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85 vote 0 2019.06.09 (10:10:51)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에너지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대칭에 막힌다. 대칭으로 막힌 것은 호응으로 풀린다. 에너지의 대칭과 호응이 만유의 씨줄 날줄이 된다. 돌은 구르다가 다른 돌에 막히고 자갈은 구르다가 다른 자갈에 막힌다. 돌은 돌끼리 모여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고 물은 물끼리 모여 있고 풀은 풀끼리 모여 있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다. 


    돌은 돌에 막혀서 돌끼리 모이고 흙은 흙에 막혀서 흙끼리 모이고 모래는 모래에 막혀 모래밭을 이룬다. 그러므로 퍼담으면 된다. 물은 물끼리 모여 있으므로 두레박으로 퍼 올릴 수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으므로 삽으로 퍼담으면 된다. 통제하기 쉽게 정렬해 있는 것이다. 섞여 있으면 에너지를 투입하여 흔들어주면 분리된다.


    자연의 원심분리기 효과다. 다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곧 호응이다. 물은 흘려보내면 풀린다. 돌은 굴려 보내면 풀린다. 흙은 무너뜨리면 풀린다. 대칭이 풀린다. 대칭을 조직하여 멈출 수 있고 호응을 조직하여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공간에서는 두 다리를 벌려서 멈출 수 있고 시간에서는 두 다리를 움직여서 전진할 수 있다. 


    단 순서가 있어서 역주행은 안 된다. 역류할 수 없다. 항명할 수 없다.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수비가 먼저고 공격이 나중이다. 선공을 해도 멈춘 상태에서 선공하는 것이다. 키스를 하더라도 멈추어야 한다. 달리면서 키스할 수 없다. 멈춤을 통해서 세상은 널리 통제된다. 


    에너지는 원래 움직인다. 겉보기로 멈추어 있다면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이기거나 진다. 지는 것은 사라지고 이기는 것만 남아 있다. 대칭과 호응만 남아 있다. 효율적인 것만 남아 있다. 통제가능한 것만 남아 있다. 균일해져 있다. 사물 고유한 속성은 없고 구조의 통제가능성이 유일하다. 


    멈출 수도 있고 동시에 그 멈춤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쇠붙이의 개별적인 성질을 파악하고 일일이 대응하려고 하지만 계의 통제가능성 위주로 파악해야 한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줄세워놓고 하나의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쇠붙이는 비중대로 줄 세우면 거의 드러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09 (10:22:11)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http://gujoron.com/xe/109589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1389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9771
1826 진보의 전략과 보수의 전술 김동렬 2020-12-02 3436
1825 박근혜와 문재인 5 김동렬 2020-12-03 4149
1824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2 김동렬 2020-12-03 3405
1823 하남 위례성의 비극 image 1 김동렬 2020-12-04 4287
1822 전략의 기본 1 김동렬 2020-12-04 3809
1821 전략론 1 김동렬 2020-12-05 3039
1820 향원을 토벌하라 김동렬 2020-12-06 3048
1819 전략균형론 1 김동렬 2020-12-06 3201
1818 국힘당이 사과할 이유는 없다 김동렬 2020-12-07 3450
1817 의리 없는 홍정욱 image 5 김동렬 2020-12-08 3673
1816 사색문제의 접근 image 4 김동렬 2020-12-08 3288
1815 대화와 타협은 원래 안 된다 김동렬 2020-12-08 3617
1814 사색문제의 이해 image 김동렬 2020-12-09 5045
1813 사색정리 결산 김동렬 2020-12-09 2617
1812 사색문제와 차원 김동렬 2020-12-09 2681
1811 김종인의 사과놀이 실패 김동렬 2020-12-10 3063
1810 구조론의 차원개념 김동렬 2020-12-10 2572
1809 공수처가 부메랑이 된다 김동렬 2020-12-11 3870
1808 누가 신을 결박하는가? 1 김동렬 2020-12-11 3619
1807 김기덕, 어떤 천재의 최후 김동렬 2020-12-12 4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