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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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7 vote 0 2019.03.05 (16:11:17)

https://www.youtube.com/watch?v=XmPesMBD_YU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인간은 쾌락이 아니라

에너지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쾌락은 말로 설명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쾌락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달고 쓰고 맵고 짠 것을 인간은 혀로 느낀다.

향기롭고 구수하고 고소한 것을 코로 냄새맡는다.

귀로 들어서 화음을 느끼고 하모니를 느끼고 앙상블을 느낀다.

리듬을 느끼고 박자를 포착하고 고저장단을 알아챈다.

눈으로 보아서 예쁘고 아름답고 싱그럽고 우람하고 귀여운 것을 느낀다.

몸으로 느끼는 쾌락은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가슴으로 느끼는 에너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전율하는 것이다.

운명적인 만남의 한 순간에

흥분되고 업되고 긴장되는 것이다.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다.

첫 키스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첫 소풍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첫 입대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대 잊을 수 없는 모든 것에 존엄이 있다.

설레임이 있다.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가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열정이 있다.

뜨거움이 있다.

거룩함이 있고 갸륵함이 있다.

세상과 내가 정면으로 맞서서 대칭을 이루는 그런 그림이다.

왜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첫 번째 사건에서 다음 사건을 바라본다.

그래서 설레이기도 하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내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타인의 운명을 흔들어 놓을 수 있고

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도 있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계속 이어져 간다.

기가 승을 일으키고 승이 전을 일으키고 전이 결을 불러온다.

기에 설 때 인간은 전율한다.

에너지를 얻는다.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눈을 똑바로 뜨게 된다.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른다.

첫 선물을 받은 소년처럼 들뜨게 된다.

다음과 다음다음과 그 다음다음까지가 암시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그림자를 느낀다.

인간은 언제라도 기승전결로 전개하는

사건의 기 포지션에 서고 싶어한다.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고 싶어한다.

변방에서 일어나 중앙을 침범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며

또한 역사와 문명의 근본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내밀한 권력이 작동한다.

그 권력을 조직하는 현장에서의 평등함에서 인간은 전율한다.

하나의 집단에 하나의 권력에 하나의 방향이다.

일 만명의 무리가 보조를 맞추어 한 방향으로 일제히 나아갈 때

그리하여 모두가 하나가 될 때 인간은 전율한다.

월드컵이라면 우승의 순간에

선수과 팬들은 그렇게 얼싸안고 하나가 된다.

정상에서 만난다면 인간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텐징 노르가이와 에드먼드 힐러리처럼.

만남은 서로 일치해야 온전하기 때문이다.

나의 전부를 들어 너의 전부를 끌어낼 때 에너지는 극대화 된다.

인간은 그것을 원한다.

기운을 원한다.

힘을 원한다.

가능성을 원한다.

그럴 때 작가는 펜을 놓치 않는다.

그럴 때 연주자는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화가는 붓과 팔레트를 놓지 않는다.

궁수는 활을 놓지 않고 무사는 검을 놓지 않는다.

그럴 때 스님은 토굴에서 떠나지 않고

종교인은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정치인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 평등한 계를 이루고

집단의 중심을 장악하고 대칭을 통제할 수 있게 되어

게임에 이길 때 인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 뜨거운 에너지 앞에서

쾌락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은 시시할 뿐이다.

마광수의 성욕타령은 개소리에 불과하다.

프로이드의 초자아도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런거 없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에너지의 존재다.

인간은 언제라도 에너지의 뜨거운 용틀임을 원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더 높은 세계로 올라서려는 것이며

정상에서 또다른 정상을 바라보려는 것이며

거기서 새로운 불씨의 방아쇠를 당기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통할 때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처럼

신과 인간의 손끝이 닿으려는 한 순간에

전율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사건의 시작과 끝은 그 안에 있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는 그 안에 있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는 그 안에 있다.

사건의 전체와 부분은 그 안에 있다.

일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동적균형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 알의 작은 불씨가 요원의 들불이 되어 광야를 불태운다.

인간은 그렇게 대지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것이다.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안고.





[레벨:15]떡갈나무

2019.03.05 (21:33:45)
*.246.166.31

그러니까 4년 전 제가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처음 동렬님의 글을 읽고 느꼈던 그런 전율함 말이지요?
'벙어리 마을에서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불 가까이 다가갔더니 양볼이 빨개졌어용 ^^
프로필 이미지 [레벨:2]인생해커

2019.03.08 (10:02:35)
*.136.128.181

항상 고민되었는데 명확하게 정리해 주시네요.고맙습니다. 자유의지 존엄 .꾸우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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