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68 vote 0 2019.06.09 (10:10:51)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에너지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대칭에 막힌다. 대칭으로 막힌 것은 호응으로 풀린다. 에너지의 대칭과 호응이 만유의 씨줄 날줄이 된다. 돌은 구르다가 다른 돌에 막히고 자갈은 구르다가 다른 자갈에 막힌다. 돌은 돌끼리 모여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고 물은 물끼리 모여 있고 풀은 풀끼리 모여 있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다. 


    돌은 돌에 막혀서 돌끼리 모이고 흙은 흙에 막혀서 흙끼리 모이고 모래는 모래에 막혀 모래밭을 이룬다. 그러므로 퍼담으면 된다. 물은 물끼리 모여 있으므로 두레박으로 퍼 올릴 수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으므로 삽으로 퍼담으면 된다. 통제하기 쉽게 정렬해 있는 것이다. 섞여 있으면 에너지를 투입하여 흔들어주면 분리된다.


    자연의 원심분리기 효과다. 다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곧 호응이다. 물은 흘려보내면 풀린다. 돌은 굴려 보내면 풀린다. 흙은 무너뜨리면 풀린다. 대칭이 풀린다. 대칭을 조직하여 멈출 수 있고 호응을 조직하여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공간에서는 두 다리를 벌려서 멈출 수 있고 시간에서는 두 다리를 움직여서 전진할 수 있다. 


    단 순서가 있어서 역주행은 안 된다. 역류할 수 없다. 항명할 수 없다.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수비가 먼저고 공격이 나중이다. 선공을 해도 멈춘 상태에서 선공하는 것이다. 키스를 하더라도 멈추어야 한다. 달리면서 키스할 수 없다. 멈춤을 통해서 세상은 널리 통제된다. 


    에너지는 원래 움직인다. 겉보기로 멈추어 있다면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이기거나 진다. 지는 것은 사라지고 이기는 것만 남아 있다. 대칭과 호응만 남아 있다. 효율적인 것만 남아 있다. 통제가능한 것만 남아 있다. 균일해져 있다. 사물 고유한 속성은 없고 구조의 통제가능성이 유일하다. 


    멈출 수도 있고 동시에 그 멈춤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쇠붙이의 개별적인 성질을 파악하고 일일이 대응하려고 하지만 계의 통제가능성 위주로 파악해야 한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줄세워놓고 하나의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쇠붙이는 비중대로 줄 세우면 거의 드러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09 (10:22:11)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http://gujoron.com/xe/109589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9337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5446
2481 이익균형 1 김동렬 2018-10-18 4407
2480 단순한 것에 답이 있다 4 김동렬 2018-09-19 4405
2479 아프간의 멸망이유 김동렬 2021-08-17 4403
2478 이재명 이낙연 구조론 김동렬 2021-07-28 4402
2477 수준이하의 과학자들 김동렬 2023-10-01 4401
2476 수평권력과 수직권력 1 김동렬 2020-10-14 4400
2475 세계관을 공유하자 4 김동렬 2019-06-29 4400
2474 한국영화가 뜨는 이유 5 김동렬 2020-02-11 4398
2473 구조론을 알고 있다 2 김동렬 2019-07-05 4397
2472 원자론과 구조론 4 김동렬 2019-10-23 4396
2471 이 순간을 이겨라 2 김동렬 2019-03-22 4396
2470 한국이 인류의 희망이다 1 김동렬 2022-08-03 4393
2469 인간은 계발된 존재다 5 김동렬 2018-09-18 4392
2468 어려울수록 진실로 돌아가라 3 김동렬 2021-04-08 4387
2467 최성봉의 죽음 김동렬 2023-06-21 4382
2466 또라이가 문제다 1 김동렬 2019-07-14 4381
2465 마흐의 물통 3 김동렬 2019-07-17 4380
2464 소금이 왜 짜냐? 3 김동렬 2019-04-11 4376
2463 한국 섹스교의 뿌리 1 김동렬 2022-10-05 4375
2462 엔트로피를 써먹자 2 김동렬 2019-07-19 4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