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76 vote 1 2019.07.29 (15:17:41)

            

    솔로의 비애


    세상은 2로 되어 있지만 2라고 읽으면 안 된다. 여러분은 길을 가다가 어떤 2를 보거든 ‘1아. 안녕?’ 하고 인사해야 한다. 2를 2라고 부르다간 조낸 처맞는 수가 있는 거다. 2는 말하자면 부부다. 한 식구다. 즉 2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1인 것이다. 주소를 하나로 쓴다.


    정확히 말하자면 2는 □□이고 1은 □와 □의 사이다. 즉 우주에 홀로 □가 있다면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아 존재를 성립시킬 수 없고 □□로 짝지어야 비로소 하나의 어엿한 존재가 된다. □와 □를 잇는 라인이 1이다. 그 라인을 보고 우리는 존재라고 말하는 거다. 


    왜인가? 그 라인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연결이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적절히 겹쳐져 있다. 완전히 독립된 개별적 존재는 없으며 모든 존재는 부름과 응답의 구조를 이룬다. 대칭짓고 호응한다. 짝을 짓는다. 연결고리를 이루었다.


    ←→는 확산이니 2다. →←는 수렴이니 1이다. 확산은 존재가 아니며 수렴이 존재다. 어떤 둘을 하나 안에 욱여넣을 때 에너지가 성립된다. 욱여넣었으므로 도로 뛰쳐나가려고 한다. 눌린 용수철은 펴지려고 한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에너지가 된다.


    우리는 그 지점에 스위치를 달아 조절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에너지는 언제나 수렴된다. 2에서 1로 졸아들지만 그 1에서 다시 1/2로 졸아들고 1/4로 졸아든다. 졸아들지만 그 에너지는 확산의 힘에서 나왔다. 확산하려 하지만 확산하면 안 된다.


    적절히 방향을 틀어주는 방법으로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내부로 향하게 한다. 모든 힘은 미는 힘이지만 방향을 틀면 내부결집이 된다. 서로 미워하는 힘들이 방향을 틀어주면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서로를 미워하다가 세계를 삼키듯이.


    활을 당긴다면 실제로는 오른손으로 활시위를 잡고 왼손으로 활몸을 미는 것이다. 엔진이 폭발하는 힘은 미는 힘이다. 미는 힘이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안 되고 플라이휘일의 회전력으로 모아서 바퀴로 전달해야 한다. 미는 힘을 닫힌계에 가둬두면 강력해진다. 


    물레방아도 물의 미는 힘이지만 바퀴로 틀어서 절굿공이로 모은다. 대칭은 미는 힘을 축에 가두는 방법이다. 1은 밀 수 없다. 우주에 혼자 있다면 밀 수 없다. 2는 밀 수 있다. 그러나 미는 동작은 →이다. 즉 1이다. 2인데 1인 것이 에너지다. 대칭은 2고 축은 1이다. 


    외력에 대해서는 1로 행세한다. 그러므로 1이 남는다. 그 남는 부분이 에너지다. 우리는 그것을 쓸 수 있다. 우주는 커플만 존재로 친다. 만약 솔로가 있다면 방문자는 문을 열어보고 '아무도 없군.' 하고 그냥 간다. 무시하는 거다. 솔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결되지 않고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커플이다. 자신이 소속된 바를 모를 뿐 이미 소속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위를 쳐다보면 2고 아래를 굽어보면 1이다. 기슭에서는 2고 정상에서는 1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30 (06:29:01)

"누구나 커플이다. 자신이 소속된 바를 모를 뿐 이미 소속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위를 쳐다보면 2고 아래를 굽어보면 1이다."

http://gujoron.com/xe/1109993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1790
6706 마음의 마음 김동렬 2024-03-10 996
6705 마음의 전략 김동렬 2024-03-09 1200
6704 영화 파묘와 쇠말뚝 해프닝 image 김동렬 2024-03-08 1909
6703 주체적 사고 김동렬 2024-03-07 1150
6702 한동훈 패션안경의 비밀 김동렬 2024-03-07 1561
6701 직관적 사고 김동렬 2024-03-06 1381
6700 정의당의 몰락공식 김동렬 2024-03-06 1580
6699 동이족은 없다 김동렬 2024-03-05 1321
6698 초월자 김동렬 2024-03-05 1229
6697 인간에 대한 환멸 2 김동렬 2024-03-04 1578
6696 인간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24-03-02 2262
6695 양면전쟁과 예방전쟁 김동렬 2024-03-02 1427
6694 사람이 답이다 1 김동렬 2024-03-01 1558
6693 셈과 구조 김동렬 2024-03-01 1067
6692 문명과 야만 김동렬 2024-02-29 1310
6691 배신의 정치 응징의 정치 김동렬 2024-02-28 1591
6690 손자병법의 해악 김동렬 2024-02-28 1322
6689 임종석과 자폐증 진보 4 김동렬 2024-02-28 1651
6688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442
6687 유권자의 갑질 김동렬 2024-02-26 1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