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거래 주체의 입장이 명확히 나뉘는 재화 시장이지만 거래를 보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 위해서 에너지의 흐름으로만 판단을 해보아야 한다. 일단 인류 역사상 거래라는 의사결정의 진보사를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봐야겠다.
최초의 거래는 부족민 사회에서 집단 구성원을 동원하는 종교적 행사의 한 절차였다(예전 동렬님 글 참고). 종교 집단의 톱인 제사장이 산하 소집단의 우두머리와의 권력구조를 확인해주는 의식에서 청동제 물건을 주고 대신 잡다한 수집품들을 받는 형식이다. 사실 이러한 물물교환에서는 종교의식의 개최라는 전제하에 가격(교환비)은 무의미하며 집단의 대표자와 구성원만이 대충 갖고 나올 물건을 합의할 것이다. 제사장이 소집단 대표에게 조개껍데기 100가마니를 싸매고 나오라는 것만 아닌 이상 대충 주워다가 온 물건들과 청동검 하나가 종교의식에서 오고가면 권력구조가 창출되므로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다.
이후 집단의 규모가 커져 대국과 소국 간의 조공무역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거래에 있어서 현대처럼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물물교환을 통해 보이지 않는 모종의 권력구조를 창출해서 양쪽이 국가 간 동맹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만인 것이며 교환되는 물건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이라면 그저 좀 더 좋을 뿐이다. 이러한 형태의 거래는 사실 낮은 단위로 닫혀있는 계라면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라거나 대기업과 자회사라거나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이나 꽌시라거나 등등. 조공무역의 본질은 지리적인 외부 경쟁자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이득(효율)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거래를 통해 전세계 모든 이들에 대하여 이윤을 취할 수 있다면? 순수하게 지리적 혹은 문화적 방해요소를 극복해내어 수요와 공급사이의 불균형을 해소시켜 보편적인 이득을 창출해내는 상인 세력의 등장이다. 상인이라는 구별된 신분 관점에서 벗어나서 사건의 형식으로만 거래라는 의사결정을 뜯어보자.
조공 무역은 인접 국가들이라는 닫혀있는 경쟁 관계에서만 동맹이라는 효율을 도출할 수 있는 일종의 생존전략의 일환인 의사결정이다. 허나 무역세력의 초국가적 거래행위 혹은 기업투자가 일어나는 닫힌계에는 유통 루트의 지리적 장벽, 생산절차의 비효율적인 복잡함, 각종 소규모 이익집단의 밥그릇, 신기술의 발전, 효율적인 에너지 및 소재 자원의 채취 등 의사결정을 통해 배제되는 외부환경의 단위가 크다. 즉 민간금융투자, 상거래 등으로 대표되는 포괄적인 개념의 자본시장 행위는 조공무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단위의 환경과 대결하여 총 생산력의 증대를 가져오는 세력전략인 것이다.
의사결정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요 재화의 생산자 측 역시 국제경쟁에 내몰리게 되므로, 시장이라는 의사결정에서 져서 사라지는 비효율적인 환경 중 일부가 될 수 있다. 각별한 점은 시장은 살아숨쉬는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크게 봤을 때 시장이라는 존재가 성립되는 근원되는 원리는 그에 참여하는 총 의사결정 단위를 증가시켜 자연의 비효율을 잡아먹어 생산력의 증대를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비시장스러운 조공과 같은 거래단위를 흡수해나가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시장이라는 단어 안에 이미 자연의 원리가 내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을 관리 및 발전시키는 인류의 관점은 이러한 시장의 본질적인 자체 논리를 따라가야한다. 정리하자면
총 의사결정의 단위를 축소시키는 민간의 악의적 독과점 및 담함을 배척시켜야 할 정당성도,
시장 장치의 일부인 화폐 시스템에 대한 특정 이익집단(때론 한 국가의 정권이 될 수도 있다)의 비생산적인 개입도,
눈에 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효율)을 끌어낼 수 있는 금융체계의 진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살아숨쉬는 시장이 성립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치에 근거하여 연주해나가야만 통제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각종 파생시장의 필연적 출현 배경과 투기세력(이 투기가 부동산 투기의 그 투기는 아님)의 시장조성 의의에 대한 이해는 근본적으로 자연의 동원권 중 한 형태인 '자본'의 자체 논리를 따라야 합니다. 시장이 존속을 하려면 정부 당국만 관리에 힘써서는 부족하겠죠. 증권시장의 진정한 주최측은 눈에 빤히 보이는 거래소라기보단 증권시장의 태동을 불러온 주식이라는 효율적 개념 그 자체 논리이듯이 콕 찝을 수 있는 것은 딱 정답은 아닙니다. 올바른 방향성은 상호 견제, 보완적 관계의 끊임없는 발명입니다. 그것이 정부 당국일 수도 있고 국제 공조 금융기관일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권력이 작용하며 지속가능한지 입니다. 유명부실한 IMF나 국제결제은행보다야, 자체 의사결정을 통해 이윤(효율)을 창출해내야하며 국제적으로 생존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국제투기세력이 실질권력도 더 크고 본인들의 생존이 놓인 만큼 실시간으로 자본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하죠(큰손들이 특정 자산가격의 추세가 예상되는 즉시 그에 가세하듯이). 대형 금융법인들은 직접 CDS(쉽게 말해 포괄적인 금융자산에 대한 보험) 같은 상품도 고안해내어 시장에 출시하기도 하죠.
국제 자본시장을 존속시킴으로서 유지 관리 비용으로 먹고 사는 유태인들이 그러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는 달러 체계가, 선진국가 연합체인 유로존이나 마찬가지로 기축통화 권력을 가진 일본 및 집중력과 행동력 만점인 중국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무작정 통합이라는 길보다는 효율을 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의사결정을 통해 아직 한참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부자와 빈자,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의 균형을 잡으려는 개입책을 도출하려면 애초 전제되는 인간이 자연에서 끌어내는 총효율 관점에서 진단해야 좋겠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전에 권력질서가 있고 상품은 권력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제가 자본주의 전체를 논하기는 많이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