. 순방향만 논하기가 규칙이다. 순방향으로만 통제가능한 위치에너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게 규칙이고 객관적인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규칙이라는 점을 간과하니까 전체가 아닌 부분을 보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반대되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자동차 바퀴의 위는 앞으로 돌고 아래는 뒤로 도는데 자동차는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고 말해버리면 혼란에 빠진다. 전체를 봐야 한다.


    부분으로 보면 만유는 양방향으로 간다. 왼발은 뒷땅을 밀고 오른발은 앞으로 내딛는다. 동시에 두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전체로는 백퍼센트 앞으로 갈 뿐이며 뒤로는 가지 않는다. 물은 아래로 가는 법인데 어깃장을 놓는다. 폭포에 떨어진 물방울이 위로 튀는 거 못봤냐? 위로도 조금 간다고. 


    이런 식으로 우기는 자와 대화를 해야겠는가? 빛과 그림자 양쪽으로 설명하면 헷갈리니까 빛 하나로 통일한다고 규칙을 세웠는데 '그림자를 보면 반대인뎅.' 하고 어깃장 놓고 자빠지면 내가 그 말을 들어줘야 하는가? 상대성의 함정이다. 구조론은 절대성이다. 상대성은 언어의 혼란을 야기하므로 논외다. 기준의 일치다.


    각자 자기 기준을 세우면 안 되고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기다. 구조론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구조론을 배울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도둑이 물건을 훔쳐놓고 '내가 훔치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증거를 들이대면 '내 손이 훔쳤걸랑요.' 이러는 것과 같다. 손이 훔친 것은 당신이 훔친 것으로 간주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세상은 대칭적이며 그러므로 어디를 가도 이원론적인 여러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에너지는 일원론이다. 내가 규칙을 그렇게 정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통제가능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 말하기로. 에너지의 관점, 사건의 관점에서 봐야 언어적 혼란 없이 일관되게 파악할 수 있다.


    굳이 규칙을 따르지 않겠다고 개기면 나를 엿먹이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다. 아니면 진지하지 않은 것이다. 배울 생각보다 써먹을 생각이 앞선다. 마음을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으로 구분했다는 것은 마지막에 뭐든 감정을 통과한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감정이 원인이다 해도 말되지만 그건 구조론의 규칙이 아니다. 


    구조론은 무조건 정신을 사건의 원인으로 인정한다. 제 1 원인만 채택하기다. 구조론을 모르면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을 모두 감정으로 친다. 정신의 감정, 의식의 감정, 의도의 감정, 생각의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 긴장감, 의식의 몰입감, 의도의 압박감이 있다. 그런데 사건의 원인으로는 간주하지 않는다.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고 감정표현만 눈에 보이므로 모두 감정으로 몰아주게 된다. 감정의 의미를 확대하고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의 과정은 무시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은 살펴보고 알 수 있는데 정신, 의식, 의도, 생각은 알 수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언어의 의미를 자의로 확대하면 안 된다. 


    왜? 내가 규칙을 그렇게 정했으니까. 내가 세부를 들여다보고 일일이 이름을 정해서 칸을 나누어 놨는데 뭉뚱그려서 '죄다 감정으로 퉁칩시다.' 이러면 안 된다. 수학문제를 풀다가 '선생님 골치 아프니까 소수점 끝자리는 무시합시다.' 이러면 수학이 안 된다. 장난하냐? 진지해지자. 따질 것을 따질 목적이 있는 것이다.


    구조론은 사건개념, 에너지개념으로 정확하게 구분해서 보는 것이다. 시시콜콜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행동은 '수학공부가 필요하냐?'는 식으로 나오는 것과 같다. 물론 수학 안한다고 누가 혼내겠는가? 마찬가지로 구조론 안 배운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구조론을 배우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


    필자가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생각을 해보고 존재론과 인식론을 구분하지 않으면 계속 언어적인 혼선이 일어나서 대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분하기로 규칙을 정한 것이다. 지름길 놔두고 둘러가도 되지만 그건 수학이 아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엉뚱한 길로 가는 사람은 사실은 수학이 싫은 것이다. 


    곧 죽어도 최단거리 지름길을 찾아내는 것이 수학이다. 규칙을 따라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내가 규칙을 만들었다. 구조는 속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구조다. 감정은 겉으로 드러난다. 구조론을 배우겠다는 것은 속에 감추어진 부분을 보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감정만 논하자면 구조론을 배울 이유가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10 (15:16:07)

"구조론을 배우겠다는 것은 속에 감추어진 부분을 보겠다는 것이다."

http://gujoron.com/xe/1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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