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일이 줄어드나 했더니 이제는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학부모 특별교육을 다녀왔다.
예정된 시간은 50분인데 80분이 훌쩍 넘었다. 말이 교육이지 교육보다는 상담이다. 충분히 경청하면서 아이와 부모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을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연습할 것을 권했다. 적어도 3회기는 해야 하는데 1회기에 마쳐야 하니 경청하랴, 공감하려, 정보제공햐랴, 교육하랴, 지지하랴 정신이 없다. 그것도 아이나 엄마만 있는 게 아니라 두명을 두고 하니 신경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넘고, 내 마음도 조급해졌지만, 어머니가 속마음을 다 얘기하니 나도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평소 자기 감정을 잘 말하지 않던 아이가 자기 감정을 털어놓으니 어머님도 약간 놀란 눈치다. 지난 한 달동안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눈시울이 연신 붉어졌다. 그러면서도 아이 마음을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하셨고, 선생님 덕분에 아이의 답답한 마음이 풀린 것 같아 고맙다고 하신다.
이미 사실관계 부분은 담당 선생님께 다 들은 상태라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한 달동안 끊나지 않을 고통을 계속 겪고 있음을 안다.
만 10살 남짓한 아이가 과연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해도 되는지 나 역시 받아들일 수 없고, 학교폭력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알겠다. 그리고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음에도 너무나 손쉽게 형사미성년자 아이를 조사하는 것은 형법의 과잉적용이다. 부모들의 비뚤어진 욕심과 복수심에 애들이 상처받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여기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제발 부모들이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라. 교사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친구관계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서로 부딪히는지 알아는 보라. 무조건 자기 자녀는 피해자고, 상대방은 가해자니까 엄벌을 처해달라는 무지비한 폭력을 멈춰달라.
잘못을 한 아이를 두둔함이 절대 아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학생 아이 입을 통해서, 그 부모를 통해서, SNS를 통해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계속 관련 사실이 재생산되고 부풀려서 확산되고 있다. 어차피 학폭위가 열렸으니 정말 나 같으면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부모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부모의 복잡한 심경이 이해가 된다. 아... 참.. 답답하기만 하다. 교육은 어디가고 학폭법의 폭력성을 악용하는 부모들의 헛된 욕심은 누가 막을 것인가?
이상우 샘 응원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회복적생활교육, 회복적 정의, 회복적 서클, 비폭력 대화, 갈등전환의 방식을 사용하여 학폭위 및 학내 경찰까지 협력을 구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법론보다 철학이고, 교육의 가치가 중요한데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대화를 나눌 때 심리적으로 공감받고 안전함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이러한 일을 담당해야 하는 일이 맞기는 하지만,
정확한 바운더리도 존중받지 못하는 가운데 거의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니 일선교사로서 고생이 참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가끔 올라오는 선생님의 글은 꼼꼼히 챙겨읽습니다.
늘 응원합니다.
서클로 나아가기란 책도 그렇지만,
조만간 또 하나 좋은 책이 나올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