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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31 vote 0 2003.04.22 (21:26:07)

개미나 벌들의 군집에는 여왕벌, 여왕개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왕후보들도 있다. 후보들도 처녀시절에는 여왕벌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좋은 로열제리에, 날개짓 온도조절에, 벌집청소까지 공주님처럼 대우받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하늘에 두 태양이 있을 수 없다. 다 자란 여왕벌 후보는? 죽인다. 후보개미들은 단지 죽기 위해 자라는 것이다. 물론 여왕개미의 생식력이 떨어지면 그 중 하나가 여왕의 자리를 잇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보들은 일개미들이 물어죽인다.

왜 일개미들은 여왕 후보들을 물어죽일까? 또 어차피 죽일 것이면서 왜 금이야 옥이야 로열제리로 떠받들어 키우는 것일까?

DJ와 노무현의 주름진 얼굴에는 세월에 단련된 흔적이 있다. 유시민은? "쪼까 더 고생을 해야 쓰것다."

DJ와 YS의 일부 긍정적 역할에 주목하라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그나마 굴러가는 것은 삼김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십분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리는 있다. YS와 DJ가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면서, 마치 삼국지의 조조와 유비, 손권이 천하의 인재를 다투듯, 부단히 운동권에서 정치신인을 발굴했기 때문에 한국정치가 조금 발전했다는 거다.

YS와 DJ가 없었다면 일본처럼 몇몇 유력한 정치가문들이 의원직을 세습해서 국회는 경로당이 되고 말았을 거라는 말이다. 예컨대 이회창이 김윤환 등 퇴물들을 내쳐 한나라당이 413총선에 승리한 것도 그에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거다.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 수준을 넘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가 안되는 것은 유권자들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멍청한데 정치가 잘된다는 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2600만 유권자들을 잠실경기장에 모아놓고 강제로 의식화학습을 시켜야 되나 어째야 하나?

유권자수준을 인위적으로 높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의식있는 유권자들이 뭉치는 것이다. 뭉친 다음에는? 한 마리 여왕벌을 키우는 거다. 그 여왕벌이 누구지? 바로 DJ와 YS다. 유시민은? 여왕벌 후보다.

서프에 모인 3만명이 2600만명이나 되는 대한민국 유권자들을 학습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낙선운동을 백날 벌여도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을 우수한 인재로 뽑지는 못한다. 내년 총선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그냥 지 꼴리는대로 투표한다. 의원의 자질은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

꿈깨라! 의원들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서프에서 해야하는 일은 그 한 마리 여왕벌을 키우는 것이다. 유시민은 그 여왕벌 후보이다. 자 이제 어떤 방법으로 유시민을 여왕으로 만들지?

혹자는 말한다. 전용鶴, 안동새, 김충鳥, 이런 조류들에게는 관대하면서 유시민은 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그에 대한 답은 나와있다. 개미들에게 물어봐!

개미들은 왜 여왕후보들을 물어죽일까? 여의도에 김민새, 정몽새보다 못한 의원들 천지인데도 유독 우리가 김민새, 정몽새에게만 가혹한 이유는? 그들은 주제넘게 여왕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물어죽이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왕이 되려고 한다. 그렇다면?

용문(龍門)은 황하(黃河) 상류에 있는 협곡의 이름이다. 이 협곡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곧 등용문이다. 유시민이 그 문을 오르면 승천하여 대통령이 된다. 오르지 못하면? 용 아니면 이무기 된다. 우리가 나서서 유시민을 물어죽여야 한다.

개미들에게 물어봐!
요즘 한나라당에서 유시민이 금권선거를 한다고 야단이다. 이런건 정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소식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개혁당 유시민이 이런 식으로 뒷말 나오게 해도 되나?

DJ정권 초기였던 99년 구로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한광옥이 생각난다. 그때도 수십억 뿌렸다니 어쨌다니 하며 뒷말이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국민의 정부가 망가지기 시작한 전초가 한광옥의 금권선거 논란 때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직후 옷로비사건이 터져나왔다. DJ가 심각한 민심이반을 모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정국주도권을 뺏긴 것도 실은 구로을에서 금권선거 의혹 때문에 나빠진 민심을 파악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옷로비가 뭐 대단한거야? 그냥 실패한 로비잖아. 근데 왜 민심이 들끓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았어야 했다.

군자당이 있고 소인당이 있다.
주자(朱子)가 군자당이 소인당이니 해서 조선시대에 당파싸움이 생겨났다.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진보는 군자당이요 보수는 소인당이다. 군자당의 경쟁력은 두가지다. 하나는 이념적 우위고, 하나는 도덕적 우위다. 이 중 하나라도 포기하면 그날로 끝이다.

군자는 의(義)를 따르고 소인은 이(利)를 따른다. 군자당은 의(義)가 경쟁력이요 소인당은 이(利)가 경쟁력이다. 소인당의 이(利)는 정몽준의 돈이나, 이명박의 화려한 경력이다. 그들에게는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이(利)가 있다. 유시민의 의(義)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검증받아야 한다.

왜 유시민에게만 가혹하냐고? 유시민이 이(利)를 내세워 출마했다면 그냥 수십억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면 된다. 그는 의(義)를 내세워 출마했기 때문에 당연히 가혹한 것이다. 그 의(義)라는 것은 DJ와 노무현이 그랬듯이 두들겨 맞을 수록 단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개혁과 진보의 경쟁력은 이념과 도덕 뿐이다. DJ는 적어도 햇볕정책이라는 이념 하나는 5년간 붙들고 늘어졌다. 또 집권 초반 2년간은 『삼당야합을 심판하는 정권교체』라는 명백한 도덕적 우위에 기반하고 있었다.

99년 구로을에서 한광옥 등의 선거부정 논란에 1차로 자빠지고, 곧이어 옷로비에 휘말리면서 DJ가 도덕적 우위를 포기해버림과 동시에 국민의 정부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노무현은 이념부터 불분명하다. 도덕적 우위도 안희정 때문에 초반부터 망가졌다. 지금 노무현의 무기는 행정수도라는 사탕발림과 교묘한 지역주의 밖에 없다. 이건 원래 소인당의 무기다. 이래 가지고 되겠나?

함부로 이념과 도덕 팔지말라. 물려죽는 수 있다.
장사꾼이 몇푼 해먹으면 그러려니 하지만 목사님 선생님이 해먹었다면 말이 많은 거다. 유시민이 재벌이나 관료나 변호사출신이거나 혹은 지역 토호 출신이라면 유권자들도 가혹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원초적으로 여왕벌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념과 도덕을 들고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증거다. 물어죽임을 피하려면 열배의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왜? 소인당의 이(利)는 거래다. 군자당의 의(義)는 유권자 입장에서 심리적 억압이다. 한명의 여왕벌에게 존경을 보낼 수는 있어도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일일이 존경을 보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섣불리 이념과 도덕을 팔아먹으려는 후보는 죽인다. 억울하면 정몽준, 이명박처럼 재벌되거나 관료하고, 장성하고, 판검사 해서 출마해라.

덧글..
변희재님의 유시민에 관한 칼럼을 읽고 생각해 본 것입니다. 서프의 역할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2600만 유권자를 계몽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역할은 그 한 마리 여왕벌을 발굴하고 시험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 벌들은 후보여왕벌을 공들여 키워놓고도 물어죽이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검증은 가혹할수록 좋습니다.  지금은 단 한명의 진짜가 필요한 때이니까요. 참 유시민이 그 모든 검증을 다 통과해낸다면 화끈하게 대통령으로 밀어줄 필요도 있지요.

서프 굶어죽을 판이라네요. 걍 내비둡시다. 내 일도 아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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